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보이지 않는 세계

 

 

*****

 

학자들의 책은 진공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의 삶의 이력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된다. 지금 소개하는 책의 저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신학적으로 보수적이며 근본주의적 색체가 강한 대학 중에 하나가 밥 존스 대학교(Bob Jones University)이다. 이곳에서 대학을 나온 학생이라면 그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었을 지를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그 후 아이비리그 대학중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고대사를 공부한 후 위스콘신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히브리어와 셈족어를 공부하고 마이클 폭스 교수 지도아래 “The Divine Council in Late Canonical and Non-Canonical Second Temple Jewish Literature.” 제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학위를 취득했다(참고로, 한국에서 마이클 폭스 교수 지도아래 학위를 취득한 학자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현창학 교수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유선명 교수가 있다). 비록 근본주의적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최고의 학문성을 자랑하는 대학에서 최종학위를 받았다는 뜻이다. 학문적 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학위논문 주제는 사실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되었다고 기술한다. 시편 82편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하나님(엘로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에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엘로힘) 가운데서 재판하시느니라.”(82:1)

 

 

구약의 하나님이 만신전(萬神殿, Pantheon)의 일원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그는 박사학위논문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일명 천상의 어전회의” “신들의 모임에 관한 주제였다. 이렇게 하여 그는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의 보수적인 신학과 관점을 사라졌다는 뜻일까? 전혀 아니다. 그는 학문적으로 하나님의 유일성을 견지하면서도 어떻게 고대 세계에서 신들의 세상에 관한 이해가 펼쳐지는지를 학문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좀 더 많은 독자들에게 쉽고 이 사실을 옹호하기 위해 대중적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저자의 학문적 여정을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보수적인 신앙과 신학을 견지하면서도 소위 객관적 학문성을 확보하여 상아탑 세계가 종종 학문성을 빌미로 복음주의 진영의 학자들의 학문성을 은근 무시하는 시선을 가라앉히고 당당히 자신의 견해를 학문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학문적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어쨌건 저자는 당차게 고대적 사유로 성경전체를 일관성 있게 읽어내는 접근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부연하자면 구약학을 연구하면서 특히 고대 근동학을 함께 공부하게 되면 저자가 논의하고 있는 주제가 그리 새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보통의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아래는 책 안에 실린 간단한 추천단평이다.

 

 

구약성서 안에는 신비롭고 이상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 본문들이 꽤나 있다. 현대인들의 눈이나 머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초자연적 세계다. 일명 신들의 세상에 관한 본문들이 그렇다. 예를 들어, 고대 근동에서는 자연스런 만신전(pantheon) 사상이 성경에도 있는가? 천상회의, 신들의 모임, 북쪽 꼭대기, 우주적 산과 에덴동산, 네피림, 니므롯, 하나님의 아들들과 같은 용어들은 분명 초자연적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성경의 거대 드라마는 하늘의 세력들과의 거룩한 전쟁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시편 82장을 시발점으로 하여 이러한 수많은 낯선 초자연적 본문들을 찾아 길을 떠난다. 이 책의 부제인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 회복하기에 잘 나타나있듯이 이 책 안에는 저자가 신앙심 깊은 현대인의 입장에서 고대의 성경 기자처럼 사유하려고 몸부림친 흔적이 깊숙이 묻어 있다. 보수적 신학에서 출발한 저자는 다신론적 배경을 지닌 고대 근동학을 전공하면서 고대인들의 사유방식과 성서의 세계관이 어떻게 연관성을 갖게 되는지를 심도 있게 연구하여 튼실하고도 흥미진진한 책을 만들어내었다. 지금까지 변방에 밀려 있던 주제가 어떻게 성경 전체의 중심부로 진입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고대적 사유로 성경 전체를 일관성 있게 읽어내는 접근방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읽는 내내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스릴과 두근거림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목회자와 신학생은 물론 진지한 크리스천들에게 강력하게 일독을 권한다.

 

류호준 교수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은퇴)

 

 

마이클 하이저,보이지 않는 세계손현선 옮김 (좋은 씨앗, 2019), 680, 정가 2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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