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6 22:18
짧은 글 모음
twitter@danielryou - 32
[배신] 일요일 아침에는 "호산나! 호산나!" 외치면서 예수를 칭송하던 인간들이 며칠 후 금요일에는 "저 놈을 십자가에 죽여라"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완전 돌변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인간이란 존재는 순식간에 마성(魔性)적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정] 하나님은 우리에게 삶은 달걀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손안에 방금 나온 신선한 달걀을 맡기셨습니다. 스크램블로 할지, 써니사이드업으로 할지, 반숙으로 할지, 완숙으로 할지, 계란찜으로 할지, 계란말이로 할지는 당신이 선택해야 합니다.
[멸종] 생태계에선 천적이란 것이 있습니다.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관계입니다. 이런 먹이사슬에서 예외적인 동물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오히려 먹이사슬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더욱 치밀하고 정교하게 만들어가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우리사회의 자화상입니다. 인간사회이기를 포기하는 멸종행위입니다.
[덕분] 어느 멋진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멋지신 이유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그만 호의라도 받으시면 그것을 당연시 여기지 않으시고, 그 대신 쓰고 있던 중절모의 채앙 끝에 오른 손 끝을 갖다 대시면서 "덕분입니다"(much obliged)라고 하시곤 했기 때문입니다.
[새 시대] 가라앉아 있었던 문제도 이젠 인터넷과 같은 SNS의 발달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미국의 어떤 신학교의 학위는 의심의 눈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상당수의 한국 신학교수들도 그런 학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버젓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들춰내어 그들의 인생을 몰락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완전 달라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학위] 하이에나 같은 몇몇 언론들이 몇몇 연예인들의 석사학위논문 표절을 파고들어 들춰냈습니다. 배우 김혜수가 유탄에 맞았지만 그녀는 누구처럼 지저분하게 질질 끌지 않고 쿨 하게 반납했습니다. 12년 전에 받았던 석사학위를 자진 반납한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의 특수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이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학교현장에서 이런 일들을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건 아닌데 하는 자괴감에 속이 상합니다.
[사색] 주님의 날은 사역하는 날이 아니라 사색하는 날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분이 행하신 일과 행하실 일에 대해 사색하는 일말입니다. 어려운 말로 계시의존사색이라던가요!
[별일] 별일도 없는데 별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문제지만 별일이 있는데 별일이 없는 것처럼 지내는 것도 문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