Rainbow Bible Class

“신적 성품(divine nature)을 회복하라!”

 

 

신약 성경들 가운데 잊힌 성경들이 있습니다. 이름 하여 “공동서신”이라 불리는 책들입니다. 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요한1,2,3서, 유다서가 그렇습니다.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전통적으로 바울 서신, 특별히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다른 어느 신약의 성경들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해왔고 그에 대한 연구나 토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습니다. 아마도 이유인즉 “이신칭의”와 같은 구원론적 이슈들에 천착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문구를 통한 과도한 “믿음(信) 강조”가 한국인들의 열정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지 추측해봅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이신칭의(以信稱義)”보다는 “이은칭의(以恩稱義)”가 좀 더 성경적이며 개혁신학적인 듯합니다. 즉 “믿음으로써 의롭다 칭함을 받는다!”도 좋지만 “은혜로써 의롭다 칭함을 받는다!”가 더 좋아 보인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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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볼 때 조직신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는 “왜 하나님은 사람이 되었는가?”입니다. 전통적으로 두 가지 대답이 가능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죄를 속죄(구속)하기 위해서 오셨다는 것이고(redemption) 다른 하나는 잃어버린 신의 성품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deification)라는 것입니다. 물론 두 가지 대답은 신학의 역사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개신교에선 “구속”을 중요시해왔고 로마가톨릭이나 동방교회 전통은 “신화”(神化)를 강조해온 것입니다. 물론 후자의 주장은 인간이 신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신의 성품을 회복하여 가는 것이 신의 성육신의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후자도 과도하게 밀고 가지 않는 이상 성경적 바탕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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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울 서신의 이신칭의 교리가 구속과 속죄에 대한 가르침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면, 공동 서신들 특별히 베드로후서는 교회 공동체가 신의 성품을 찾아가는 일에 매진해야할 것을 강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성한 성품(divine nature)을 찾아가는 길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교회 공동체는 교회 내적 도전과 유혹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거짓 가르침을 단호하게 척결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상 베드로후서는 바울서신에서 종종 발견되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물론 베드로전서에서 다루긴 하였음).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소망을 갖는 삶을 살아야 함을 덕목과 경건이란 측면에서 자세하게 안내해줍니다. 이런 측면에서 베드로 후서의 핵심 주제어는 “신적 성품”(1:4)이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 안에서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될 뿐 아니라 장차 올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디아스포라 그리스도인들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소금과 빛으로 사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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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각을 제공해주는 탁월한 베드로후서 해설서가 방금 구워낸 빵처럼 내 책상 위에 도착했습니다. 저자는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채영삼 박사입니다. 철학을 전공한 학도답게 본문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치밀한 성경학자로서 본문과 교제하고 본문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사귐으로써 성경 해석이란 독특한 해석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저자의 베드로후서 해설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베드로후서를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나는 확신 합니다. 치밀한 논리, 정교한 해석, 유려한 글쓰기,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성경과 “사귀어 가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이 책 속에 스미어 있습니다. 상여금으로 책 여기저기에 들어 있는 15편의 신학에세이들(“삶으로 내리는 뿌리”),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소제목들”, 저자의 베드로후서 원문 사역, 티 없는 깔끔한 편집 등은 이 책을 잡고 읽는 내내 강렬한 뿌듯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 책을 베드로후서 본문 옆에 가지런히 놓고 밑줄 쳐가며 읽고 음미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배움, 많은 이해, 많은 믿음이 일어서리라 믿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적 성품 형성과 배양이 절실하게 필요한 오늘 날의 한국 교회 공동체에게 이 책은 시의적절한 하늘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나 저나 베드로후서가 겨우 3장밖에 안되는데 그 해설서가 543쪽이라! 베드로 사도도 놀라 기절할 판. 헐.....

 

채영삼,『신적 성품과 거짓 가르침: 베드로후서의 이해 (이레서원, 2017). 543쪽. 정가 29,500원

 

채염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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