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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추천사는 곧 출판될 장미자 박사의 [신명기의 새관점: 1-11장](킹덤북스, 2010)에 대한 것이다. 장미자 박사는 독일(Freie Theologische Akademie)과 이스라엘(Jerusalem University College) 그리고 영국(University of Liverpool, (PhD)에서 구약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에스라 성경대학원 대학교 구약학 교수로 있다.

 

 

 

추천의 글

 

류호준 목사 (백석대학교 구약학 교수)

 

 

성경을 신중하게 읽는 평신도들이나 성경을 자세히 연구하는 신학생들은 종종 주석가들이나 성경학자들에게 “잘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시오”라고 부탁합니다. 물론 그런 요구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의 부탁은 성경 해석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알다시피 성경의 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상 사이에는 수천 년의 시간적 공간적 간격이 놓여 있습니다. 이런 간격을 메워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들이 주석가들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들은 그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연구하고 해설한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야 합니다.

 

모세오경의 마지막 책이며 언약백성들의 마음에 두고두고 되새겨야할 신명기가 탁월한 한 주석가의 노련한 솜씨 덕분에 이해하기 쉬운 해설서로 목회자들과 설교자들 그리고 신학생들에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추천하고 있는 저자 장미자 교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설교자들을 위한 성경 해석 잡지인『헤르메네이아 투데이』에 신명기(1-11장) 해설을 연재했습니다. 그리고 금번에 그 원고들을 새롭게 다듬어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본서를 자세하게 읽은 추천자로서 저는 본서가 신명기를 공부하거나 설교하려는 목회자들에게 큰 유익이 되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먼저 저자는 신명기를 남다르게 그리고 탁월하게 연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학자입니다. 저자가 영국 리버풀 대학교에 제출한 박사 학위논문이 “고대근동 저주에 비추어 본 성경의 언약저주 연구”였고, 이 연구는 고대근동의 모든 저주문헌을 연구한 후에, 성경의 언약저주를 비교한 학문적 성취입니다. 이런 비교 연구를 통해 저자는 성경에 나오는 언약저주 형태를 주전 7세기의 요시아 왕정시대로 보는 견해와 소위 ‘신명기적 역사’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자세하고도 설득력 있게 비판하였습니다. 이런 연구를 통하여 저자는 신명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열렸다고 말합니다. 특별히 본서의 앞부분(1부 1장)에는 저자의 신명기 연구 결과가 대다수의 주류 학자들이 말하는 방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 교수의 이런 비판적 견해는 아직까지 여전히 소수자의 의견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장 교수 혼자만의 외로운 견해는 아닙니다. 이미 상당수의 고명한 고대근동학자들 - 예, 키친, 밀라드 -도 이런 주장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는 장 교수가 발견한 학문적 결과와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교수는 학자적 정직성과 치밀성을 가지고 자신의 발견을 담담하게 개진하였습니다.

 

