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0 00:19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제자도”
기억하십시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이 세상에 자신의 머리를 둘 곳이 없었던 분을 따르는 일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일편단심의 충성심을 요구하셨던 분을 따르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요구하시는 제자도는 ‘잇대’라고 불리는 구약의 한 무명 인물이 보여주었던 태도 속에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우리들 중에는 잇대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아는 분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잇대라는 사람은 다윗 왕의 신복들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다윗이 한때 자신의 아들 압살롬의 칼을 피해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했을 때였습니다. 압살롬이 아버지 다윗으로부터 왕국을 탈취하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어느 어두운 날이었습니다. 군사들과 신복들이 하나 둘 다윗을 버리고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다윗이 뒤를 돌아보면서 잇대를 향해 말했습니다. “잇대여, 어째서 네가 우리와 함께 가려고 하느냐? 너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새 왕과 머물러 있거라. 너는 망명해온 외국인이 아니더냐?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내가 어제 온 너를 우리와 함께 끝없는 유랑의 길을 떠나자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너는 네 고향으로 돌아가거라. 야웨께서 은혜를 베푸시기를 원한다. 나와 함께 간다는 것은 곧 고난과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자 잇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말입니다. 아마도 모든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반복적으로 되뇌어야 할 고백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살아계신 야웨 앞에서 목숨을 걸고 맹세하지만
죽든지 살든지 왕이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삼하 15:21).
이것이 제자도입니다. 이것이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에 주님과 함께 발로 걷겠다고 따라나서는 사람들의 응답입니다.
- 류호준, 「예수님을 따르는 삶」중에서
잇대의 고백,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룻이 했던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례가 내 겨례이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입니다."(룻기 1:16)
보장된 무엇도 없이 길떠나는 이방 땅의 젊은 과부, 정말 '여자 아브라함'이라 불린만한 그녀.
주일 아침, 믿음의 선조들의 한 마디가 나에게 부끄러움이 되고 희망이 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