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설교: "하늘 시민권"

2009.03.22 23:54

류호준 조회 수:10576

 하늘 시민권
 빌립보서 3:17-4:1


[성경본문]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 그리고 너희가 우리를 본받은 것처럼 그와 같이 행하는 자들을 눈여겨보라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말하였거니와 이제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노니 여러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느니라 그들의 마침은 멸망이요 그들의 신은 배요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그는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하게 하실 수 있는 자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자들아 이와 같이 주 안에 서라


[설교전문]

사순절은 40일 동안 그리스도와 함께 걸어가는 신앙의 여정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생명의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길을 걷는 훈련을 하는 절기입니다. 이것을 가리켜 제자도(弟子道, discipleship)라 합니다. 제자도. 제자도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걸어가는 삶의 길이며 방식입니다. 따라서 제자도는 사순절 기간에 그리스도인들이 묵상하기에 가장 적합한 주제입니다. 제자도에 관해 성찰한다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삶이 무엇인지,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고 성찰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에는 영적 훈련, 참회와 회개, 낮아짐, 내려놓음, 성회(聖灰) 수요일의 재(灰)로 상징되는 인간의 가멸성(可滅性, mortality), 그리고 구원의 갈망, 바깥으로만 향했던 삶의 태도를 바꿔 자신의 내면을 향해 돌아서서 그 안을 들여다보는 일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사순절에 적합한 빌립보서

오늘 아침 읽은 성경본문은 빌립보에 있는 교회에게 보내는 바울의 편지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빌립보서는 사순절에 매우 적합한 성경입니다. 읽다가 잠시 멈춰 줄을 긋고 묵상하고 음미할만한 구절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게 있어서 사는 것은 그리스도이고, 죽는 것도 얻는 것이라.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삶을 살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라.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손해로 여기노라.
   ․내 주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이라.
   ․나는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노라.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함이라.

이런 구절들은 매우 사순절적입니다. 사순절의 음색이 물씬 풍깁니다. 사순절에 적합한 구절들이 더 있습니다.

   ․한 가지 내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뒤에 있는 것은 다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들려오는 하늘의 하나님의 부르심을 상으로 삼아 그 상을 타기 위해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 모든 일에 있어서 기도와 간구를 하되 감사를 담아서 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너희의 간청들과 요구들이 하나님께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빌립보서와 사순절은 매우 잘 어울리는 단짝입니다.

   ․ 제자도는 예수와 함께 하는 ‘여정’(旅程, journey)입니다. 
   ․ 그리스도를 받들어 섬기기 위해 자아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 이 세상을 향한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는 ‘내려놓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 자기 비움의 절정인 십자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 그리스도와 그분의 희생을 바라보는 절기입니다. 
   ․ 그리스도와 친밀하고도 깊숙한 조우(遭遇)의 기회입니다.


자아 성찰의 기간

본문에서 반복되어 나오는 단어는 일인칭 주어 ‘나’ ‘나’ ‘나’입니다. “저는 저의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모든 것들을 전손(全損)이라고 간주합니다.” 매우 겸허하고 정직한 영혼의 울림입니다. 나 자신과 예수님에 관해 생각하는 절기가 사순절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에 관한 말을 듣기를 원한다면 고린도 전서로 가십시오. 다른 사람들과 화목하고 화해하는 삶에 관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일체(一體, unity)가 되었다는 사실을 배우려면 에베소서를 읽어보십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기를 바라신다면 갈라디아서로 가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검소한 삶, 참회와 갱신의 삶, 그래서 자아의 내면을 돌아보기를 원하신다면 빌립보서가 가장 좋은 출발점일 것입니다. “내게 힘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빌립보서 4:13의 말씀입니다.


사순절의 위로

“사순절의 위로.” 금식과 참회의 시간을 갖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위로일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라도 바울의 빌립보서를 묵상하십시오. 사실 ‘사순절의 위로’라 하면 마치 수사학에서 말하는 ‘모순 어법’과 같습니다. ‘가득한 고독’(crowded solitude), ‘잔인한 친절’(cruel kindness)과 같은 문구와 같다는 말입니다. 사순절이라 하면 뼈를 깎는 듯한 참회의 고통과 자기 훈련, 희생과 포기,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세상의 온갖 소리들과 유혹들을 차단하는 것, 그리고 영적인 것들에 귀를 기울이는 일들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한 기간 동안만이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순절의 위로’가 가능할까요? 놀랍게도 사순절적 영적 훈련들을 통해 위로가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예수님을 묵상과 명상의 중심부에 놓아보십시오.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다시금 그 중심부에 놓아 보십시오. 그러면 신비롭게도 그러한 영성과 경건성 안에서 여러분은 참된 안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사순절의 위로’는 여러분에게 다시금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나’ ‘나를’에 초점을 맞추게 합니다. ‘사순절의 위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일그러졌거나 느슨해졌거나 형식적이었던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그동안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고 구부러진 것은 바로 잡는 과정에 들어갈 것입니다. 일종의 새로 순응(順應)시키는 과정(reorientation), 혹은 재정향(再正向)의 과정을 밟게 될 것입니다. 모처럼만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마치 방금 내린 커피의 향내를 맡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곳에 향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 우리 자신 속에 향기 나는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즐거움 때문에 기분이 좋다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저는 다시금 우리에게 온 사순절 기간 동안 신을 벗고 기지개 한번 활짝 켜보고 뒤로 의자를 젖히고 자신과 예수님을 중심에 놓고 묵상해 보십시오. 이것이 사순절의 위로입니다.


