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밤은 깊어지고 그분은 지체하실 때"

 

 

열 명의 처녀들이 등불을 들고 나갔습니다. 그중 다섯은 따로 넉넉히 등유를 마련했습니다. 엑스트라로 휴대용 용기에 기름을 담아 나간 것입니다. 동네 어구까지 갔다 오려면 넉넉한 등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유는 준비성이 있는 이들을 가리켜 지혜로운 처녀들이라고 말합니다. 어리석은 처녀들 역시 신랑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물론 덮어놓고 등불을 들고 나갔습니다. 혹시 모를 신랑의 지체는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킷을 챙겨 가지고 가는 일은 잊지 않았습니다. 밤바람이 쌀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주머니에 잔돈도 넣어 두었습니다.

 

이 비유가 표현하는 상징성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이 비유의 상징성이 있다면 하나님 나라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할 대(大) 연회를 기다리고 준비하고 갈망하는 사람들의 길고 긴 밤에 관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분의 도착 시간에 맞추어 나가는 것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분의 시간에 맞추어 준비하고 사는 문제입니다. 역시 시간을 맞추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밤이 길어집니다. 우리 모두를 포함할 때까지 밤은 길어집니다. 어떤 밤입니까? 한 밤중의 이편에, 밤이 칠흑같이 깊어질 때, 길고 긴 어둠의 밤, 길고 어두운 밤의 심장부에 이를 때, 한 세대가 가고 또 다른 한 세대가 오고, 일상의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적인 삶을 사느라 갈등하고 고통하고 애를 쓰고 있을 때입니다. 이 등불 저 등불을 수선하며 불을 밝히려고 애쓰는 밤입니다. 불이 당겨지지 않아서 애를 쓰는 밤입니다. 그래서 “여기, 조금만 도와주세요.”라고 간청하는 밤입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러한 길고 긴 밤의 지체(遲滯, delay)를 준비했던 사람들입니다. 잔치가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마음으로 준비했던 사람들입니다. 성탄절의 식사가, 크리스마스의 만찬이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준비했던 사람들입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등잔에 넣을 기름이 충분했습니다. 기름이 무엇인지는 다양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착한 행실들(善行), 성령, 믿음, 정의를 갈망하는 마음, 하나님 나라에 대한 환상, 끊임없는 기도, 지칠 줄 모르는 복음 증거, 복음을 위한 열정, 한 밤중에라도 기꺼이 일어나 하나님의 그 빛을 가리킬 뿐 아니라 심지어 그 빛이 있어야한다고 하나님께 큰 소리로 요청하는 것 등등.

 

누가 지혜로운 신자들입니까? 교회 안의 지혜로운 자들은 칠흑 같은 한 밤에도 신앙을 굳게 붙잡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신랑이 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래도 봉사하고 섬기고 희망하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약속하신 승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칠흑 같은 밤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마세요.

 

                                                       류호준,「하늘 나그네의 사계」중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새로운 홈페이지로 이사합니다. 관리자 2020.08.03 8420
공지 류호준 교수가 추천하는 한글 주석 [3] 류호준 2013.03.09 201835
374 구원의 서정: “교회 쇼핑 순서 안내!” 류호준 2010.12.08 9555
373 묵상을 위한 글: “우리의 몸, 그리스도와 만나는 길” 류호준 2010.12.02 7223
372 묵상을 위한 글: “빌립보서의 마스터 키(master key)” 류호준 2010.11.25 12542
371 감사절: “아브라함 링컨의 감사절 선언문” 류호준 2010.11.19 6858
370 묵상을 위한 글: “감사를 통해 모든 환경을 하나님께 드리십시오.” file 류호준 2010.11.19 6175
369 짧은 글: "피는 물보다 진하다" 유감 류호준 2010.11.13 6485
368 묵상을 위한 글: “하나님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이시다” 류호준 2010.11.13 6576
367 신앙교육: "튤립(TULIP)과 신앙(FAITH)" file 류호준 2010.11.12 7552
366 짧은 글: '사막 여행자 이야기'(비유) 류호준 2010.11.12 6338
365 짧은 글 모음: twitter@danielryou - 7 [3] 류호준 2010.11.10 5336
364 묵상을 위한 글: "성소(聖所, Sanctuary)" file 류호준 2010.11.06 13709
363 묵상을 위한 글: “바람에 날려보는 신앙” file 류호준 2010.11.06 7177
» 묵상을 위한 글: “밤은 깊어지고 그분은 지체하실 때" 류호준 2010.11.05 6645
361 신앙에세이: “성경과 과학 에피소드” 류호준 2010.11.02 6609
360 묵상을 위한 글: “교회는 구매 가능한 것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1] 류호준 2010.10.30 6253
359 생활 에세이: "사과와 변명의 차이" [1] file 류호준 2010.10.26 5733
358 묵상을 위한 글: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file 류호준 2010.10.23 13370
357 기도문: “어둡기 전에 저를 집에 가게 해 주세요” [1] file 류호준 2010.10.16 6016
356 묵상을 위한 글: “카이로스에 뿌리 내리고 크로노스를 살다” 류호준 2010.10.13 6681
355 묵상을 위한 글: “세례, 혁신적 변혁” 류호준 2010.10.09 6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