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4 15:28
폴 밀러,『사랑하다, 살아가다』윤종석 역 (복 있는 사람, 2015), 273쪽. 정가 13,000원
히브리 단편 문학의 정수인 “룻기”는 4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체 성경입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 안에 여러 복선들과 문학적 모호성과 암시와 은유 등으로 가득한 감동적인 단편입니다. 불행으로 찌든 한 초로의 여인 나오미와 낯선 땅과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 전체를 걸어야한 했던 젊은 과부 룻이 함께 고난과 난관을 헤쳐 가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른바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며 그들의 삶이 어떻게 빈곤과 공허와 비애와 비어있음에서 채워짐과 충만과 기쁨과 풍족으로 이전되어가는 지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불멸의 작품입니다. Geraldine Pager가 명연기를 펼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1985년 영화, The Trip to Bountiful의 제목이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요.
룻기는 온전한 남자 보아스와 온전한 여인 룻의 신실한 사랑(헤세드)으로 나오미의 불행했던 삶에 의미와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과정을 그림언어로 그려냅니다.
룻기에 관한 많은 주석서들이 있지만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책은 일상의 언어로 쉽게 룻기의 핵심적 단어인 히브리어 헤세드를 다양한 차원에서 성경 스토리라인을 따라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 폴 밀러는 총 4장인 룻기를 1장은 “헌신적 사랑”, 2장은 “사랑의 여정”, 3장은 “생각하며 사랑하는 법 배우기”, 4장은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는 제목들 아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폴 밀러의 책은 한마디로 “깨어진 관계의 세상 속에서 사랑하고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입니다.
아래는 책에 들어 있는 나의 추천 단평입니다.
“깨어지고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누군가를 향해 사랑의 헌신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실패하지 않는 사랑, 출구 전략 없는 무모한 헌신, 되돌아올 것을 계산하지 않는 사랑, 궁극적으로 모든 관계를 회복하고 세워가는 사랑, 히브리인들은 그런 사랑을 ‘헤세드’라 불렀습니다. 풀 밀러는 룻기의 중심 주제인 헤세드의 내러티브를 통해 우리 시대의 상처를 회복하고 승리하는 길을 그림처럼 그려 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다. 살아가다』는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책이며, 감동적인 안내서입니다.
류호준 목사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