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6 01:28
“레위기 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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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가운데 “읽기에 부담이 되는 책”이 있다. 레위기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읽어도 몇 장을 넘기기가 어렵다. 밤 10시 넘어서 레위기를 읽는다면 최상의 수면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21세기의 사람들, 현대의 크리스천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의식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제사법, 제사장과 제사제도, 정결, 절기 등에 대한 지시사항들이 들어있다. 도대체 왜 이런 고대 종교제의에 대한 것을 읽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레위기 이해를 위한 자세한 안내서가 출판되었다. 총신대에서 가르치는 박철현 교수가 목회자를 위한 월간지 《목회와 신학》의 부록인 《그말씀》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였다. 저자는 레위기의 핵심 주제를 “위험한 거룩성과의 동행”으로 잡았다. 레위기를 1-10장, 11-16장, 17-27장으로 세 단락으로 구분해서 해설한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사역, 사역에 대한 해설, 단락구분, 본문해설, 적용, 설교 섹션으로 되어있다.
5가지 제사(속죄제, 속건제, 번제, 소제, 화목제), 음식에 관한 규례, 출생으로 인한 부정, 악성피부병, 유출 등과 관련된 정결, 피의 섭취와 관련된 규례들, 각종 절기들(나팔절, 속죄일, 초막절)과 안식년과 희년, 각종 서원에 관한 규정들에 사용되는 전문 용어들을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한다. 저자는 일반 독자들에게 익숙한 “속죄제”는 “정결제”로, “속건제”는 “배상제”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문둥병”(한센씨 병)은 “악성피부병”으로 부르고, 희년이 49년째인지 50년째인지에 관한 논의와 아사셀 염소에서 아사셀의 정체에 관한 논의도 흥미롭다.
저자는 레위기에 대한 과도한 기독론적 읽기를 지양하고, 레위기 자체가 말하려는 것을 해설하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이 해설서와 함께 레위기 본문을 차근차근 읽어간다면 의미 파악에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이 책의 표지사진이 멋지다. 벨기에 부르셀의 대성당 안에 있는 예언자 에스겔이 본 네 생물들과 불 마차(보좌 수레) 환상을 담은 채색 유리창이다. 분량이 730쪽이 되는 방대한 벽돌 책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용지를 사용해서 그런지 책이 무지하게 가벼워서 좋다. 가독성이 좋아서 읽기에 편하다. 물론 신학생과 목회자용이기에 히브리어가 들어갔지만 모두 한글음역이라서 좋다. 책값이 43,000원으로 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분량이 분량이니만큼 어쩌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책은 오늘 레위기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하고 8월에 공식적으로 구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될 제자 성기문 목사의 책이다. 중간에 끼어있는 책은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구약을 가르치는 정중호 교수의 레위기 해설서다.
박철현, 《레위기: 위험한 거룩성과의 동행》(솔로몬, 2018). 730쪽. 43,000원
탐나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