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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성경적 의미

류호영(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

 

 

부부 사이는 무촌(無寸)이라고 한다. 결혼 전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남남이라는 뜻이다. 또한 무촌이라는 말은 촌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무촌이라는 말은 신비롭다. 전혀 관계없던 남녀가 만나서 촌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죽음에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으며, 하늘에 있는 천사처럼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 따르면 결혼은 우리가 사는 현세대에 국한된 제도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결혼제도를 만드셨을까? 성경의 맨 처음 책인 창세기에는 아담이 모든 생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것에게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아담에게 이것들에 대한 다스림의 권세가 주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하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 자신의 온전한 다스림이 이 땅에까지 확장되어 충만하기를 원하셨고, 이 일을 인류에게 소명으로 주셨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혼자 이룰 수 있는 소명이 아니다. 이 소명은 한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에 주어진 소명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창세기 2:18에서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라고 말씀하신다. 정확한 번역은 사람이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좋지 않다이다. “좋지 않다라는 말은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창조 목적은 개인의 출생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남자에게 돕는 배필, 정확히 말하면 동반자를 만들어주신다. 물론 인류 공동체 형성을 위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하나님은 처음부터 둘이 아닌 하나를 창조하시고 창조된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만드시고, 이 둘을 다시 하나 되게 하셨다는 점이다. 둘이 하나 되는 것이 결혼이다. 성경은 이 하나-됨을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분리되지 않는 상태 즉 완전히 하나 될 때는 결코 어떠한 판단이나 비판이나 저항과 같은 반응이 없다는 뜻이다.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는 판단과 비판과 반대와 저항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차별과 부끄러움이 동반된다.

 

그런데 하나를 만들어서 둘로 분리하고 다시 하나 되게 하는 것은 이상하다.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즉 결혼은 하나님의 창조 의미와 직결되어있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무엇이 부족해서 사람에 의해서 섬김을 받고자 인류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인류를 창조하시고 인류를 하나님의 의롭고 거룩한 공동체로 만드셔서 이 공동체 가운데 함께 살기를 원하셨다.

 

물론 이러한 창조의 근본 동인은 하나님의 자기-내어주심의 사랑이다. 높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자신을 낮춰서 우리와 함께 살기로 작정하신 것이 바로 하나님의 자기-희생적 사랑이다. 이 사랑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인간의 결혼이다. 하나님은 창조의 참된 의미를 보여주고자 최초에 아담을 창조하시고 그다음 아담에게서 하와를 만들고 이 두 사람을 다시 결혼으로 하나 되게 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인간 창조를 이처럼 결혼으로 이해한다면, 하나님은 우리의 영원한 남편이고 우리는 하나님의 영원한 아내이다. 우리는 하나님과 분리되어서는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존재이며, 오직 하나님과 온전히 연합하고 하나 될 때만이 창조의 의미에 부합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바로 이 사실을 보여주신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둘을 하나 되게 하느냐는 점이다. 하나님이 자기를 낮추시고 자기를 내어주신 사랑이 이 하나 됨의 원동력이다. 하나님의 자기 내어주심의 사랑이 없었다면 인류의 창조와 인류와의 연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을 보여주는 것이 남자와 여자의 결혼이다. 벌거벗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온전한 하나 됨이 결혼의 참된 성격이다.

 

이런 의미의 결혼은 하나님의 인간 사랑을 구현한 것이며, 하나님이 인류와 하나 되어 참된 공동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결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통해 둘이 참으로 하나 된 사람들은 우리를 사랑해서 우리와 하나 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신을 낮추어 자신을 내어주신 사랑이 하나님의 마음이며, 이 마음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실현하는 방식이 바로 결혼이다.

 

그러기에 결혼은 당사자 두 사람에게만 국한된 관계가 아니다. 결혼은 하나님과 인류가 하나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증이다. 물론 이 뜻은 어떤 형태의 분리가 없는 그래서 차별이 없고 다툼이 없는 온전한 하나 됨만이 있는 그래서 사랑으로 충만한 샬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뜻을 하나님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셨다. 이 뜻을 하나님은 그리스도께서 창조하신 교회와 관계를 통해 보여주셨다. 이 뜻을 하나님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온전히 우리 중에 거하시는 하나님 자신을 통해서 보여주실 것이다.

 

 

하나님은 자신을 내어주신 사랑으로 인류 공동체를 창조하셨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救贖)을 통해서 새로운 인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교회를 세우셨다. 최초의 인류 공동체나 교회는 모두 하나님이 자신을 내어주신 사랑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구현하는 것이 남녀가 하나가 되는 결혼이다. 결혼은 이런 점에서 모든 관계에 있어서 온전한 결합을 보여주는 모범답안과 같다.

 

Kensington Metropark,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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