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9 21:59
“2010 선거 유감”
김정훈
떠들썩한 선거유세들을 보면 마치 어린 시절 운동회의 기마전이 떠오르는 건 왤까요? 기수를 무등에 태운 열기의 덩어리들이 뒤엉켜 아우성을 치던 그 기마전 말입니다. 이번에도 ‘노풍’이니 ‘북풍’이니 하는 바람몰이 선전선동이 난무하느라 책임성 있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선거운동을 기대하기엔 글렀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안보위기가 지난 진보정권이 10년 동안 쌓아올린 모든 업적의 패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억지와 매도를 서슴없이 하고, 다른 한편에선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내쫓은’ 묘기를 정치판에서 재현하려는 듯, 죽은 사람 바짓가랑이에 사활을 건 모양새를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어 우리 정치의 성숙과 진전을 지체시키는 걸까요?
인간이 쌓아올린 삶의 영역 가운데 정치는 가장 종교와 흡사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의 이슈는 비참과 위기로부터의 탈출이며, 안전과 복지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자아실현에 대한 약속들입니다. 이 정치에 생명력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 이념(ideology)입니다. 이념은 본래 인간의 위기와 비참한 상황이라는 토양으로부터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이런 좋은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념은 죄로 기울어지는 인간의 자구책들입니다. 진보의 이념이건 보수의 이념이건, 모든 이념은 항상 반대편에 어두운 그늘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념에 사로잡히게 되면 종교적 확신과 열정에 버금가는 맹목적인 편견의 노예가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망국지병인 학연, 혈연, 지연들이 가세하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의무감과 소신 있는 투표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의 미래는 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모두 들풀이며, 그들의 업적은 그 풀의 꽃과 같은 것입니다. 이런 최소한의 신앙적 견지(見地)가 없다면, 인간의 열정적 정치행위는 우상숭배가 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