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8 13:42
“다시”와 “달리”
대부분 번역 책의 경우이긴 하지만 신학 책을 읽다보면 잠시 멈추어 서게 하는 단어가 나온다. “다시 말해서”다. 아마 다시 설명한다는 뜻에서 “다시 말해서”란 문구가 사용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는 일반적으로 영어에 “in other words”의 번역일 텐데, 지금까지 내가 본 번역의 경우 대부분 “다시 말해서”로 번역한다. 참 아쉬운 대목이다. 그 이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다시 말해서” 보다는 “달리 말해서”로 번역하는 것이 좋으리라.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내 직업과 관련이 있다. 나는 평생 구약 히브리어를 가르쳤고, 특별히 히브리 시로 된 “시편”과 “예언서”를 가르쳤다. 아는지 모르는지는 몰라도, 히브리시의 기본적 특징으로 “평행법” “대구법” “병행법”이란 게 있다. 모두 Parallelism의 번역이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히브리 시는 두 개의 소절(colon)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소절사이에 의미론적 역학관계를 평행법이라 부른다. 평행법 중에는 첫 소절에서 표현한 내용을 상응하는 두 번째 소절에서 반복한다는 의미에서 “동의적 평행법”이라는 게 있다. 이 경우 두 번째 소절은 첫 번째 소절에서 말한 것을 “다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 말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종종 놓친다. “다시”와 “달리”는 달라도 한참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설교자는 성경이 말하는 것을 앵무새처럼 단순 반복해서 “다시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그 내용을 “달리 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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