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1 22:52
짧은 글 모음
daniel's punch lines – 79
[조각하늘] 마천루 빌딩 숲 사이를 걷다가 문득 서서 하늘을 쳐다보세요. 빌딩들 사이로 들어와 있는 온갖 형태의 조각하늘들이 보일 것입니다. 푸른 하늘이 복잡한 세상 안으로 이미 들어오고 있는 풍경입니다. 이처럼 하늘은 멀리 있는 비현실적 실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와있는 실체입니다. 우리의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우리의 머리는 하늘을 이고 삽니다. 이것이 직립인간(Homo Erectus)의 특권입니다.
[희망고문] 이 세상일 가운데는 기다리고 바라고 소망해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간절한 기다림의 긴 줄을 바다 속 깊은 스올의 자리, 심연의 바닥에 던져봅니다. 희망이 가장 고통스런 고문(拷問)이 되는 순간입니다. 희망고문은 지상에서의 삶이 가져다주는 갈망의 고통입니다.
[기예] “예쁜 것들은 일하지 않는다.”는 말은 모더니즘적 표어일 수 있습니다. 기능성과 심미성이 함께 손잡고 가기가 어렵다는 고정적 관념에서 나온 냉소적 언사입니다. 그러나 인류 문화의 초기의 사람들은 도자기를 만들었습니다. 도자기는 기능성과 심미성의 완벽한 조화의 모델입니다. 기(技)가 예(藝)를 만나는 날입니다.
[죽음과 스위치] 내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스티브잡스는 50대50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남겨놓은 것들이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내세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에 그는 “죽는 순간이 마치 딸각하는 소리를 내는 on-off 스위치와 같을 줄 누가 알겠습니까?”라고 조용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스티브잡스는 그의 애플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것을 그렇게도 꺼려했는지 모릅니다. - 스티브 잡스 자서전에서
[비인간화] 기능성과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사람을 볼트와 너트로 전락시킵니다. 인격성은 무시된 채로 필요와 공급이라는 순환구조 속에 투입될 뿐입니다. 계량화와 수량화되어가는 비인간화의 길은 갈수록 넓어져 이제는 가축본능에 이끌리는 무리들이 떼를 지어 달려가는 광폭트랙이 되었습니다.
[미국 미시간의 북쪽 Traverse시의 호수변]
:], ~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