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0 13:32
“이 정도는 알아야 성경을 잘 알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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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전 처음으로 공관복음서를 읽는다고 상상해보라. 낯선 이름들, 제도들, 용어들이 무지하게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읽어도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왜 저런 다툼들이 있는지, 무슨 배경이 있어서 저러는지 헷갈릴 때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두개인, 바리새인, 수전절, 서기관, 대제사장, 할례, 회당, 백부장, 세겔, 이방인, 사마리아인, 안식일, 성전, 분봉 왕, 헤롯과 헤로디아, 랍비, 달란트, 로마병정, 십자가처형, 산헤드린 등 말이다.
[2] 생각해 보면 이런 용어들이나 기관이나 제도는 구약성경보다는 구약과 신약시대의 중간기를 알면 쉽게 이해되는 것들이다. 예전에는 신구약중간기라 했지만 좀 더 전문적으로는 제2성전기라 불리는 기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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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약과 신약은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내러티브를 이룬다. 그런데 그 중간이 비어있다. 그 중간을 알아야 구약에서 신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그 중간에 초기 유대교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초기 유대교에 대한 지식은 위로는 구약을, 아래로는 신약을 이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4] 연대기적으로 말해 초기 유대교(Early Judaism)라 함은 솔로몬 성전의 폐허와 바벨론 유수와 귀환후의 제2성전 건축의 때로부터 주후 70년의 그 제2성전인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까지의 거의 오백년 기간에 자란 유대교를 가리킨다. 학계에선 제2성전기(Second Temple Period)라 부른다. 용어 자체가 암시하듯이 이 기간은 주로 종교로써 유대교의 발아와 성장과 고난과 박해와 생존이 이루어진다. 역사적으로 유대교는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와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이교적 제국의 압제 아래 생존을 위해 다투어야 했다. 문명의 충돌, 종교의 갈등, 사상체계의 격돌을 겪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유대인들은 야웨 종교의 절대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그들만의 종교체계와 종교문헌들을 구축했다. 일종의 대응 정신으로 일구어낸 역사적 유물이다.
[5] 이런 유대주의의 토양 속에서 태동한 종교가 초기 기독교다. 따라서 초기 기독교는 유대교와의 연속성과 아울러 불연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기독교가 유대교에 대한 공부를 놓치지 말아야할 이유다. 초기 기독교의 주춧돌 같은 역할을 했던 바울이 바리새파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무엇보다 기독교의 창시자인 예수의 종교적 배경이 유대교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식을 기록하고 있는 신약성경을 유대교적 배경을 염두에 두며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6] 제2중간기에 관한 연구서들은 이미 서구학계에 적지 않게 쏟아져 나왔다. 몇몇 학자들을 거명해보자면 Shaye Cohen, John J. Collins, David Flusser, George W. E. Nickelsburg, James C. VanderKam의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는 책의 목차와 추천단평이다.
제1장 제2성전기 이전의 이스라엘
제2장 회복
제3장 헬레니즘, 유대교, 마카비 가문
제4장 묵시문학
제5장 쿰란과 사해사본
제6장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산헤드린
제7장 로마인의 등장
제8장 로마의 통치
제9장 유대인 예수
제10장 이스라엘의 반란
제11장 그리스도에 대한 신약적 이해와 유대교 근원
[7] 책안에 실린 추천단평이다.
“개신교에서 신구약중간기로 불리던 기간과 오버랩하는 시기를 유대교에선 제2성전기라 부른다(516 BCE ~ 70 CE). 이 기간에 관한 연구는 유대학 입장에선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한 가치가 있겠지만 기독교인의 관점에선 더더욱 그렇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리새파, 사두개파, 에세네파, 열심당파가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 물론 초기 기독교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기독교는 진공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신약 성경의 예수를 정녕 이해하려면 제 2성전기의 유대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 일수 밖에 없다. 저자는 유대교의 발흥과 핵심 사상들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정밀하게 살핀다. 솔로몬성전의 파괴와 바벨론 유배, 헬레니즘과 이어지는 로마제국 안에서 유대인들의 신학적 성찰과 생존과 대응 태도 속에서 자라온 유대교를 탁월하게 기술한다. 특히 그들이 남긴 문헌적 전통, 즉 구약위경과 외경, 사해문헌, 미쉬나, 탈무드, 요세푸스에 이르기까지 유대교에 관한 모든 문헌들을 사용하여 유대교의 사상사적 전개를 역사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읽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유려한 번역은 독자를 미소 짓게 한다. 구·신약성경을 깊이 알고자하는 목회자, 설교자, 신학생에겐 필독서이어야 한다.”
류호준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은퇴교수
프레더릭 J. 머피,《초기 유대교: 예수 운동》유선명 옮김 (새물결플러스, 2020), 760쪽, 정가 42,000원
Frederick J. Murphy, Early Judaism: The Exile to the Time of Jesus (Baker,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