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0 20:55
“그분은 그대들처럼 대충대충 하지 않는다.”
- 스바냐 1:12 -
실천적 무신론(practical atheism)의 전통은 구약성경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시편 14편에서 시인은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은 없다고 말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가 말하고 있는 무신론자는 이론적 무신론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들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하늘이 문을 닫은 것처럼 살고 있는 신앙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불을 들고 예루살렘 거리를 샅샅이 뒤지시던 하나님에 대한 표상은 우리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다(습 1:12). 예루살렘이 어디인가? 하나님께서 그분의 보좌를 두신 성전이 있는 도시가 아니었던가? 장차 모든 민족과 백성들이 모여 야웨의 가르침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언된 하나님의 도시가 아닌가? 정의와 공의가 그 도시의 기초가 되고 인애(仁愛)와 진실이 그 도시의 기둥인 곳이 아니던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예루살렘은 빛을 잃었고 불의와 부정의 어두움이 그 자락을 깊게 드리우고 있었다.
스바냐 선지자 당시, 안일과 자만 속에 깊이 찌들은 예루살렘 주민들은 낮에는 야웨를 찾았지만 밤에는 금고를 쳐다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주일에는 야웨 하나님을 향한 신앙고백을 암송하였으나 주중에는 바알 신전을 기웃거렸다. 이방 풍습을 그대로 모방하는 자들, 협박과 폭력으로 힘없는 이들을 착취하고 강탈하는 자들, 혼합주의 종교를 신봉하던 자들, 야웨를 저버리고 신앙에 대해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하던 자들, 하나님보다 은과 금을 더 신뢰하던 자들로 가득한 영적 소돔과 고모라였다. 그곳에는 성(聖)과 속(俗)을 분리하여 껍데기 경건 안에서 영적 도피와 위안을 삼으려는 실천적 무신론자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이런 자들을 향해 스바냐 선지자는 선언한다. 야웨께서 바로 이런 실천적 무신론자들을 샅샅이 찾아내서 위대한 야웨의 날에 그들을 제물로 삼을 것이다(습 1:12~18). 야웨의 큰 날이 오면 예루살렘 성 사방에서 곡소리와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게 될 것이고, 성벽들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온 도시가 전율할 것이다.
- 류호준,「등불 들고 이스라엘을 찾으시는 하나님」중에서
[2013.2.1 at Grand Rapids, 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