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새 책 소개: 《영적 전쟁》

2020.03.26 01:18

류호준 조회 수:124

영적 전쟁이라고?

 

흔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 영적”(spiritual) 혹은 신령한”(spiritual)이란 용어가 있다. 명사는 ”(spirit)이다. 그런데 영에도 좋은 영, 선한 영(good spirit)이 있고 나쁜 영, 악한 영(evil spirit)도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라는 뭘까? “이라는 게 있을까? 예를 들어, 유령, 귀신, 천사 등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 말이다. 무슨 의미로 영적”, 혹은 신령한이란 말을 사용하는가?

 

구약이나 신약시대는 분명 지금 우리가 아는 과학시대는 아니다. 지금 시대의 눈으로 볼 때 구약과 신약이 그려내고 있는 시대는 분명 비과학적 시대, 원시시대, 미신적 시대, 주술과 영적 존재를 믿는 시대다. 특히 계몽주의 시대 이후로 서구인들은 성경의 시대를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서구인들은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성경의 신화적 이야기, 초자연적 이야기, 기적이야기, 귀신이야기, 악한 영에 관한 이야기들을 비신화화해서 읽도록 교육되었다. 신학자들이 그렇게 교육시켰기 때문이다. 어쨌든 의미만 중요하니까 말이다. 껍데기는 벗겨내고 알곡만 끄집어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 매우 학문적이고 똑똑한 서구의 신학자(성경학자)들 대부분 영적 존재들에 관한 성경의 언급들에 대해서 이상과 같은 동일한 태도로 대했고 가르쳤다.

 

한편 고대인들이나 지금의 동양인들과 아프리카인들 대부분은 과학시대 이전에 살고 있는 관계로 지금의 과학적인 서구 유럽인들에 비해 훨씬 미개해서(?) 영적 세력들(마귀, 귀신 등)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럴 것이리라. 그런 존재들에 대해 별로 의심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 왔다. 그러다보니 마술, 점술, 귀신, 부적, 초혼, 영매, 주문, 마법, 점성술, 무당, 신접술 등이 횡행하게 되었다.

 

,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성경에 기록된 영적 세력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제적/인격적 존재들인가? 아니면 집합적, 제도적, 사회적 악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투영인가? 즉 구조악(structural evil)이라 부르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가능한 입장을 아마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전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후자만 인정한다.

    과학적 사고 아래 사는 사람이 성경을 읽는 방법. 주로 서구 신학자들이 그렇다.

 2. 전자는 인정한다. 그러나 후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는 성경주의자들이나 개인적 영적 체험을 강조하는 오순절 계통의 사람들,

    심한 경우 맹목적 광신자들이나 이단과 사이비들

3. 전자도 인정하고 후자도 인정하되 둘은 따로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둘 사이의 역학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내 놓지 못한다. 아니면 심리학적으로

    Compartmentalization의 소유자일 수도 있다.

4. 전자를 인정하되 전자는 오로지 후자를 통해서만 활동한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으면서도 과학적 시대와 조화를 이루려한다.

 

 

복음서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바울 서신에도 이른바 영적 세력들에 대한 언급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예를 들어 공중의 권세 잡은 자들” “통치자들” “권세들” “능력들” “주권들” “보좌들” “세상 주관자들” “귀신들등이다. 모두가 어둠의 세력들”(Powers of Darkness)이다. 흥미롭게도 전통적인 바울 서신들 말고, 학계에서 소위 위/-바울서신(pseudo-Pauline, 혹은 non-pauline)으로 알려진 골로새서나 에베소서에 이런 용어들이 아주 중요하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특정 지역교회들의 신학적 이슈들을 다루는 바울 서신들과는 달리 골로새서와 에베소서가 우주적 범위의 신학적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예만 보자면

 

1:16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thrones or powers or rulers or authorities)

2:15 통치자들과 권세들(the powers and authorities)

1:21 “모든 통치와 권세와 능력과 주권과 모든 이름” (all rule and authority, power and dominion,

            and every title)

2:2 “공중의 권세 잡은 자 곧 영” (the ruler of the kingdom of the air, the spirit)

3:10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 (rulers and authorities in the heavenly realms)

6:12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 (the rulers,

            the authorities, the powers of this dark world and the spiritual forces of evil in the heavenly realms).

 

이런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미국의 신약신학자가 있다. 현재 미국 탈봇 신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는 클린턴 아놀드 박사다. 영국 아버딘 대학에서 에베소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능력과 악의 세력들이란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학위논문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Ephesians: Power and Magic: The Concept of Power in Ephesians in Light of Its Historical Setting으로 영국 신약신학회 단행본 시리즈 63권 째로 1989년에 출판되었다.

 

박사학위논문 후에 계속해서 이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하다 보니 아놀드는 자연스레 골로새서와 에베소서 주석을 쓰게 되었다. 지금 소개하는 책 역시 그의 처음 저술 목적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서구의 지배적인 세계관인 과학적 세계관을 흔들어보고 기독교 세계관을 확립하려는데 저술의 목적과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진술한다.

 

한편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동양의 (인도)신비종교, 초월종교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주술과 오컬트와 같은 사이비 종교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과학시대에 이런 비과학적인 일들이 버젓이(?)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웬 일일까? 하기야 한국 기독교 안에서도 영적 전쟁이란 말들이 여기저기서 사용된다. 무슨 의미로 사용하는 것일까? 이런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연구 전공이 일치하다보니 아놀드는 이런 책을 계속해서 저술하는 듯하다. 이 책은 목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제적 조언을 하는 책이기에 유익하다. 마지막 제3부의 제목 영적 세력들의 현대적 의미가 그러하고 결론의 제목 영적 세력들과의 싸움이 그러하다.

 

종합하자면, 여러분은 다시금 저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입장을 되짚어보시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어디에 위치할까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지금 우리는 영적 전투 혹은 영적 전쟁을 치루다 할 때 어떤 성경적 지지를 받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에베소서와 골로새서 전공자이며 현재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이신 길성남 박사가 번역자로 선택(?)된 것은 아주 적절하다. 좀 대중적인 저서이긴 하지만 학술적으로 정확한 번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아주 믿을 만한 번역자이다 

 

클린턴 E. 아놀드,영적 전쟁: 바울 서신으로 본 사탄과 악한 영들길성남 옮김 (이레서원, 2020), 320, 정가 18,500

 

Clinton E. Arnold Powers and Darkness: Principalities and Powers in Paul’s Letters(Downers Grove, IL: IVP, 1992)

영적전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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