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새 책 소개: 《바울 평전》

2020.05.09 23:18

류호준 조회 수:661

라이트 형님의 바울 평전에 한 마디

 

**********

 

나는 20174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내가 섬기던 교회(평촌무지개교회)에서 사도행전을 가지고 성경공부를 인도했습니다. 20174월부터 시작한 사도행전 대장정은 20185월경에 마쳤습니다. 52회로 사도행전 대 탐사를 마쳤으니 딱 1년 걸린 셈입니다. 매번마다 A4용지로 4-5쪽 글을 써서 교인들에게 나눠주고 강의했으니 사도행전 전체를 강해 원고매수가 A4용지로 300쪽이 되었습니다. 상당한 분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20188월 경 미국 미시건 주 그랜드래피즈에 한 달 동안 체류하였는데 근처 서점(Baker Book Store)에 들렸다가 그해 출판된 톰 라이트(N.T.Wright)바울 평전”(Paul: A Biography)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체 없이 한 권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쭉 일견(一見) 해보았습니다.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평전이었습니다. 라이트의 저서들이 늘 그렇듯이 이 책 역시 단단한 학문적 연구위에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통찰력으로 가득한 대중적 수작(秀作)이었습니다. 역시 라이트 형님(나보다 5살 연상이니 ㅎㅎ)은 신학의 대중화에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마스터(達人) 내레이터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도행전 9장부터 마지막 28장까지는 바울을 떠나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서입니다. 좀 더 앞으로 확대하자면 행전 1장에서 시작된 초기 기독교의 시작부터 마지막 로마와 서바나를 향한 확장에 이르기까지 초기 기독교의 범세계화의 기틀을 놓은 사람이 바울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이었지만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크리스천들의 인종적 문화적 신학적 편협성 때문에 수많은 장애물과 경계선들을 넘어가기가 극히 어려웠을 적에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기구한 운명의 한 사람, 디아스포라 출신(길리기아 다소 출신, 요즘으로는 터키의 동남부 지역의 로마 식민지 도시)의 유대인 바울을 통하여 산과 강과 바다를 넘어 이방인들에게까지 전파되었으니, 바울이야 말로 복음의 슈퍼 전파자라 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바울을, 복음의 슈퍼 전파자 바울의 파란만장한 삶을 역사가의 눈과 신학자의 필치로 기막히게 그려내는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도 기막힌 인물이지만, 누가의 사도행전의 역사적 신학적 신뢰성을 받아들이면서도 현대인들에게 바울의 삶과 사역과 행적과 열망과 기상과 좌절과 그리움 등을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적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는 라이트 형님의 이야기체 바울 평전에 종종 무릎을 치거나 와우 하는 감탄의 탄성을 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라이트는 누가를 따라서 바울의 행적을 지리적으로 따라갑니다. 다소 출신의 바울, 시작은 다메섹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라비아와 다소, 안디옥, 기프로스(구브로)와 갈라디아, 다시 안디옥과 예루살렘에서 유럽(마케도니아의 빌립보)으로, 아테네로, 고린도로, 에베소로, 다시 고린도, 다시 예루살렘으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서 죄수의 몸으로 가이사랴로, 로마로 이송됩니다. 그리고 서쪽 지중해 수평선 너머에 있는 서바나(구약 다시스가 있는 스페인)에서 시선은 멈춥니다. 인종적, 문화적, 신학적, 언어적 장애와 경계선을 넘고 넘어가는 모습은 바울의 마지막 항해기사(행전 27-28)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이 항해기사에 대한 라이트만의 독특한 성경신학적 성찰의 한 단편을 인용해 봅니다.

 

누가는 사도행전을 구성할 때, 파란만장한 항해와 난파를 다룬 사도행전 27장이 누가 봐도 그의 복음서에서 절정임을 명백한 예수 재판과 십자가상의 죽음 부분과 일종의 평행관계를 이루게끔 구성했다. 그때는 어둠의 권세가 가장 독하게 발악하던 순간이었다. 이제는 바울이 예수를 주로 선포하고자 로마에 당도하기 전에 어둠의 권세들이 그에게 퍼부을 수 있는 가장 악독한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순간이다. 따라서 그가 구조되어 로마에 도착한 일은 구원이라는 성격을 가지며, 이것이 사도행전 27장의 주된 주제다. 사실 구원”;과 관련된 그리스어가 단어가 잇달아 일곱 차례나 등장한다. 누가는 이 에베소서 전체를 바울이 에베소서 6장에서 묘사하고 있는 영적 전투를 재연한 일종의 드라마로 보는 것 같다. … … … 누가는 배에 탄 사람이 다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난파 사건이 드라마틱하지만 홍해를 건넌 사건 본질상 세례 자체를 표현하는 이미지이기도 했던 유월절 사건 을 비틀어 놓은 형태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하며 지나치지는 않았을 것이다.(596-597)

 

이 책을 통해 라이트는 바울서신들과 사도행전의 바울과의 연결성을 통해서 바울 신학에 대한 그의 신학적 일관성과 전체성을 드러냅니다. 특별히 마지막 장인 제15(“바울이 도전”)에서 그렇습니다. 라이트의 신학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은 이때에 이 책을 자세히 탐독하기를 권합니다. 탐독하다보면 라이트가 바울신학에 대해 말하고 글을 썼던 수많은 저서들에서 주장하는 바울신학사상의 큰 얼개와 틀과 핵심주제를 알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바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 동시에 바울 신학(서신)과 연결하여 공부하면서 읽을 책, 그리고 즐거운 상상력을 동원하여 읽을 바울 평전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책 옆에 사도행전을 놓고, 먼저 사도행전을 읽고 그에 해당하는 라이트의 책을 읽어 가면 아주 즐거운 영적 독서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나저나 언제나 내 사도행전 원고를 다듬어 출판할까. A4용지로 300쪽이니 책으로는 500페이지는 족히 넘어 갈 텐데 말니다. ㅠㅠㅠ]

 

추신: 번역 전문가인 박규태 목사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매우 정밀하게 유려하게 번역으로 한국인 독자들에게 선물한 셈이니 그에게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톰 라이트,바울 평전박규태 옮김 (비아토르, 2020), 739, 35,000

N.T. Wright, Paul: A Biography(New York: HarperOne, 2018), 432쪽, $ 29.99

바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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