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2 00:10
“시편을 어떻게 가르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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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에 관한 책 한 권이 나왔습니다. 제목은《티칭 시편》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티칭” 시리즈는 성경교사와 설교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즉 시편을 교인들에게 가르치거나 설교하기 위해서 목회자와 성경교사들이 어떻게 시편을 이해하고 어떻게 시편을 접근해야하는지를 안내하는 책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시편해석에 관한 이론 부분과 실제부분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시편에 대한 저자의 기본적 입장은 “그리스도 중심적”(christo-centric)으로, 그리스도 성취/완결적(christo-telic)으로 시편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을 직접 인용하자면, “시편에는 그리스도로 넘친다. 따라서 시편에서 ‘그리스도’를 느끼게 하려고 시편에 그리스도를 ‘덧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시편의 씨줄과 날줄에서 그리스도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16쪽)라고 말합니다. 이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입장에서 저자는 이론적 기초가 되는 제1부를 공들여 세워갑니다(23-124쪽).
제 1부는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시편으로 기도할 것인가?”입니다. 우리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시편으로 기도하다보면 우리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시편들이 많이 나옵니다. 예들 들어, 극심한 고난을 말하는 시편들, 세계적 함의를 갖는 시편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편들, 악인을 심하게 저주하는 시편들 등이 있는 데 읽은 우리들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는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읽어야할 이유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예수는 인류와 온 세상의 왕이시기 때문에, 또한 인성을 가지신 분이기 때문에 시편의 기도들은 기본적으로 예수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신약의 시편 인용 구절들을 샘플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시편에서 기도하고 노래하는 자는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시편으로 기도하는 우리들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시편으로 기도하고 노래하는 것이랍니다(이점은 본회퍼도 동일합니다).
제2부 역시 이런 기독론적 논조를 계속해갑니다(125-178쪽). 예를 들어, “시편에 나오는 ‘의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고난 시편으로 기도할 수 있는가?” “우리는 하나님이 악인을 심판하시도록 기도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 안에는 이미 저자가 기독론적으로 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내포되고 있습니다.
흥미 있는 부분은 제 3부입니다(179-268쪽). 시편은 단순히 개인의 기도와 찬양이 아니라 구약의 거대 내러티브(창조이야기부터 족장이야기, 출애굽과 시내산 이야기, 시온과 왕정이야기, 바벨론포로기)와 대화하고 있는 공동체의 시적(詩的)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이런 거대 역사 내러티브 흐름에 대해 신앙 공동체는 “애통과 찬양”(Lament & Praise)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클라우스 베스터만을 따라 시편을 “탄식과 찬양”이라고 부르는데 익숙해있다는 점을 웬만한 성경학도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4부는 좀 더 실제적 이론 부분입니다(269-322쪽). 히브리 시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평행법이 작동하는 방식, 은유와 상징과 이미지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또한 시편을 다루려면 정서적 준비 역시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끝으로 시편을 시리즈로 가르칠 준비와 계획 수립에 대해 실제적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마지막 제5부는 시편 150편 전체를 5권으로 나눠, 각 개별적 시편을 간결하게 주석하면서 그 핵심적 내용을 알려줍니다. 분량으로는 책의 절반을 차지합니다(323-617쪽). 각 개별적 시편에 대한 간략한 주석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통해 목회자와 성경교사가 시편을 잘 가르치도록 저자가 무던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나타나있습니다. 특별히 목회적 관점에서 구약과 신약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독론적 접근에 때론 과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5권으로 구성된 시편 모음집을 각 권의 특색을 인지하고 각 편마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보며 나는 저자가 시편 전체의 구성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시편 5권의 정경 신학적 전개에 대해서는 나의 제자 방정열 박사의《새로운 시편 연구》[새물결플러스, 2019]를 참조하면 좋을 것입니다).
목회자들이나 설교자들이 이 책을 잘 사용하려면, 먼저 이론적인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해서 자세하게 읽고, 저자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알아 가십시오(제1부와 제2부).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일곱 장으로 구성된 제3부에서 관심이 있는 장을 선택하여 그 한 장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읽고 공부하십시오. 그리고 실제로 시편을 설교 하시려면 제5부(“본문에서 메시지로”)에 해당 시편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달리 말해 이런 책은 쭉 읽어 내려가는 책이 아닙니다. 필요할 때 관심 있는 부분을 깊이 생각하며 읽으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저자인 크리스토퍼 애쉬도 무지하게 수고했고 번역자인 전의우 목사도 엄청나게 수고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저자 크리스포퍼 애쉬는 이미 한국에서 잘 알려진 영국의 성경강해 전문 왕성한 저술가입니다. 그가 쓴 책 중에 한국어로 번역된 책으로는《티칭 로마서》《욥기: 십자가의 지혜》《말씀의 기쁨: 시편 119편 강해 》가 있으며 모두 성서유니온에서 출간되었습니다.
크리스토퍼 애쉬,《티칭 시편》전의우 옮김 (성서유니온, 2020), 650쪽,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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