깨어진 사순절의 위로

이렇게 하다보면,

  ․다시 말해 기지개를 펴는 중에, 
  ․눈물과 함께 나오는 하품이 신앙의 산책 길 안으로 들어오는 바로 그때,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여러분의 신앙적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충분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을 때, 
  ․그래서 흥분하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과 예수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때에,
놀랍게도 바울은 사순절의 위로를 깨뜨립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사순절의 위로를 산산조각 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읽은 본문은 “나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하늘)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간다”(3:14)는 말씀과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4:4) 사이에 느닷없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여기에서 바울은 종종 사순절과 함께 찾아오는 ‘개인주의’를 문제 삼고 있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바울은 자아에 주목을 모으는 전형적인 사순절의 스포트라이트를 꺼버립니다. 그는 여기서 잠시 각 개인의 영적 훈련에 맞추어진 사순절의 초점을 중지시킵니다.


두 세계의 충돌

바울은 일인칭 단수에서 일인칭 복수형으로 바꾸기 시작합니다.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바울은 ‘상징들의 충돌’을 소개합니다. ‘배[服]의 신[神]’과 ‘하늘의 시민권.’ 철저하게 자기중심적 자기만족적 삶을 추구하는 이 세상적 삶의 방식과 하늘 나그네처럼 사는 삶의 방식을 매우 선명하게 대조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제자도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배의 신이란 배를 하나님으로 신을 삼고 사는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구로서, 그런 사람은 항상 자신의 욕망과 욕구가 우선입니다. 채워진 배를 두드리며 자기만족에 도취되어 사는 것을 인생 최고의 성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문구입니다. 현대적으로 말해, 성공 지향적 삶, 물질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유물론자들의 삶, 큰 것이 항상 좋다는 물량주의적 사고방식, 자신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삶이 비참해지는 것을 눈감을 수 있다는 이기주의적 삶일 것입니다. 이런 동물적 삶에 몰입하게 된 일부 빌립보 교회의 멤버들을 향해 바울은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바울이 간절하게 그들과 우리들에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말하였거니와 이제도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노니 여러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끝은 멸망이다. 그들은 그들을 채워주는 것만을 섬기고,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만족시켜 주는 것만을 예배하고 그들의 온갖 욕망과 욕구를 채워주는 것만을 경배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영광과 성공과 승리는 사실상 그들에게 수치와 부끄러움이다. 그들의 마음은 지상적인 것들, 이 세상의 것들에 온통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 우리의 공화국, 우리의 고국, 모국, 조국은 하늘에 있다. 우리는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구원자,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기대하고 바라보고 기다리고 갈망한다.”(18-20절)


그렇다면 이러한 이 세상적 삶과 대조되는 삶은 어떤 것일까? 바울은 하늘 시민의 삶을 말합니다. 하늘에 있는 나라, 그리스도가 주님이신 하늘 공화국, 그리고 그 나라에 사는 시민들에 관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공화국, 우리의 공동체, 우리의 정체성, 함께 사는 우리의 삶. 이것들에 대해 묵상하고 명상하는 기간이 사순절입니다. 여기 하늘 시민들에게 있어서, ‘우리’의 삶과 인생은 오직 그 나라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그 성격이 규정되고, 그분의 본을 따라 만들어지고, 그분을 가리키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사순절은 단순히 우리 자신의 내면만을 살피는 것은 아닙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이 세상을 살펴보고, 다른 사람을 둘러보는 일을 하는 기간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살피는 기간입니다.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깊이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지상적인 것들, 이 세상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들은 우리가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살도록 부르심을 받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순절은 ‘상징들의 충돌’입니다. 문명의 대충돌입니다. 하늘 공화국과 이 세상의 신(神)들 간의 충돌입니다. 왕국간의 충돌입니다. 두 세계의 충돌입니다. 따라서 그렇게 많은 위로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천국의 전진기지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들”이란 책에서 미국 듀크 대학 신학부의 저명한 두 학자인 하우어워스와 윌리몬은 교회를 가리켜 “다른 문화 한 가운데 떠 있는 또 다른 한 문화의 섬이라”1)고 하였습니다. 세례를 받을 때 우리의 시민권은 한 왕국에서 다른 왕국으로 옮겨졌습니다. 마치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에서 대규모 민족적 세례를 받을 때, 애굽 왕국에서 야웨 왕국으로 그들의 시민권이 옮겨진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도 이 땅에 사는 ‘외국인 영주권자’(Resident Aliens)들과 같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공동체가 되도록, 그리스도의 몸이 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방인들의 땅에 사는 외국인 영주권자들입니다. 
   ․교회는 하늘 공화국의 전진기지(前進基地)입니다. 
   ․교회는 하늘나라의 변방에 위치한 식민지입니다.

