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7 19:35
“몸매(身) 유감”
한자성어 가운데 신언서판 [身言書判]이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네 가지 기준이랍니다. 몸[體貌], 말씨[言辯], 글씨[筆跡], 판단[文理]입니다. 조선시대에도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중시했다고 합니다. 요즘도 정치판에선 이 한자성어를 즐겨 사용합니다.
설명하자면 ‘신’(身)은 몸가짐과 풍채가 번듯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말(言)을 함부로 하지 않고 가려하며 그 말에는 진실하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그가 쓰는 글(書)은 화려한 수식어로 가득한 글이 아니라 바르고 좋은 생각이 담긴 글이어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따라서 그의 글을 읽으면 생각이 깊고 바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판(判)이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과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판단력은 인생을 잘 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가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나의 떨뜨름한 유감은 네 글자 중 맨 앞에 ‘신’(身)이 온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한자성어에 따르면 사람은 잘나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외모가 자기마음대로 되는 것입니까? 이게 어디 남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입니까? 여성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요즈음 몸매는 상당수의 젊은 여성들에게 최상의 가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을 부추기는 세속적 문화는 말할 것도 없이 예능화 되어가는 교회 문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가치가 되었습니다. 물론 체구와 외모와 인상이 사람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긴 하겠지만, 또한 몸가짐이 올바르다는 의미에서 ‘신’(몸)을 중요시한다면 몰라도, 지금처럼 외모지상주의에 함몰되어 가는 사회에서 ‘몸’(身)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우선권 부여는 하나님 나라 가치에 반하는 일입니다. 인류의 불행이 ‘보암직’한 것에 빠졌던 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중심(마음)을 보시지 보암직한 허리사이즈를 보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쉬는 죄를 짓지 않겠다던 사무엘도 이스라엘의 왕을 선발하는데 사람의 용모와 체구와 키와 허리사이즈를 일곱 번씩이나 보았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기억해야할 것 같습니다. 몸매(身)가 스펙 넘버원에 들어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를 어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