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짧은 글: 신대원장 취임사

2011.03.18 19:59

류호준 조회 수:8238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장 취임사

류호준 목사

(2011년 3월 8일)

 

 

제 개인적으로는 올해 2011년은 특별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신대원장으로 취임하는 해이기 때문이 절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해 놓으신 원래 계획 일정에 따르면 올해는 안식년이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특별한 해이겠습니까? 지난 17년 동안 나름대로 방배동에서 부지런히 달려온 달음질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1월 20일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사랑하는 큰 딸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으로 할아버지라는 명예로운 직함이 주어졌습니다. 손자가 태어난 후 열흘 동안 저는 지극정성으로 손자를 품에 앉고 새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였습니다. 떠나오면서 손자에게 약속했습니다. “예섬아,이 새내기 할아버지가 3월 1일부터 안식년에 들어간단다. 그때 다시 와서 일 년 동안 너의 자라는 모습을 내 가슴에 깊이 담아 놓을게” 하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안식년을 갖는다는 설렘은 마치 군대에서 - 이래 뵈도 저는 9사단 백마부대 최전방에서 34개월 20일을 복무한 육군 병장 출신입니다! - 마지막 정기 휴가증을 받아든 사병의 마음처럼 그렇게 기뻤습니다. 군화를 빛나게 닦고 행정반에 들어가 중대장에서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우렁차게 신고를 마치고 위병소를 거쳐 보무도 당당하게 몇 발자국을 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뒤에서 갑자기 호루라기를 불더니 빨리 귀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복귀명령이 난 것입니다.

 

신학대학원장이라는 직함으로 갖고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이라는 항공모함에 승선하여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항해하라는 명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안식년을 가지 못하도록 철야기도한 몇몇 학우들을 반드시 가려내어 손(금)을 볼 것입니다. ㅎㅎㅎ)

 

먼저, 막중한 임무를 맡겨주신 하나님과 백석학원 설립자님과 이사회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여러해 동안 신학대학원의 수장(首長)으로서 우리 신학대학원을 개혁주의 신학의 요람으로 가꾸어 오시기에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전임자 김진섭 박사님과 여러 동료 교수님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신임 신대원장으로서 여러분에게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개강 수련회를 통해 여러분에게 말씀드렸지만 저는 여러분들께서 신학공부기간을 “하나님을 추구하는 마음”을 만들어가는 기회로 삼으시라고 부탁을 드립니다.

    ·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마음을 만들어 가기 바랍니다.

    ·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교회를 위해 제대로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준비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자신의 이름이나 명예를 내기 위해서나 아니면 호구지책의 일환으로 신학

      공부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신학수련을 하는 동안 여러분은

      · 생명이신 하나님을 발견하고

      · 그분에게 우리의 눈을 고정시키고

      · 그분의 인도하심에 우리의 손을 맡기고

      · 그분에게 우리의 신학적 항해를 위탁해야할 것입니다.

 

제가 우리 신학도 여러분, 신학공동체에게 바라는 자그만 꿈이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 - 성부 하나님,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 -께서 존재하시고 사역하시는 방식처럼 우리도 그분을 닮아 가자는 것입니다. 7세기의 다메섹의 요한이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라고 불렀던 것처럼, 세분 한 하나님께서 서로를 받아들이시고 환대하시는 신적 공동체(divine society)를 이루신 것처럼, 세분 한 하나님께서 서로에게 친밀한 교통과 교제를 이루신 것처럼, 신학공동체는 그런 하나님의 존재방식과 사역 방식을 본받기를 소원합니다.

      · 서로를 받아들이시고 서로를 환대하시고,

      · 좀 더 넓게는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의 환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펴고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전해줄 수 있는

        사역자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곳에서부터

      - “환대하는 공동체”

      - “친밀함의 교제가 있는 공동체”

      - “옆에 있는 학우들의 작은 신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공동체”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아마 이것이 생명으로 가득한 ‘생명신학’의 핵심일 것입니다.

 

우리의 신학적 항해 위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이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파고가 높은 창파에 배를 띄었습니다. 그러나 이 배의 긴 항해 끝에는 천성의 포구가 있을 것을 밉습니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신실하심이 정녕 우리를 따를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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