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7 22:12
“일상 이야기: 인생 별것 있나요?”
독일 카셀에서 목회하는 홍성훈 목사가 일주일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내일 출국한다고 해서 형님들이 계신 성지(聖地) 방배동으로 호출하였다. 일산까지 모시러 간다고 해도 기어코 혼자 휠체어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우겨서 못이기는 척하고 조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황소고집이라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방배역 3번 출구에 왔다고 내려와 모셔가란다. 이젠 내가 휠체어 밀 군번이 아니라서 제자 목사들을 불러내었다. 김상훈과 이범의. 이범의 목사는 이제 박사가 되었다고 내 말을 안 듣고 오후에 천천히 오겠다고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박사를 천천히 주었을 것을 말이다(ㅎㅎㅎ). 김상훈 목사에게 점심 사준다고 꼬드겼더니 제대로 통했다(ㅋㅋㅋ). 일식 점심 유혹에 말려든 상훈 목사는 정시에 나와 내 대신 홍 목사님 어거(御車)를 잘 밀어드렸다. 지체 높으신 도옹은 늦게 나타났다. 넷이서 스시 집에서 점심을 잘 먹고 백석예대 교목실장이신 크리스 조(Chris Cho)의 연구실로 들이닥쳤다. 주인은 없었지만 부총장 도옹을 앞세워 연구실 문을 발로 차고 열어달라고 하니 교목실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여 문을 열어준다. 주인 없는 방을 점령하였다. 조금 후에 급히 달려온 크리스(Chris)는 딸이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수해온 원두커피라고 일장 자랑질을 한 후에 공손하게 손님들에게 향기로운 커피로 어른들을 봉양했다. ㅎㅎㅎ
기분이 좋아진 도옹이 일장 연설하자 모두 경청하였다. 은퇴 후에 어디 가서 살거냐고 묻는 것을 보니 조바심이 나긴 나나보다. 얼마 후 백석예대에서 공부하는 상훈 목사의 아들 수겸이가 내일 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Grand Rapids, MI)로 연수 떠난다고 인사하러 방에 들어왔다. 아주 잘생기고 성품이 착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아들을 둔 아빠 상훈 목사의 얼굴에는 뿌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랜드래피즈는 1980년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다스리는 영토이기에 아빠 상훈 목사는 내게 아들 수겸이를 위해 기도해 달란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수겸이를 위한 기도에 집중하다보니, 내일 독일로 떠나는 홍 영감을 위한 기도를 빼먹었다. 기도 후에 얼마나 심하게 나에게 면박을 주는지. 자기 기도는 안 해줬다고 왕 삐지기 일보 직전 간신히 수습을 했다. 지하철 타는 데까지 정중히 모셔다 드렸다. 가는 길에 도옹은 폼만 잡고 앞장서서 걷는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국을 용감하게 헤집고 다니는 성훈 동생을 보면 늘 마음이 짠하다. 동생 잘 가시게. 어머니를 묻고 떠나가는 길이 편치는 않겠지만 그래도 몸 건강히 잘 가시게. 참고로. 크리스는 작별인사를 이렇게 했다. “홍 목사님 잘 돌아가세요!”라고. 헐.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가나보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즐겁게 웃고 커피마시고 이런 저런 담소 나누고 하는 거지. 인생은 다 고기서 고기지. 나는 올해로 방배동에서 방을 빼는 관계로 홍 영감은 내년에 한국에 나올 일이 있어도 나를 여기서 보지 못하리라. 홍 영감, 나를 보려면 갈릴리로 오시오. 거기서 나를 보리라. 잘 알아듣기를.
글도 사진도 멋집니다~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