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일상 신학 사전

* 포이에마에서 8월 27일에 출간되었습니다. *

488쪽, 정가, 12,000원

 

 

저자 서문

 

 

또 다른 날입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입니다. 지나가는 날입니다.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은 날들,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날들, 추억의 다락방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싶은 시간들, 얽히고설킨 상처들이 이국적 문양을 만들어 내는 세월들입니다. 사람의 삶과 인류의 역사라는 게 추함과 아름다움, 영광과 굴욕, 장엄함과 신비로움, 하늘과 땅의 비대칭형적 만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철없는 노란 병아리들처럼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모든 것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상에는 사람들의 웃음과 울음들이, 비열한 사건들과 슬픈 일들이, 지나치기 쉬운 물건들과 깨어지기 쉬운 관계들이, 자연의 해맑은 모습과 기괴한 얼굴들이 일정한 방향 없이 두리뭉실하게 오고 갑니다.

 

삶이 희로애락의 씨줄과 날줄로 자신의 독특한 문양을 이루어가는 동안, 내 삶의 동반자인 나 자신 역시 삶의 한 올 한 올을 다시금 쓰다듬고 만지작거려 봅니다. 일상의 어느 것 하나도 우연히 오고가는 것이 없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우리 곁을 스쳐가는 모든 일들에서 그분의 손길을 느낍니다. 3의 눈으로 교회와 세상과 사회와 사물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의 명암이 송두리째 하나로 묶어져 그분의 은혜가 되어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본서에 실린 글들은 짧은 글의 모음입니다. 길이가 짧아서 짧은 글이라 하겠지만 생각이 짧아서 짧은 글일 수도 있습니다. Facebook, Twitter와 같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 나누었던 생각들을 한 곳에 모은 것입니다. 일상의 언어로 신앙의 내용을 표현하고픈 생각에 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짧은 글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건과 사람들 속에서 느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내 자신에게 던지고 대답했던 것들입니다.

 

일상을 재료로 삼아 축약된 형태로 신학과 신앙의 담론을 담았기 때문에 곱씹어서 삼켜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내게 된 동기는 수십 년으로 올라갑니다. 그 때 나는 글을 통해 나의 정신적 멘토(mentor)를 만났습니다. 프레더릭 비크너(Carl Frederick Buechner)가 그였습니다. 사람 내면의 깊이와 높이를 살펴내는 혜안과 하나님에 대한 지고한 신비를 탐구하는 그의 구도자적 신실함이 그의 아름답고 고양된 문체에 담겨 있는 것들을 보고 경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본서의 형태는 그가 저술한 몇몇 책들의 제목을 보면 분명해질 것입니다. The Alphabet of Grace (1970), Wishful Thinking: A Theological ABC (1973), Peculiar Treasures: A Biblical Who's Who, (1979), Whistling in the Dark: An ABC Theologized, (1988).

 

그의 또 다른 책의 제목처럼, 나는 내가 반드시 의무적으로 말해야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말하는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Speak What We Feel, Not What We Ought to Say, 2004). 정답과 해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의 공감과 마음을 얻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포이에마의 대표 김도완 목사님과의 그의 스태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본서의 장르에 대한 그들의 깊은 이해와 지원이 아니었더라면 본서는 햇빛을 보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특별히 거친 원고를 매의 눈으로 살펴주시고 화려하게 옷을 입혀주신 박진희 선생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나님의 영광의 흔적과 은혜의 손길을 더듬어 찾아보시기를 소원합니다.

 

 

류 호 준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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