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생활 에세이: "박카스 유감"

2010.07.29 13:09

류호준 조회 수:6802

“박카스 유감”


호텔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분이 외식산업학과의 교수로 지원을 했습니다. 한국의 저명한 여러 특급 호텔들에서 매니저급으로 일한 경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의 자기 소개서를 보니 서울 인근의 한 장로교회의 안수집사님이기도 했습니다. 말도 잘하고 활달하고 사귐성이 있어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면접시간이 되었습니다.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니 다른 것은 잘 몰라도 와인(wine)에 관해서는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알고 있는 포도주 종류만 해도 7-8백 가지라고 하였습니다.

 

교수 채용 면접은 전공, 언어, 신앙 등에 관한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사 위원으로서 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기독교 대학에 교수로 지원을 했으니 성경에 관해서도 조금은 아시겠지요?” 그런데 웬걸 성경 이야기가 나오자 지원자의 목소리가 낮아졌습니다. 시원치 않은 목소리로 “예, 많이는 몰라도 조금은 압니다.”라고 겸손하게 답을 합니다. 그래서 나는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책을 사면 다 읽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앞부분은 읽지 않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경의 맨 앞쪽에서 질문을 드리지요”라고 하며 그의 마음을 안정시켰습니다. “자, 이제 포도주와 관련한 성경의 상식 하나를 묻겠습니다.”하며 얼굴을 힐끗 쳐다보니 얼굴이 굳어져 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활달하게 이것저것 대답을 잘하던 분이 성경에 관해 물어본다니까 걱정이 앞선 듯했습니다. 다시금 안심시켰다. “와인과 관계된 질문입니다.” “성경에 최초로 와인어리(winery), 즉 포도원을 경영하고 와인 산업을 육성한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질문에 그 분이 멈칫거립니다. “힌트를 드리겠는데요, 성경의 앞부분에 나옵니다. 창세기에 나오지요.” 나는 그 정도면 대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한참 머뭇거리더니 빙그레 웃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뭔가 알았다는 표시였습니다. “대답은요?”하고 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큰 목소리로 “네, 박카스입니다!” 아이고, 박카스란다! 성경에 박카스가 있다고 지금 안수집사님께서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와우! 몇몇 심사위원들이 와장창 웃었습니다. 나도 덩달아 웃었습니다. 그러나 내 웃음은 박카스라 대답한 사람을 보면서 터진 웃음은 아니었습니다. 동아제약의 청량음료인 박카스를 말하고 있는 줄 알고 웃었던 나이든 심사위원들을 보고 웃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원자에게 “저는 성경에 박카스가 포도원을 창시한 사람인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귀한 정보를 주심에 대해 감사합니다”하고 농담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 안수집사님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주신(主神) 박카스(바쿠스)를 댄 것이었습니다. 노아가 이 사실을 들었더라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장로교회의 안수집사님의 성경 상식치고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즈음 한국 교회의 교인들의 성경지식에 대한 문맹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에 염려스러웠는데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확인해 보는 경우가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건데 인류 최초의 포도원 농장(winery) 이름은 “노아와 그의 아들들”(Noah and His Sons Winery) 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이름으로 포도원 상호등록을 하면 어떨까?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 와인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와인보다 훨씬 좋지 않을까? 박카스가 만든 포도주보다는 ”노아와 그의 아들들“이 만든 포도주를 성찬식에 사용하면 좀 더 성경적(?!)이지 않을까?(ㅎㅎㅎ) 여러분, 특별히 교회의 직분자 여러분, 성경을 제대로 읽읍시다. 덮어놓고 읽지 말고 열어놓고 읽읍시다. 노아는 성경에 박카스는 로마 신화에 나온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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