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당신, 예수의 제자 맞지?”

요한 18장

 

어둠과 함께 수난주간 목요일 저녁이 찾아 왔습니다. 예수는 포승줄에 묶인 채 대제사장의 집 안뜰까지 끌려왔습니다. 거기에서 예수는 당시 대제사장의 장인인 안나스에게 심문을 받습니다. 안나스의 위압적인 심문에 대해 예수께서 조목조목 당당하게 대답하자 옆에 서있던 경비병 하나가 예수의 뺨을 후려갈기며, “네가 감히 어디다 대고 불손하게 대제사장님께 말대꾸를 하느냐?”며 심하게 윽박질렀습니다.

 

한편  날이 추워 대제사장의 하인들과 공관 경비병들이 불을 피워 놓고 그 주위에 모여서 불을 쬐고 있었을 때 대제사장 집 안뜰까지 들어갈 수 없었던 예수의 수석 제자 베드로는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게 곁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베드로에게 주위 사람들이 의심쩍은 눈총들이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도 저 예수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베드로는 이런 추궁을 받게 됩니다. 한번은 대제사장 집 문을 지키던 젊은 여자에게, 두 번째는 모닥불을 쬐고 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는 베드로에게 귀를 잘린 사람(말고)의 친척에게 추궁을 받습니다. “당신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저 예수라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내가 본 것 같은데? 아냐? 그렇지?” 뒤가 타들어가기 시작한 베드로는 세 번 모두 강한 어조로 부인합니다. “아닙니다!” “나는 그의 제자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베드로는 자기가 예수의 제자가 아니라고 부인했을까요? 두려움 때문에? 칼을 들고 대제사장의 하인이었던 말고의 귀를 자를 정도로 용감했던 베드로가 아니었던가요? 다른 제자들은 다 뒤로 물러섰음에도 베드로는 담대하게 예수의 체포와 압송 과정을 따라가지 않았던가요? 두려움 때문에 자기가 예수의 제자임을 부인했을까요? 글쎄요.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베드로의 마음을 읽는데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너도 예수의 제자냐? 당신 그의 제자야냐?”라는 다그치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나는 그의 제자가 아니오! 나는 아닙니다! 나는 예수를 따르는 자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한 베드로의 부인 그 자체를 곱씹어보려는데 있습니다. 베드로의 강력한 부정과 부인은 내가 생각하기에 베드로의 진실한 고백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생전 처음으로 “불편한 진실”을 진실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그는 “나는 예수의 제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그는 제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제자로 살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베드로가 따랐던 것은 예수가 아니라 예수가 행하시리라 그가 추측하고 바랐던 자신의 꿈들이었습니다. 그는 실제 예수 그리스도를 제쳐놓고 자기가 바라고 꿈꿔왔던 예수 그리스도 상을 따라왔던 것입니다. 즉 그는 자기가 꾼 꿈을 따라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되지 않자 비로소 진실을 말한 것입니다. “나는 제자가 아닙니다!”라고.

 

예수께서 십자가의 형틀로 점점 더 가까이 가시고 있는 동안,  “당신은 그의 제자요?”라는 질문이 오랫동안 예수를 따랐다고 자부하는 여러분과 저의 귀에 따갑게 들려올지도 모릅니다. 여러분과 저는 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야할 것입니다. “당신은 제자입니까?” “당신은 십자가까지 따라가는 제자입니까?” 이 질문은 그저 슬그머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다시 되돌아 들려올 것입니다.

 

이 도발적인 질문이 들려오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 질문을 어디서 듣게 될까요? 교회당에서? 아닙니다! 여러분의 일터에서, 회의 도중에, 사업을 계획할 때, 대학입학지원서를 넣을 때, 직장을 선택해야할 때, 결혼 상대를 결정해야할 때, 어려운 일을 당할 때에, 가족간에 분란이 일어나려고 할 때, 헌금을 하려고 지갑을 열 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나 기사를 볼 때, 불의한 일들을 목격할 때, 바로 이러할 때 그 도발적인 질문은 선명하고 쟁쟁하게 우리의 귓전을 때릴 것입니다. “당신, 예수 제자 맞아?”

 

그렇습니다. 일상의 순간들 가운데 우리는 누가 우리의 왕이시며 주인이신지, 우리가 정말로 그를 따르는 제자인지 다시금 결단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결정들이 내려지기를 소원합니다.

 

[사순절 주일 설교 중에서]

 

[North Dakota Sunset]

North Dakota sunse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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