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8 22:29
짧은 글 모음
twitter@danielryou – 72
[세월의 속도]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안에 거북이 유전인자가 들어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아니면 누군가 거북이 유전인자를 만들어 그 안에 집어넣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고통 하는 사람들에겐 대신 토끼 유전인자를 값없이 공급해 주어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삶의 길이]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삶은 점점 줄어듭니다. 사랑하면 사랑 할수록 삶이 줄어든다는 조바심이 생깁니다. 인생은 줄과 같아서 어렸을 적에는 양팔을 다 벌려도 이쪽에서 저쪽을 함께 잡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그 인생 줄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다큐드라마] 결혼 이전에는 드라마 영화이고 결혼 이후엔 다큐멘터리라고들 합니다만 결혼전후와 상관없이 인생 자체는 다큐드라마입니다. 문제는 주어진 인생 안에서 어떻게 다큐드라마를 만들어 가느냐는 우리의 몫입니다. 창조성을 발휘하여 멋진 다큐드라마를 찍든 아니면 무덤덤하게 찍든지 그건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문명과 문맹] 스스로를 문명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의외로 문맹인들이 많습니다. 독해 문맹인들 말입니다. 이것이 한국 교육이 생산해내는 문제들 가운데 가장 위장된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랑의 묘약] 틀림이 다름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다름이 별다름 없이 느껴질 때 비로소 사랑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리라. 깨어지고 일그러진 세상에서 모든 것이 올록볼록 거울에 비친 물체처럼 보일 때에라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요정이야기처럼 개구리가 왕자가 됩니다.
[슬픈 인생] 자녀들이 어렸을 때 부모들은 침대 옆에서 동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잠들게 했지만, 자녀들이 성장한 후에는 그 자녀들은 그들의 부모들에게 잠 못 이루게 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슬프도다. 인생이여~~
[환자]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누구든지 환자가 됩니다. 성한 사람이라도 며칠만이라도 병원에 잡아놓으면 점점 환자로 변해갑니다. 전문화된 의료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모두가 심각한 환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병원은 이런 사실을 백 퍼센트 활용하여 때때로 불의한 이득을 챙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기저귀] 나 어렸을 적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 엄마는 내 기저귀를 수 없이 갈아주셨습니다. 육십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우리 어머니 지저귀를 갈아드렸습니다. 속절없는 눈물이 마음속에서부터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덕적 근력] 우월적 지위를 사용하여 아랫사람의 인격을 무참하게 짓밟고 농락하는 인간은 그가 누구든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공동의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사회의 도덕적 근력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울음] 가끔씩은 울어주어야 영혼의 창문에 묻어있는 먼지들이 씻겨 내려갈 것입니다. 애통하는 자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위로받음의 뜻을 몸으로 배울 것입니다.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눈길이 힘듭니다.
그러나 녹습니다.
오늘 하루처럼 인생이 늘 그래왔습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알아야 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앎은 한 과정으로서 내 삶을 지탱해 주었고,
그 중에 하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제네바 선언이 간절히 필요할 때가 있었습니다.
주장할 필요를 감히 못느끼고 일방적으로 주입되어야 할 때, 번개처럼 떠올라야 하는 요소들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을 앎이 됨직도 바람직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