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용서, 그 불편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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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기도한다. 기도는 하나님께 청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기도의 전형으로서 주기도문을 든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쳐 주셨다. 따라서 분명 주기도문 안에는 예수의 제자들이 반드시 기도해야할 항목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나님께 기도해야할 항목들이 수만 가지 일 텐데, 그 중 세 가지만 고르라면 무엇이 들어갈까? 선택된 세 가지는 여간 어려운 관문을 뚫고 선택된 가장 중요한 항목일 것이다. 그 세 가지 중의 하나가 용서에 관한 것이다. 그니깐 용서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상할 수 있으리라.

 

 

용서는 참으로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다. 이론적으로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불편한 진실이다. 용서는 두 인격체 사이에 오고가는 쌍방 차선이다. 용서의 전 단계인 폭행이나 악이 쌍방 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용서는 당연히 쌍방 간에 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용서는 일방적이지 않다. 쌍방적이다. 그러므로 용서와 회개는 함께 가는 쌍두 마차여야 한다. 달리 말해 용서의 문제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고, 용서는 그 사이에 상호적으로 작동하는 신비로운 기재(器材). 오죽하면 () 만이 용서한다!”라고 했을까!

 

 

친애하는 제자 방정열 박사가 이 어려운 주제를 다루었다. 학문적 책보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을 쓰는 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많은 성찰과 고심하는 밤들이 없이는 쓰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방향은 부제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거짓 용서에서 벗어나 성경의 바른 용서 찾아가기!” 용서 나라를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자임하는 책이다. 다양한 예화들, 읽기 쉽게 쓴 독자 친화력 문장들, 단순 감정적 접근에서 벗어나 단단한 논리와 성서적 기반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용서 건물이다. 표지에 나오는 열 사람의 얼굴 모습을 보면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용서에 대해 내면적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지, 우리도 용서에 관한한 눈을 지그시 감고 아래 이야기를 잠시라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내 경험상, 용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있다. 시편의 많은 탄식시(lament)들은 가해자로부터 억울한 일들 당한 피해자가 하나님께 그 억울함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독자들이 그 시를 읽으면서 깊게 몰입하는 경우는 종종 자신을 피해자와 동일시하는데 있다. 이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사람이 다 피해자라면 도대체 가해자는 어디 있다는 말인가? 왜 자신을 가해자의 입장에서 읽지 못하는가! 그렇게만 읽는다면 세상(교회 공동체)은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정열,용서, 그 불편함에 관하여(세움북스, 2020). 248, 정가 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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