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이민자로서 오랜 외국 생활하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솟구칠 때가 있었습니다. 구정이나 추석과 같은 한국의 명절 때입니다. 아니면 삼일절이나 광복절 같은 때에 교포들이 함께 모여 고국을 생각하며 기념식을 가질 때도 그러했습니다. 고국을 떠나 살면서 종종 남몰래 흥얼거리던 옛 흘러간 노래가 있었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요즘의 이민이야 자기가 원해서 가는 것이지만 아주 옛날에는 자기가 살던 고향과 고국에서 타 세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뿌리 채 뽑혀 전혀 다른 곳으로 던져진 일들이 있었습니다. “추방” 경험 말입니다. 우리 민족사에도 수많은 추방과 포로 됨의 시절들이 있었습니다. 구한말에도, 일제 강점기에도 그러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북 간도 저 멀리 사할린 지방에서 살던 한인들 역시 구소련의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가축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에 버려진 비운의 역사도 있었습니다. “추방”(exile)! 그들에게는 귀향의 꿈처럼 그리운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귀향은 먼 이야기고 그들은 던져진 곳, 추방의 땅, 이역만리 타향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추방과 유배되었지만 유배된 그 땅에서 흩어진 자들(디아스포라)로서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해가며 살아가야 했던 것입니다.

 

구약과 신약 성경 전체를 일관하는 주제적 리듬이 있다면 나는 단연코 추방과 귀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추방된 땅에서 살아가기라고 말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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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는 책은 캐나다 출신으로 캐나다 온타리오 주 해밀톤 시에 위치한 맥매스터 신학교(McMaster Divinity College)에서 목회학 전반을 가르치는 리 비치(Lee Beach) 교수가 그가 2011년에 맥매스터 신학교에 제출한 실천신학 박사학위논문(A Hopeful Demise: A Biblical and Practical Theology of Exile for the Canadian Church Today)을 좀 더 넓은 독자층을 겨냥하여 새롭게 다듬어 책으로 낸 것입니다. 이 책은 “추방”(유배)라는 주제를 성서 신학적이며 실천 신학적인 측면에서 자세하게 조명하고 있는데, 특별히 그는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캐나다 교회가 기독교후시대라는 이교적 환경에 유배된 상태라는 자아인식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과 책은 구약과 신약과 중간기 문헌에서의 “추방”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궁극적으로는 교회론, 포스트모던 문화. 교회의 리더십, 설교학과 실천신학에서의 함의를 논의하고 있기에 다양한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책입니다. 아래는 책안에 실린 내 추천단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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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과 귀향”은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신학적 주제입니다. 에덴에서의 추방과 새 예루살렘으로의 귀향 말입니다. 그 가운데 구약의 이스라엘의 추방경험은 이스라엘 신앙의 새 관점을 형성합니다. 유배의 신학적 의미 발견하기, 이방 땅에서의 하나님의 부재와 임재, 이방 땅에서 거룩하게 살아가기, 적극적인 대응문화 만들어가기, 선교적 사명의 실행 등입니다. 이러한 구약적 추방경험은 신약에서 이 땅에서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면서도 미래적 귀향을 열망하는 희망 공동체로 존재하도록 이끌어갑니다. 저자는 후기기독교시대를 교회의 유배시기로 규정하고 교회가 어떻게 존재해야하고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성서의 중요 주제인 유배-은유를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월터 브루그만의 “추방과 귀향” 모티브로부터 영감을 얻은 저자는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후기기독교시대의 교회의 소명과 사명, 즉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적 게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 시대에 대한 대응문화와 대응신학을 창출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설득력 있는 주장 전개와 통찰력 있는 이 세상 읽기, 세밀한 주석과 적절한 성서 신학 사용은 이 책의 신뢰성을 더욱 공고히 해줍니다. 자극적이고 흥미 있는 저술입니다.

 

류호준 교수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리 비치,『유배된 교회』김광남 옮김 (새물결플러스, 2017). 351쪽, 정가 15,000원

 

추신: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현재 있는 자리에서 잘 살아라!"입니다.

 

“추방의 땅에서 넘어가지 않는 뻑뻑한 햄버거를 삼키며” 2017.11.9.

유배된 교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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