전진기지에서 우리는 신앙과 가치들과 삶의 방식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전수하고 넘겨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함께 삽니다(Life Together).


이역만리(異域萬里) 떨어진 하늘의 변방 초소에서 ‘함께 사는 삶’은 단순히 친구나 동반자 이상의 더 큰 목적을 지니고 사는 삶입니다. 혼자 살고 지내는 것이 쓸쓸하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외롭고 슬퍼서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신앙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행하고 말하는 일들을 통해 우리는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이것이 외국인 영주권자들로서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삶의 태도이며 방식입니다. 하우어워스와 윌리몬의 말을 빌리자면, “기독교 공동체의 삶, 지상의 천국식민지에서의 삶은 일차적으로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르신 자들과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길에 관한 것입니다.”


 하늘 시민권

사순절에 ‘우리’ 부분이 있습니다. 즉 제자도에 대해 ‘우리’가 감당할 부분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빌립보서에서 바울의 어투 가운데 “그러나…”(20절)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이 세상에서 ‘함께 하는 일’에 헌신한 사실을 새롭고 신선하고 다시 조사해보자는 것입니다. 함께 하는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은 이미 20여년이 넘은 책입니다. 그 책의 저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논지나 예들이나 제안들 모두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교회에 대해 탄식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이 세상의 문화에 동화되어 살고 있는 교회에 대한 탄식 말입니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교회는 “이 세상을 위해 부지런히 심부름하는데 여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글로써 대응하기도 하고 논박하기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 시대처럼 인터넷을 사용하여 이런 일을 한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못되면 쓸모없는 무익한 논쟁에 빠지거나 심한 상처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교회는 말보다도 삶을 통해서 이 세상을 향해 말해야 할 것입니다. 말보다 행동을 보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목사님이 동네 도서관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동네 어린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 목사님만이 갖고 있는 특유한 멋진 목소리와 감정을 동원하여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갑자기 네 살배기 어린 소녀가 벌떡 일어나더니 읽는 것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목사님, 그런데 왜 그림들은 안 보여주세요?” 그 어린 소녀는 꼭 맞는 말을 했던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그 목사님은 그림책에 나온 그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모두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읽어주었습니다. 말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말합니다. 사순절, 사순절은 항상 내면을 향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사순절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늘 시민권에 관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보여 주라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시민권이 하늘에 있다는 것, 우리는 하늘 시민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줍시다. 

  ․공동체 안에서 ‘끼리끼리’만의 사귐을 목표로 하는 ‘함께 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그리스도를 위해서 교제를 쌓아가는 ‘함께 하는 삶’을 이 세상에게 보여줍시다. 

  ․서로에게 헌신된 무리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보여줍시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에게 헌신된 무리들의 모임이라는 것은 우리가 모든 일에 있어서 서로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체성과 통일성은 그리스도 안에만 있고 우리의 일차적 헌신은 그분 한분에게만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우리가 일주일이 되면 모였다가 헤어지고, 일주일이 되면 헤어졌다가도 다시 모이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고, 경건성과 종교성과 포장된 영성을 구입하러 모인 소비자들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시다.

   ․우리가 정규적으로 모이는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오라 하시기 때문이고
        - 우리이기 전에 먼저 그분이라는 것, 
        - 우리이기 전에 다른 사람이라는 것, 
        - 우리들에 대한 것이기 전에 이 세상을 향한 우리의 봉사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가르치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십시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자원(資源)들을 땅 속에 묻어두지 않고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신앙공동체임을 그들에게 보여주십시다.

  ․우리의 소유를 기꺼이 바치는 이유는 죄책감이나 체면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 모두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분이 우리에게 지금 여기에 우리가 해야 할 사역에 대한 비전을 주셨기 때문에, 그 사역에 대해 즐거움과 기쁨으로 응답하면서 우리의 재물들과 물질들을 나누고 드리는 신앙공동체임을 그들에게 보여줍시다. 

  ․정의를 위해 일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무릅쓰는 교회를 그들에게 보여줍시다.

  ․모든 이슈들에 대해 신앙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교회라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줍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손과 발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연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삶은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삶이며, 그들이 교회의 멤버가 된 것은 권리도 아니요 특권도 아니요 부나 재물이나 재산이나 정치적 지위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예수를 주님으로, 예수를 주인으로 고백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보여주십시다.

  ․교회는 이 세상을 위해 그들이 시키는 것을 심부름 하는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들이 함께 모여 그분만을 섬기고 예배하고 그 안에서 자라나고, 무엇보다 구원자이시며 구세주이신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바라보고  간절히 애타게 소망하는 교회라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십시다. 왜냐하면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Rainbow Community Church (2009년 3월 22일, 4번째 사순절 주일)



1) Stanley Hauerwas & William Willimon, Resident Aliens: Life in the Christian Colony ("an island of one culture in the middle of an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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