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사순절 묵상]

 

비유와 예수와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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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복음서(마태, 마가, 누가)는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傳記)는 아닙니다. 그럼 뭘까요? 어떤 종류의 글일까요? “복음”(εαγγέλιον)입니다.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 것입니다. “복음서라 불리는 장르입니다. 말 뜻 그대로 복음(福音)”은 좋은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입니다. 즐거운 소식입니다. 착한 소식입니다. 그 소식을 처음 들고 읽었던 청중과 독자들은 놀라움과 신기함(驚異)으로 반응했던 이야기입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어찌 저렇게 끝을 맺게 되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머리를 파묻기도, 탄성을 지르기도, 분노를 느끼기도, 아쉬움에 씁쓸하기도, 반전에 놀라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복음은 상투적이고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참 슬픈 현상입니다. 싱싱하게 읽기, 낯설게 읽기, 처음처럼 읽기, 진지하게 듣기,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읽고 듣기에 무감각하게 된 세상이 된 것입니다.

 

복음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복잡한 신학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단순하고 분명하고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하나님의 나라(왕국)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분을 통해 이 세상으로 오고 있다!”입니다. 예수가 이 세상에 오셔서 첫 일성이 무엇이었나요? “회개하라 천국(하늘나라, 하늘왕국)이 가까이 왔다!”였습니다. “항복하라!” “전향하라!” “백기를 들어라!” “투항하라!”는 것이 아닙니까? 이게 회개하라는 본뜻입니다.

 

복음서는 성육신 하신 성자 예수님의 출생과 삶과 사역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 나라를 현시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것도 삼중주(요한복음을 합하면 사중주)로 재현해낸 천상의 장엄한 멜로디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 지상에 계실 때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 논리적으로 강연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신학적으로 강의하시지도 않았습니다. “하나님 나라 신학이라는 제하로 책을 쓰시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는 소박한 언어로 누구든 귀담아 들으면 알아듣기 쉽게 천국”(= 하나님 나라)이 무엇인지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비유는 예화가 아닙니다! 이 땅에 도래하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비유형식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복음서의 비유는 하나님 나라 비유입니다! 하늘나라 비유입니다. 놀랍게도 이 땅에 도래하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라는 과정에서 예수님 자신이 비유가 됩니다. 그의 삶과 죽음과 부활이 위대한 천국(하나님나라)비유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비유들 중의 비유입니다. 비유 자체입니다. 비유의 본질입니다. 왕 비유입니다!

 

근데 비유는 풀기까지 비유로 남아 있습니다. 비유는 해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비유 자체이신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분과 함께 살고, 그분과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부활하는 것 밖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삶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임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바울의 세례전적 용어로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옛 세대의 사람이 죽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새 세대의 사람으로 다시 살아나는 세례전적 삶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가 도래하는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어두운 시절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사순절의 여정은 결코 밝거나 유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는 지금 이 사순절 시즌이 나를 따르라!”(Nachfolge, Follow me!)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에 순명(順命)하는 삶에 헌신하는 신앙의 기간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부활절로 가는 길은 어둡고 음산한 십자가를 지나쳐 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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