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류호준 교수의 복음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 2013년 10월 16일에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유익이 되기를 바랍니다.십자가의 복음: 로마서』『통일의 복음: 에베소서에 이어 생명의 복음: 요한복음서입니다.

 

류호준,생명의 복음: 요한복음의 메시지(새물결플러스, 2013), 348, 15,000

 

저자 서문

 

예수님에 관한 좋은 소식을 담고 있는 네 복음서들 가운데, 요한복음은 다른 세 개의 공관복음(共觀福音, Synoptic Gospels)과는 다른 음조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복음서를 처음 읽는 사람들이라도 이런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것입니다. 요한복음이 가진 특색들을 몇 가지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요한복음이 제시하고 있는 예수님의 상()은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매우 고양되고 드높여진모습입니다. 마태나 누가는 예수님의 비천한 출생 이야기에 대한 내러티브를 담고 있지만,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출생을 땅에서가 아니라 영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의 장엄한 서언(1:1-18)은 영원부터 상존하시는 그리스도에 관해 말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에는 메시아의 비밀이란 것이 있어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정체에 대해 혼란과 혼선을 빚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처음부터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공개적으로 천명합니다. 그분은 하나님이 이 세상으로 보내신 분이기도 합니다. 공관복음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고뇌하시며 기도하시는 예수님에 대해 묘사하고 있지만, 요한복음은 당당하게 십자가로 향하시는 예수님을 그립니다. 요한복음의 예수님께는 십자가가 끔찍한 고난의 형틀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왕위로의 등극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심은 대관식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한에게는 예수님의 수난이 그분의 영화롭게 되심과 동일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십자가에 달리게 되는 고난의 시간을 내가 영화롭게 되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 요한복음에는 비유들이 매우 적습니다. 공관복음에는 하늘왕국 비유/하나님왕국 비유가 많이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요한복음에는 예닐곱 개의 표적’(sign, 징조)이 들어 있습니다. 공관복음에서 천국 비유들이 하나님의 통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라면,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이 행하신 표적’(sign)이적’(wonder)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시작되는 새로운 왕국을 가리키는 표지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요한복음에는 각각의 표적과 이적들 다음에 예수님이 진리에 대해 말씀하시는 강론들이 뒤따릅니다. 이러한 강론들 안에는 저 유명한 나는이다”(ego eimi)라는 예수님의 자기 계시 선언문들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나는 생명의 떡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는 양우리의 문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와 같은 진술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구약에서 야웨 하나님이 하셨던 자기 계시와 같은 형식을 취하심으로써, 자신이 하나님과 동등하심을 드러내는 메시아적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사람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시고, 자신이 메시아임을 믿으라고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셋째,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서와 달리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주간인 수난주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12-19). 주로 최후의 만찬’(13-14)고별 설교’(15-17)와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특별히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고별 설교(15-16), 뒤이어 나오는 고별 기도는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명설교이며 기도문입니다. 죽음 이후의 삶과 관련해 위로가 되는 주옥같은 말씀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기독교식 장례식에서 자주 사용되곤 합니다. 이런 부분들은 다른 복음서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넷째, 요한복음은 성령에 관한 복음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령의 인격과 역할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7:39; 14:16, 26; 15:26; 16:7; 20:22). 성령은 진리로 예수님의 제자들을 인도하실 것이고, 예수님이 하신 말씀들을 기억나게 하십니다. 성령은 예수님이 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 남겨진 제자들을 위로하시고, 그들이 곤궁에 처할 때 그들을 대변해주실 분이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으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요한복음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삼위일체에 관해 가장 진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복음서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다른 복음서에 비해 요한복음에는 성례전적색깔이 매우 짙게 깔려 있습니다. 물론 교회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성례에 관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종종 물과 떡과 포도주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요한복음의 배경에 사랑받고 있는 자의 공동체’(요한 공동체)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기록하는 장면에서는 요한복음만이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흘러나왔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세례와 성찬의 상호관계를 가리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빼놓고는 요한복음을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요한복음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생명의 복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 특별히 영원한 생명에 대해 요한복음처럼 강조하는 복음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영원한 생명은 죽음 이후의 생명일 뿐만 아니라, 또한 지금 여기에 도래하는 생명입니다. 이 세상이 감히 파괴할 수 없는 생명이 이미 예수님을 통해 주어졌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분을 믿는 자에게는 이미 영원한 생명이 주어졌고, 사망의 영토에서 생명의 나라로 옮겨졌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한복음은 시작된 종말론’(inaugurated eschatology)을 강하게 역설하고 있는 복음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이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달리 말해, 요한복음의 저술 목적이 무엇입니까? 사도 요한은 그의 저술 목적을 다음과 같이 분명한 어조로 말합니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메시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20:31).

 

이 책은 요한복음의 메시지에 문예-신학적 옷을 입혀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요한복음 공연입니다. 각 장()을 한 편의 작품으로 삼아 하나씩 무대에 올려봅니다. 전달하려는 본문의 메시지가 독자들의 마음속 깊은 울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자들의 호흡에 맞추어 준비한 것입니다. 23편의 글은 모두 예수님이라는 분과 그분께 위탁된 하나님 아버지의 일들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동시에 본문의 메시지들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신앙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말씀하고 있는지도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저는 이 책이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나 요한복음을 연구하려는 신학생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기를 바랐고, 그런 바람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의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모든 신자의 신앙적 성숙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목사의 서재에서 흘러나온 것입니다. 제가 섬기는 지역 교회의 일반 신자들을 위해 준비했던 설교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설교라는 미련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뜻을 그 백성에게 드러내기를 좋아하셨다는 사실을 저는 분명히 압니다. 가능하다면 여러분의 교회에서 일반 신자들이 그룹을 만들어서 대략 6개월 정도의 기간에 걸쳐 일주일에 한 장씩 함께 읽고 묵상하고, 신앙적 토론을 하면 영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학적 정보를 얻기 위해 요한복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과 그리스도(메시아)로 믿어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마음이 너그럽고 품격이 높았던 베뢰아 사람들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자세히 살펴보는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 결과로 그 중에 믿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보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17:11-12).

 

- 후략 -

 

가을의 길목에서

류호준 목사

 

 

 

생명의복음-입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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