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21:44
“이름 값” 유감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한자어로 이름을 짓기 때문에 사람 이름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어주든, 부모나 조부모가 이름을 지어주든, 태어난 어린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태어난 아이에게 일종의 도덕적 부탁을 하는 셈이지요. “자라면서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름풀이를 하면 대부분 아주 좋은 뜻을 다 갖고 있습니다. 물론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도로 이름을 부적처럼 짓는 경우도 가끔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성경에도 작명이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히브리인들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담”은 흙과 먼지를 뜻하는 “아다마”와 유사 발음입니다. 성경 최초로 비극적 죽음의 희생자가 된 “아벨”은 “허무”, “덧없음”이란 뜻입니다. “여호수아” “이사야”와 같은 이름은 모두 “구원”, “승리”를 뜻합니다. “한나”와 같은 이름은 “은혜 받은 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오미”는 “즐거움”이란 뜻을 담고 있고, “아브라함”은 “열국의 조상”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하나님도 이름을 가졌습니다. “야웨”라는 이름은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라는 뜻이며, “예수”는 “구원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분들은 모두 이름값을 완벽하게 하시는 분들입니다.
물론 성경의 이름이 항상 좋은 뜻을 내포한 것은 아닙니다. 선지자 호세아는 자신의 불행한 결혼을 비유하여 자식들의 이름을 참 거북스럽게 지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그렇게 지으라고 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외동딸의 이름을 “로루하마”라 지었는데 “불쌍히 여김을 받지 못하는 계집아이”라는 뜻이었고, 호세아의 막내아들은 “내 백성이 아니라”라는 뜻의 “로암미”라 이름을 가졌습니다.
이름을 짓는 것은 모두 이름값을 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뜻에서 “그리스도인”(크리스천)이란 이름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라는 뜻에서 주어진 이름입니다.
교회가 생기면 반드시 교회 이름을 짓습니다. 지역 이름을 딴 이름도 있지만, 종종 교회가 갖고 싶어 하는 교회의 성품을 반영하는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런 교회가 꼭 되고 싶습니다.”는 뜻에서 지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종종 이름표를 잘못 달고 다니거나 아니면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래의 이름들은 특정한 교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명사로 지어진 교회 이름들에 대한 패러디입니다. 목적은 분명합니다. 우리 모두 이름값을 하고 살자는 다짐입니다.
믿음 교회엔 불신만 있고
소망 교회엔 절망만 있고
사랑 교회엔 미움만 있네.
진리 교회에 진리가 없고
충성 교회에 충성이 없고
성실 교회에 진실이 없네.
빛과 소금 교회에 어둠과 싱거움만 있고
주사랑 교회에는 자기 사랑만 있고
팔복교회에는 기복신앙만 있네.
임마누엘 교회엔 하나님은 부재하시고
벧엘 교회엔 바알이 득실거리고
그리스도교회엔 그리스도가 없으니
오호 통재가 아니면 뭐겠는가?
이름값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한국의 미, 창덕궁의 가을하늘, 박정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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