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 00:22
“성경의 처음에서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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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 하나님은 처음부터 자신이 만든 인간과 함께 있기를 좋아하셨습니다. 인간 역시 자기를 창조하신 하나님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존재본연의 지고(至高)의 의미로 삼았습니다. 인류의 첫 조상인 아담과 해와는 존재론적으로 기능적으로 “제사장적 인류”의 시조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놓인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거주하시는 거룩한 공간, 즉 성전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첫 제사장적 인류인 아담과 해와는 창조주를 찬양하고 경배하고 그를 즐거워하였습니다. 또한 피조물들 역시 각자의 위치와 자리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노래하고 경배하였습니다. 이처럼 피조세계의 축소판으로서 에덴동산은 거룩한 성소였던 것입니다.
창조주에게 거역함으로써 제사장들로서 첫 조상들은 성소를 부정(不淨)하게 만들었고, 부정의 결과로 그들에게 죽음이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성소에게 쫓아내시고 화염검으로 에덴동산을 지키셨습니다. 하나님의 현존과 임재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인류에겐 부정의 극치인 죽음이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비로우시고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은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인류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찾아오시게 됩니다. 이것이 광야에서의 성막 건립의 본뜻입니다. 광야에 사는 자기 백성들과 함께 하시겠다(임재)는 하나님의 의지가 성막건축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기억할 사실은 성막 건축의 이니셔티브서부터 건축 도안과 재료와 공정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님이 직접 진두지휘하셨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막은 이동식이었습니다. 그 안에 놓인 법궤는 하나님의 이동식 보좌였습니다. 누구도 하나님을 붙잡아 놓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자유로우신 분이십니다. 인간의 종교적 제도나 규정의 틀 속에 가둬 둘 수 있는 신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성막에서 자기 백성들을 만나시고(회막, Meeting Place)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언제나 성막을 중심으로 진(陣, camp)을 쳤습니다. 그들의 삶의 중심부가 하나님이었다는 뜻입니다. 구름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이 성막 위로 오르면 하나님의 백성들은 언제라도 이동해야했습니다. 그분이 가자는 대로, 그분이 서자는 대로 순종하며 살아야했습니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왕정제도를 만들고 솔로몬은 성전을 세웠습니다. 성막과는 달리 성전은 고정된 건축물입니다. 어찌 보면 자유스런 하나님을 건물 속에 가둬 놓게 됩니다. 더더욱 솔로몬은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종교적 경건의 코스프레를 한 셈이 됩니다. 왜? 왕상 6장 마지막 절과 왕상 7장 첫 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십시오. “솔로몬이 칠 년 동안 성전을 건축하였더라.”(왕상 6:38) “한편 솔로몬은 자기의 왕궁을 십삼 년 동안 건축하여 그 전부를 준공하니라.”(왕상 7:1) 성전 건축에는 7년이 자기 왕궁건축에는 13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열왕기 저자가 이 두 사건을 나란히 놓은 것은 매우 의도적입니다!
결국 솔로몬 성전은 훗날 종교기득권의 아지트가 되어갑니다. 부패의 소굴이 됩니다. 결국 하나님(의 임재)은 떠나십니다. 하나님이 떠난 성전은 그저 돌 벽돌에 불과는 건물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 건물은 마침내 주전 587년에 바벨론의 침공으로 불타 버립니다. 예루살렘 성전의 종말이 온 셈입니다. 제2성전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나중에 헤롯이 성전을 건축하였지만 하나님의 임재는커녕 죽은 전통과 종교적 기득권 세력에 찌들어 버린 죽어버린 종교전당이 되었습니다. “성전을 허물어버리라 내가 삼일 만에 세우리라”고 외치신 예수님은 자신이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임을 알리신 것입니다. 그분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 가운데 천막을 치듯이 친 성막/성전이었습니다(요 1:14).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이 예수라는 분 안에 임한 것입니다. 일명 쉐키나(임재)의 영광이라는 것입니다. 그분은 이동식 성막이었습니다. 걸어 다니는 하나님의 성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살아있는 돌이신 그분 예수에게 접붙인바 되면 그 역시 거룩한 산돌이 되어 성전을 이루게 됩니다. 누구든지 예수를 믿고 예수를 주라고 고백하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하나님의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의 임재 하는 거룩한 성전, 이동식 성막이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끝에 하나님의 도성이 이 땅 위에 임하게 될 때, 더 이상 새 하늘과 새 땅에는 성전은 없게 될 것입니다. 왜? 새 하늘과 새 땅 전체(신천지)가 하나님이 임재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전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속죄가 필요 없게 되는 것입니다. 오로지 찬양만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천상의 예배 광경을 계시록 4장과 5장에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헨델의 메시아의 저 유명한 할렐루야 합창곡을 함께 불러보십시오. “왕의 왕, 주의 주, 그가 영원히 다스릴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엄한 합창 “아멘”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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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방금 나온 책, 대니얼 헤이즈《하나님의 임재와 구원》을 염두에 두고 생각나는 대로 내 손가락이 자판에서 움직이는 대로 몇 자 적어본 것입니다. 아래는 책 안에 실린 나의 추천단평입니다.
하나님의 활동 무대로서 시간과 공간은 신학적 연구에 매우 중요한 두 축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신학계는 역사(시간)에 많은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공간과 장소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특별히 거룩한 공간과 장소로서 성막과 성전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합니다. 성경학자들에게 성경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 다섯을 꼽으라면 분명 그 안에 “성막/성전”이 들어갈 것입니다. 대니 헤이즈는 이 책에서 성막/성전 모티브가 창세기 첫 장부터 계시록 마지막 장까지 관통하고 있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합니다. 물론 성막과 성전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막/성전은 모두 하나님이 내주하시는 임재의 처소를 가리키는 종교적 기관이라는 점에서 신학적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이 점에 착안한 헤이즈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은 구약의 성막과 성전의 절정으로서 우리 가운데 거주하시는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스런 구현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헤이즈는 성막/성전신학을 기독론적으로 구축해 갑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갈 수 있는 논리,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교과서적 전개, 성경내러티브를 따라 전개하는 독자 친화적 설명, 무엇보다 그리스도 중심적/완결적 해석, 교회공동체를 위한 성막/성전신학의 구원론적 해설, 공동체 신앙을 풍성하게 하는 실제적 적용 등이 이 책의 유익한 특성입니다. 신학생들에게는 성경 신학의 틀을 세워주고, 목회자와 설교자들에겐 진정한 예배의 유익을 가져다주리라 믿습니다.
류호준 목사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은퇴)
J. 대니얼 헤이즈《하나님의 임재와 구원: 구속사로 본 성막과 성전》홍수연 옮김 (새물결플러스, 2020), 255쪽, 정가 16,000원
J. Daniel Hays, The Temple and the Tabernacle: A Study of God’s Dwelling Places from Genesis to Revelation (Grand Rapids: Baker Book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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