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창세기 32:16-32
제목: 얍복 나루에서 있었던 일
찬송: 486장 (368장)
묵상 포인트: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위대한 패배를 맛보게 하신다.
야곱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수없이 싸워왔습니다. 에서를 이겼고, 라반을 눌렀습니다. 이제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문턱에서 그는 하나님과 씨름해야만 합니다. 야곱은 낯선 사람과의 사투에서 거의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순간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완벽한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마지막 순간에 그 낯선 사람은 야곱의 급소를 내리칩니다(25절). 낯선 사람은 치사한 방식으로 야곱을 쓰러뜨린 것이다. 어찌 보면 야곱은 일생 처음으로 정직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낯선 사람은 놀랍게도 싸움의 마지막 순간에 치사하게 야곱의 급소를 내리친 것입니다. 한 평생 온갖 간교함과 속임수의 사람으로 살아왔던 그가 그런 간교함과 치사함에 의해 ‘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이 싸움의 승자는 누구입니까? 누가 이 싸움의 패자입니까? 진정한 의미에서 이 씨름은 야곱의 완벽한 승리인 동시에 그 낯선 사람에게도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저명한 문필가이며 목사인 프래드릭 뷰크너는 이 광경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야곱은 밤새도록 계속 된 싸움에서 점점 이겨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그는 낯선 사람을 압도하여 승리를 거둡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도 그렇거니와 스스로 생각해도 이 싸움은 자신의 완벽한 승리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는 낯선 사람에 의해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고 그 자리에 고꾸라진다. 고꾸라진 그는 그 낯선 사람에게 매달려 복을 ‘구걸’합니다. 자신의 간교함이나 의지의 힘으로 소유할 수 있는 복이 아니라 오직 ‘선물’로서만 주어지는 복을 구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복을 구걸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항상 복은 빼앗은 것이요, 버는 것이요, 쟁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도 그는 복이 선물(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낯선 사람에 의해 일격을 당해 쓰러지는 순간, 그는 비로소 그의 패배가 ‘완벽한 패배’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만이 완벽한 패배 후에 주어지는 것이 ‘은혜’라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뷰크너는 이것을 가리켜 ‘장엄한 패배’(The Magnificent Defeat)라고 부릅니다. 이 패배가 장엄한 이유는 그가 새로운 이름(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되었고, 동시에 야곱/이스라엘의 몸에는 하나님의 흔적(새로운 절뚝거림)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평생 계속되는 하나님의 흔적, 하나님의 은혜의 흔적(스티그마)을 그는 몸속 깊숙이 각인시킨 것입니다.
| 기도 |
주님, 절박한 붙잡음으로 당신께 매달리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