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A. 교리 지향적 개혁신학 전통 -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류호준 목사 (백석대학교, 구약학 교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리를 강조하는 개혁주의 전통은 성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특정한 기독교 교리들, 교회의 신앙고백문서에 반영되고 있는 특정한 기독교 교리들을 강하게 붙잡는 전통을 말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다음의 5가지 것들에 대한 독특한 이해와 깊이 있는 이해를 갖는 사람들이다. (1) 성경, (2) 은혜, (3) 창조-타락-구원-완성, (4) 언약, (5) 일반은총.


2. 은혜 (엡 2:8-10)

개혁신학은 먼저 우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죄 아래 놓여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부터 구출되고 구원을 얻는 것이 얼마나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은혜란 도무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일방적 호의를 말한다. 은혜는 그것을 얻을 만한 아무런 일을 할 수 없고 오직 선물로 받아들이기만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이며 무상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은혜는 탕자의 비유에서 아들이 마침내 어떤 것을 해서가 아니라 단지 아버지가 그의 아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 아버지를 움직여 잃어버린 아들을 환영하고 받아들이도록 했던 아버지의 사랑이다. 은혜는 우리가 하는 어떤 것도 하나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좀 더 사랑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놀라운 진리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사랑이 풍성하시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신다. 개혁주의 신학은 은혜에 관하여 말할 때마다 그것이 인간의 업적이나 성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강조해왔다. 은혜에 관한 고전적 말씀이 에베소서에 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니라.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엡 2:8-10)

일명 TULIP으로 널리 알려진 ‘칼빈주의의 다섯 가지 핵심적 교리’는 종종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없을 만큼의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의 실패와 부자격조건과 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이 교리는 하나님 풍성한 은혜로우심과 철저한 은혜를 강조하는 개혁주의 교리의 금자탑이다. “오직 은혜로만!”

최근에 미국의 기독개혁교단의 목사인 짐 오스터하우스(Jim Osterhouse)는 TULIP 대신에 FAITH라는 약칭으로 돌트 신경의 내용을 새롭게 표현하자고 제안한 일이 있다.

   ․Fallen Humanity (타락한 인류): 인간은 본질상 죄 안에서 죽은 자다. 그러므로 인간은
     죄와 그 결과들에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
   ․Adopted by God (하나님에 의해 입양되다): 사랑으로 하나님은 얼마간의 사람들을
     자신의 가족 일원으로 선택하셨다.
   ․Intentional Atonement (의도적인 속죄): 예수는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
     하시려고 죽으셨다.
   ․Transformed by the Holy Spirit(성령에 의해 변화를 받다): 성령은 하나님의 선택함을
     받은 사람들을 새사람으로 만들어(중생) 예수를 믿는 신앙을 그들에게 주신다.
   ․Held by God(하나님의 보호): 신자들은 하나님의 손안에서 영원토록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는다.


‘전적 부패’(Total Depravity)
사람은 자신의 죄된 성품에 의해 철저하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구원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죄로 부패한 인간은 하나님의 은혜를 제외하고는 무기력하고 소망 없이 자가 되었다. 바울은 “너희의 허물과 죄로 죽었던”(엡 2:1)이라고 말하고 있다. 타락한 상태에서의 인간은 단순히 약해지고, 병들고, 또는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것만이 아니다. 인간은 죽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믿음을 가질 수 없고, 하나님의 도움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교리는 타락한 인간의 상태를 가르칠 뿐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열망하게 한다.

‘무조건적 선택’(Unconditional Election)
하나님은 그의 긍휼 가운데 출생하기도 전에, 그리고 실로 세상이 창조되기도 전에 신자들을 선택하여 사랑 가운데 그 자신에게로 부르셨다.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 하나님은 얼마간의 사람들을 자신의 자녀로 입양하기로 작정하셨다는 은혜의 교리이다. “곧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엡 1:4-5). 하나님은 누가 믿을 것인가를 미리 아는 지식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그 기쁘신 뜻대로” 그의 자녀들을 선택하신 것이다.

‘제한 속죄’(Limited Atonement)
예수님의 속죄는 모든 사람들의 죄를 다 담당할 만큼 ‘충분’하지만 그 적용에 있어서는 오직 선택받은 자에게만 ‘유효’하다. 다시 말해 속죄는 성령으로 태어난 자들에게만 적용된다. ‘특수한 속죄’ 혹은 '목적 있는 속죄‘라 부를 수 있다.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롬 8:29-30)

‘불가항력적 은혜’(Irresistible Grace)
인간의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구원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이다. 신자가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신자를 선택하신다. 예수께서는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고(요 3:5), 또한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시면 아무라도 내게 올 수 없으니” 라고 말씀하셨다(요 6:44). 성령은 우리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드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과 그의 뜻을 간절히 사모하게 된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도 강력하기 때문에 항복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시인 엘리옷(T. S. Elliot)은 불가항력적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을 가리켜 '하늘의 사냥개'(hound of heaven)라 불렀다.도망하는 여우를 끝까지 추격하는 사냥개처럼 하나님도 그의 백성을 끝까지 쫓아가 붙잡으신다. 그래서 C. S. 루이스는 이 구절을 연상하면서 회심했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한다. “잡혔을 때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추적'이란 주제를 시편 139편보다 더 잘 표현한 곳은 아무데도 없다.

‘성도의 견인’(Perseverance of Saints)
하나님은 그의 능력에 의하여 신자를 그의 손에 안전하게 붙들고 계시며, 어느 누구 또는 어느 것도 신자를 자신으로부터 분리하지 못하도록 하신다. 이 교리의 이름을 '성도의 견인'보다는 '하나님의 보존'이라 부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우리가 끝까지 견딜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보호하시기 때문이다. 그분의 영원하신 팔에 안겨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 내가 저희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터이요, 또 저희를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요 10:27-28)

신자들은 하나님의 손에 안전하게 붙들려 있다. 신자들이 하나님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신자들을 붙잡고 계신 것이다. 이 사실은 신자의 영원한 안전함, 즉 성도의 견인이라고 불려 왔다. 바울이 로마서 8장 마지막 부분에서 말했듯이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35-39절)

개혁교회의 신자들이 구원에 관하여 말할 때, 그들은 자신들의 구원이 얼마나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혜로우신 일인가를 깨닫고는 말을 잃는다. 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선물이며 하나님의 은혜로서, 찬송가의 가사처럼 우리는 그저 “빈 손 들고 앞에 가 십자가를 붙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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