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서평: [시편주석]

2006.10.26 20:15

류호준 조회 수:11142

                                        김정우 교수의『시편 주석 I, II』서평

김정우,『시편 주석 I』(서울: 총신대학교출판부, 2005), pp. 914, 가격, 39,000원
김정우,『시편 주석 II』(서울: 총신대학교출판부, 2005), pp. 788. 가격, 34,000원

                          서평: 류호준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장, 구약학)
                                       * [그말씀]지에 실린 서평이다 *

신자 개인과 신앙공동체의 찬양과 기도서로 알려진 시편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사랑받아온 성경 중의 성경이며 기독교인들의 경건과 영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쳐온 성경이기도 하다. 우리 동시대의 탁월한 구약학자 김정우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저술 중에 있는 방대한 시편 주석 시리즈 가운데 첫 두 권의 출간은 한국 구약학계, 특별히 시편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여는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시편연구로 미국 Westminster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정우 교수는 학위 취득 후 16년이란 긴 세월동안 시편 연구에 매진해온 한국의 대표적 시편 학자이다. 먼저 책의 방대한 분량(1권 914쪽, 2권이 788쪽)은 독자들을 압도한다. 이런 방대한 분량의 시편 주석은 한국 구약학계 역사상 처음이며 앞으로도 이 기록은 쉽게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저서의 탁월성은 분량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차근차근 읽고 내용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저자의 세심한 해석과 정교한 논리 그리고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유려한 글 솜씨에 감탄하였다. 아마 앞으로 있을 사려 깊은 독자들도 나의 이런 경험에 동감할 것으로 믿는다.  

두 권으로 된 본서에서, 1권은 시편에 관한 전반적 총론과 시편 41장까지의 상세한 주석을 담고 있으며, 2권에서는 시편 42장부터 89장까지의 주석을 담고 있다. 먼저 1권에서 저자는 100여 쪽이 넘는 분량을 할애하여(21-137쪽) 시편에 관해 독자들이 알아야할 모든 총론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 시편의 명칭, 수와 절의 구분, 시편의 형성과정과 구조, 저작연도, 히브리시의 성격과 특징 등이 개괄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시편 해석 방법론을 다루는 부분으로 저자는 지나간 시대에서부터 현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편 해석 방법론을 열거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편 해석방법론을 소개한다. 그의 시편 해석 방법론은 근자에 널리 소개되어 있는 ‘정경적 해석’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우리가 시편에서 정경적 해석을 시도할 때 (1) 신, 구약 성경의 독자성과 통일성 (2) 계시의 유기적 발전 (3) 신구약 계시의 영감성과 권위성 (4) 구약 계시는 궁극적으로 기독론적 성경을 띠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1권, p. 105). 이것을 좀더 서술적으로 풀어 말하자면, 구약본문에 대한 치밀한 주석을 하려면 양식 분석, 배경 분석, 수사 분석을 통해 원래의 의미를 파악해야하며 그 다음에 그 시편이 구약 안에서 어떻게 상호 연결되고 발전되어 가고 있는지 살펴야하고 그 다음에 신약에서 성취된 구원사역과 구원 해석에 근거하여, 구약 본문 속에서 총체적인 신약적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해석의 순환과정을 거쳐야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개별적 시편 주석에 들어간다. 먼저 저자의 시편 번역이 ― 저자가 밝히듯이, 번역은『표준새번역』을 중심으로 수정한 것이다 ― 제시되고, 시의 ‘형식’과 ‘구조’와 ‘배경’을 논한다. 저자는 수사 비평적 관점에서 시의 구조분석에 힘을 기울인다. 그리고 본서의 주석 본론에서 저자는 시의 연(聯)구조를 중심으로 각 절을 해설해 나간다. 특이할 만한 사실은, 저자는 대부분의 시편이 3연 혹은 4연 구조를 갖고 있으며, 많은 경우 시편은 기승전결(起承轉結)과 같은 탄탄한 플롯(plot)을 갖고 있는 4연시라고 주장한다(1권, 97쪽).

저자는 각 시에 함축적인 제목을 붙임으로서, 그 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독자들에게 알린다. 그뿐 아니라 각 연에도 소제목을 달아 줌으로써 본문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시편 8장의 제목을 “사람이 무엇입니까?”로 붙이고 다시 4연 구조를 갖는 본시의 각 연의 소제목을 “하늘 위에 높은 주님의 위엄”(1-2절, 基), “우주적 전망에서 본 하나님의 사람 사랑”(3-4절, 承), “인간의 존엄성과 통치권”(5-8절, 轉), “온 누리에 가득한 주님의 영광”(9절, 結)으로 붙인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주석을 사용하는 독자들의 지적 부담을 덜어주고 본문의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를 아끼지 않는다.

각 연을 중심으로 시를 해설하는 주석부분에서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과 분석이 돋보인다. 특별히 그는 히브리 시의 구문법적 측면과 수사학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본문의 명료하고 명확한 의미를 제시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다른 학자들과 학문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발견되듯이, 이 탁월한 주석서에도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특별히 저자가 시편 해석을 할 때 추구하겠다고 하였던 ‘정경적 해석’이 실제 주석부분에서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 점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문적 주석으로서 본서는, 시편 번역의 시적(詩的) 레이아웃(colometrical layout)을 결여함으로써 히브리 시의 구문론적․의미론적 특성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구의 현대 성경 번역본(예, NRSV, NIV, 등)에 잘 반영된 콜론 나누기와 시행의 배열, 연과 연 사이의 구분 등을 번역의 레이아웃에 반영하였더라면 독자가 히브리 시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한국의 성경번역본들(표준, 개역, 개역개정, 공동, 쉬운 성경) 모두에서도 발견된다. 이 점은 앞으로 한국의 구약학계와 성경출판계(대한성서공회)에 중요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본서는 시편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신중한 신학도와 사려 깊은 목회자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최상의 주석서이다. 이점에서 시편 주석에 관한 한 한국의 구약학계는 김정우 박사에게 상당한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다. 이 시편주석은 김정우 교수의 대표적 역작(magnum opus)이 될 것이며 한국의 구약학계에서 시편 연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본서가 시편을 설교하려는 모든 목회자들의 서재 안에 꽂혀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이 저서를 동료 사역자나 목회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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