먼저 저자는 신명기의 저술시기가 신명기가 스스로 이야기 하는 시대에 부합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전통적으로 주류 학계에서는 신명기가 BC 1000년 기의 문헌, 예를 들어 에살하돈(BC 680-669)의 봉신조약 문서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은 신명기의 저작 연대가 유다의 요시아 시대(BC 7세기)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주류 학계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신명기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BC 2000년기 후반(1400-1200)의 히타이트 봉신조약의 구조를 반영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전통적인 복음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단순히 교리적 강조에 의한 역사성 입증하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탐구적 학문 조사의 결과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되어야 합니다. 즉 BC 2000년 기의 다양한 조약문서와 BC 1000년 기의 봉신 조약 형식을 비교하면서, 전자는 조약형식에 있어서 ‘역사적 서문’과 ‘축복-저주’ 목록이 강조되고 후자의 경우는 종주의 약속과 관계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신명기는 후자보다는 전자와 긴밀한 문헌적 맥을 같이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자는 저명한 고대 근동학자들 - 예, 멘덴할, 멕카티, 와인펠드 -의 기본적인 주장, 즉 신명기는 고대 근동의 조약문서와 유사한 문헌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들이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학설, 즉 신명기는 BC 1000년 기의 고대근동 조약문서의 영향을 받아 저술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론을 제기합니다. 저자의 강력한 반론의 무기는 신명기 28장의 축복과 저주 문헌 양식을 통해서입니다. 그에 따르면 BC 7세기의 에살하돈 봉신조약 문서와 신명기의 조약문서 형식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후자가 전자의 영향 아래 저술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두 문헌 모두 고대 근동의 문헌적 공통 유산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헌적 유산을 개작하여 각 저술가가 처해있던 상황에 맞게 저술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에살하돈의 봉신조약 문서의 저주항목과 신명기 28장의 언약 저주항목을 비교할 때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서의 가장 큰 공헌은 신명기를 모세의 고별 설교로 읽으면서도 동시에 ‘언약 문서’로 읽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먼저 신명기가 모세의 고별 설교라는 점을 기억시킵니다. 저자에 따르면 신명기는 세 번에 걸친 모세의 설교입니다. 첫 번째 설교(1:1-4:43); 두 번째 설교(4:44-28:68); 세 번째 설교(29:1-34:12). 그러나 이 설교는 하나님과 맺은 과거의 언약을 새롭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별히 고대 근동의 봉신조약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명기를 구성하고 있는 언약의 개념과 그에 따른 모세와 여호와의 관계는 고대 근동의 문화(조약문헌의 전통) 속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신명기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1. 전문(前文, Preamble, 신 1:1-5); 2. 역사적 서언(Historical Prologue, 신 1:6-4:43); 3. 언약 규정(Stipulations, 신 4:44-26:19)과 언약갱신(Covenant Renewal, 신 27장); 4. 축복과 저주(Covenant Blessings & Curses, 신 28장); 5. 언약갱신과 연계된 요소들(신 29-34장).

 

저자에 따르면 신명기를 읽어내는 전망대는 ‘언약의 전개’입니다. 아브라함 언약이 시내산 언약으로, 시내산 언약은 다시 모압 언약으로 갱신되어 간다는 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신명기를 읽게 되면, 언약 공동체는 그들의 소명과 사명을 새롭게 인식하게 됩니다. 즉 모든 민족을 위한 ‘복덩어리’가 되는 것이 이스라엘의 소명이며 사명이었습니다(아브라함 언약). 그리고 이런 소명과 사명은 민족적 차원에서도 계속됩니다.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특별한 소유’이며 ‘제사장의 나라’이며 ‘거룩한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기억해야한다는 것입니다(시내산 언약).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은 이러한 언약적 전통을 새롭게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모압 언약). 왜냐하면 모압 평지에 모인 그들은 모세에서 여호수아로 이전되는 지도력의 교체와 광야 유목민의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가나안 문화에 들어가게 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오경의 큰 틀 안에서 신명기를 바라보라고 권고합니다. 이점에서 본서는 신명기뿐 아니라 오경 전체에 대한 안내자의 역할을 탁월하게 해 내고 있습니다.

 

신명기 연구서로서 본서와 앞으로 나올 제 2권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충분합니다. 저자의 거시적 안목 안에서 독자들은 신명기의 세부적인 것들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꼼꼼하게 본문을 읽어내는 저자의 노력을 통해 우리 독자들은 언약의 하나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잘 알게 되리라 믿으며, 우리 역시 그 언약의 하나님에 대해 이전 보다 더 깊은 헌신과 충성과 사랑을 드리게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새 언약 공동체로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다시 듣는 토라“(申命記)로서 신명기를 지금도 계속해서 다시 들어야 합니다. 언약의 하나님께서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신명기의 말씀을 자세하게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저는 마음을 담아 본서를 적극 추천합니다. 저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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