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제발 팔레스타인 땅에 대해 똑똑히 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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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를 뭐로 표현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인생살이를 땅따먹기라고 말한다. 미식축구를 보노라면 결국 상대방 땅을 야금야금 잡아먹어 마침내 상대방 터치라인에 들어간다. 어렸을 적 놀이 가운데 땅따먹기를 기억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쟁은 무엇 때문일까? 땅따먹기! 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가? 땅따먹기! 제국주의는 무엇인가? 땅따먹기! 갑질을 왜 생겨나는 것일까? 영토과시! 분쟁과 소송은 왜 끊이지 않을까? 땅따먹기!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이든 싸움과 분쟁의 근원에는 땅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땅은 인간 실존의 허상을 가리키는 상징어다. 정착, 안정, 영토, , 자리, 위치, 신분, 재화, 권세,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사는 어디서든지 자리싸움은 계속된다.

 

성경에도 의 중요성에 대해 상당한 무게를 둔다. 왕의 정원인 에덴 왕국에서 추방당한 인류는 땅에 정착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떠돌이가 아니라 정착민으로 말이다. 구약의 족장 이야기는 천막생활하며 떠돌이로 살던 그들과 그들의 후손에게 하나님께서 정착하여 살 을 약속하는 것에서 절정을 이룬다. 출애굽 하여 광야에서 유랑하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조상의 땅을 약속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가나안 땅에 이르게 된다. 그 약속의 땅에 정착하기 위해 얼마나 피를 많이 흘렸던가? 이른바 가나안 정복이라는 이름아래 말이다. 그렇게 얻은 땅에서 이스라엘/유대인들은 추방과 귀향을 반복하다가 주후 70년 이후 지구상에 흩어지게 되었다. 그 사이 이 지구에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이 있게 되었고, 그를 따르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구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언약백성인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통해 계속되게 되었다고 주장하게 된다. 달리 말해 이스라엘은 더 이상 육체적, 인종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해서 정의되는 신앙공동체(교회)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을 믿을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다. 한편 유대교는 이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허나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본질적으로 결별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 갈림길 중앙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의 중동에 위치한 세속국가 이스라엘은 성경(구약과 신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은 아니다! 이것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구약과 신약에 대한 몰이해와 오해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분쟁에 대해 잘못된 신학적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게 된다. 시온주의나 맹목적 친-이스라엘(pro-Israel)적 지지와 같은 얄팍한 정치적 판단에 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성경에서 말하는 을 예수그리스도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온당한 뿐만 아니라 마땅한 신학적 작업이다.

 

현재 미국 캘빈신학교의 신약학 교수로 있는 게리 버지 박사는 원래 요한복음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요한문헌 전공 권위자이다. 그럼에도 개인적 삶의 여정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자연히 성서의 땅에 대해 신학적(신약신학)으로 연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예수와 땅의 신학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팔레스타인의 을 예수 그리스도 사건과 연결시켜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정경으로서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의 빛 아래서 팔레스타인 땅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경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흥미 있는 사실을, 아주 오래전 미국 캘빈신학교에서 요한복음을 가르친 나의 스승 데이비드 홀베르다 박사가예수와 이스라엘이라는 책을 쓴 일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구약과 신약이 하나의 언약 아래 있다는 중요한 성경신학적 주장을 펼친다. 게리 버지 역시예수와 땅을 저술한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래는 책안에 들어있는 나의 추천단평이다.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 나라(왕권), 이스라엘, 성전, 구속사, 언약 등이 있습니다. 이 대열에 반드시 들어가는 주제가 입니다. 아주 오래전(1977) 구약학자 브루그만은 에 대한 구약신학적 저술성경이 말하는 땅을 펴낸 일이 있었습니다.The Land: Place as Gift, Promise, and Challenge in Biblical FaithFortress Press, 1977. 이에 대비되면서도 상호보완적이며 완결적인 신약신학적 저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신약학자 개리 버지의예수와 땅의 신학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예수 그리스도 사건을 중심축으로 하나님의 땅 약속과 성취가 어떻게 구약과 신약을 통해 펼쳐지는지를 매우 유려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술 목적은 부제 안에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신약성경은 성지’(聖地) 신학에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땅과 예루살렘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와 무지를 바로잡으려는 매우 도전적인 성경신학적 노력입니다. 특히 기독교 시온주의자의 영토 신학이 얼마나 성경을 잘못 오해하고 있는지를 여실하게 드러냅니다. 한국적 상황에서 맹목적 성지순례 열풍이나, -이스라엘, -아랍 정치성향이나 백투 예루살렘 운동들이 정말로 성경적 기반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려면 반드시 이 책은 필독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목회자와 신학생은 물론 교회 독서클럽을 통해 일반 신자들에게도 반드시 가르쳐줘야 하는 보석 같은 책입니다.

 

류호준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은퇴)

 

개리 버지,예수와 땅의 신학이선숙 옮김 (새물결플러스, 2020), 280, 정가 15,000.

원서는 Gary M. Burge, Jesus and the Land: The New Testament Challenge to "Holy Land" Theology(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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