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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김순영,『열쇳말로 읽는 코헬렛』한국구약학총서 20 (서울: 프리칭 아카데미, 2011)

 

 

삶의 덧없음과 허무함, 인생무상을 느낄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성경이기는 하지만 구약성경 가운데 전도서만큼 신학적으로 신앙적으로 평가 절하된 성경도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염세적 색채가 강하고 덜 경건하고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희망찬 정열과 신앙의 열정을 북돋우는 내용보다는 모든 것이 덧없이 흘러가고 마침내 인생은 무덤을 향해 귀향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전도서의 처음과 끝이 이 사실을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1:2; 12:8)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전도서는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에서 좀 이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헌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비관주의자, 염세주의자, 실체에 대해 항상 어둡게 생각하는 사람들,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어가는 사람들, 소소한 일상에서 허덕이는 사람들.

 

물론 전도서는 ‘덧없음’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덧없음’으로 번역될 수 있는 히브리어 ‘헤벨’이 구약성경에서 대략 70번 정도 나옵니다. 그중 39번 정도가 전도서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전도서는 ‘헤벨의 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헤벨이 무엇입니까? 추운 겨울 아침 창밖을 향해 숨을 내쉬어보십시오. 하얀 입김이 모락거리다가 금방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손을 내밀어 잡으려 해도 눈앞에서 없어집니다. 얼마나 허망한지요. 전도서는 이것을 헤벨이라 합니다. “헛되다”, “덧없다”, “세상에 오래 지속되는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이스라엘의 지혜전통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전도서는 황혼녘을 연상시키는 문헌입니다. 황혼은 아직도 희미하나마 빛이 남아있어 밤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광명한 대낮도 아닙니다. 모든 것일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간대입니다. 한낮의 땀과 수고와 눈물과 웃음이 한데 두루 뭉실 뒤엉켜져 때론 모순과 부조리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도서를 읽다보면 눈물 속에 반사되는 무지개가 보입니다. 앞으로 나가게 할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무 아래 앉아 있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요?

 

김순영 박사의 전도서 연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탁월한 학문적 공헌입니다. 지난 7년여의 결코 짧지 않는 세월동안 김순영 박사는 전도서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전도서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김순영 박사는 불굴의 투지로 한국에서의 전도서 연구에서 귀중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김 박사는 학문적 연구뿐 아니라 전도서를 통해 인생과 삶의 의미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누룩처럼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 자녀를 보면서, 새벽별의 찬란함을 음미하면서, 땀 흘리는 노동자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삶의 고단함을 보면서, 식탁에 둘러앉아 기도하는 가족의 신성함을 느끼면서 전도서의 깊이와 너비와 높이를 배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출산한 것이 본서입니다. 본서는 단순히 책상에서 쓴 책이라기보다는 코헬렛과 함께 고민하고 노래하고 웃고 울고 좌절하고 기뻐하는 삶의 부화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생명입니다.

 

김 박사의 코헬렛 연구를 옆에서 지켜보았던 지도교수로서 나는 본서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습니다. 그녀가 쏟아 부은 땀과 눈물이 결코 덧없거나 헛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코헬렛이라 부르는 전도서의 지혜 선생님은 우리에게 무료하고 무상한 해 아래에서 일상의 삶을 잘 살도록 가르쳐줍니다. 김순영 박사는 그의 가르침을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었고 이 점에 대해 김순영 박사의 노고는 크게 치하 받아 마땅합니다. 전도서를 옆에 두고 본서를 읽고 연구하는 독자들은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하나님을 경외하게 될 것입니다.

 

 

류호준 박사(백석대학교 신학부총장 겸 신학대학원장, 구약학 교수)

 

열쇳말로 읽는 전도서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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