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를 위한 스가랴서 해설 (12)

8:1~13
1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이 임하여 이르시되 2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내가 시온을 위하여 크게 질투하며 그를 위하여 크게 분노함으로 질투하노라 3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내가 시온에 돌아와 예루살렘 가운데에 거하리니 예루살렘은 진리의 성읍이라 일컫겠고 만군의 여호와의 산은 성산이라 일컫게 되리라 4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예루살렘 길거리에 늙은 남자들과 늙은 여자들이 다시 앉을 것이라 다 나이가 많으므로 저마다 손에 지팡이를 잡을 것이요 5 그 성읍 거리에 소년과 소녀들이 가득하여 거기에서 뛰놀리라 6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이 일이 그 날에 남은 백성의 눈에는 기이하려니와 내 눈에야 어찌 기이하겠느냐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7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보라, 내가 내 백성을 해가 뜨는 땅과 해가 지는 땅에서부터 구원하여 내고 8 인도하여다가 예루살렘 가운데에 거주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진리와 공의로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9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만군의 여호와의 집 곧 성전을 건축하려고 그 지대를 쌓던 날에 있었던 선지자들의 입의 말을 이 날에 듣는 너희는 손을 견고히 할지어다 10 이 날 전에는 사람도 삯을 얻지 못하였고 짐승도 삯을 받지 못하였으며 사람이 원수로 말미암아 평안히 출입하지 못하였으나 내가 모든 사람을 서로 풀어 주게 하였느니라 11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제는 내가 이 남은 백성을 대하기를 옛날과 같이 아니할 것인즉 12 곧 평강의 씨앗을 얻을 것이라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으며 땅이 산물을 내며 하늘은 이슬을 내리리니 내가 이 남은 백성으로 이 모든 것을 누리게 하리라 13 유다 족속아,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가 이방인 가운데에서 저주가 되었었으나 이제는 내가 너희를 구원하여 너희가 복이 되게 하리니 두려워하지 말지니라. 손을 견고히 할지니라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습니다. 태어날 때 있고, 죽을 때가 있습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습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습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습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습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습니다.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습니다.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삼갈 때가 있습니다. 찾아 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습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습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습니다. 말하지 않을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습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하신 때(시간, 카이로스)에 관한 지혜자의 노래입니다.

삶의 씨줄과 날줄이 교차적으로 엮어져 문양(紋樣)을 만들어 내듯이, 하나님의 백성의 삶도 그러합니다. 고난과 안식, 채찍과 치료, 슬픔과 기쁨, 추방과 귀환, 이별과 재회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함께 춤을 추시는 리듬입니다. 우리가 부르는 찬송에도 이것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어두움 후에 빛이오며 바람 분 후에 잔잔하고 소나기 후에 햇빛 나며 수고한 후에 쉼이 있네. 연약함 후에 강건하며 애통한 후에 위로받고 눈물 난 후에 웃음 있고 씨 뿌린 후에 추수하네. 괴로움 후에 평안 있고 슬퍼한 후에 기쁨 있고 멀어진 후에 가까우며 고독한 후에 친구 있네. 고생한 후에 기쁨 있고 십자가 후에 영광 있고 죽음 온 후에 영생하니 이러한 도(道)가 진리로다”(487장).

심판의 고난과 시련의 연단을 통과 하면서 한 없이 낮아지고 비참해진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이제 새로운 희망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십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장차 도래할 영광스럽고 환상적인 미래를 보여주십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잘못과 죄에 대해 가차 없는 책망과 심판을 하셨던 하나님께서 때가 되자 마음을 돌이키시고 그들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시온을 열렬히 사랑하신다(1절)는 고백입니다. 예루살렘을 떠나셨던 하나님께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시겠다는 것입니다. 왕의 귀환입니다. 폐허가 되었던 도시에 활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수치와 더러움으로 가득했던 도시는 옛 영화를 되찾으면서 ‘성실한 도성’이란 칭호를 회복하게 됩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과 순결함을 회복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예루살렘 광장에는 나이 지긋하신 노인들이 평화롭게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여유로운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광장 한쪽에서는 남녀 아이들이 사방치기며 고무줄놀이며, 팽이치기, 연날리기, 딱지치기, 땅따먹기놀이, 숨바꼭질 등 재잘거리면 신나게 놉니다. 사람 사는 것 같은 떠들썩거림과 활기찬 풍경입니다. 누군가 잘 표현했듯이, 하나님의 나라는 시민 공원(public park)입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릴 것 없이 모두 한데 어울려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곳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그 선물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예기치 못한 선물입니다. 왜 주셨을까, 무엇을 보시고 주셨을까 하며 기이해 하는 선물입니다. 그래서 본문은 “그 날이 오면 살아남은 백성이 이 일을 보고 놀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은혜와 선물은 언제나 경이와 경탄으로 응답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도무지 기대하지도 예측하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영화의 파노라마처럼 우리 앞에 전개될 때 우리는 그저 놀라고 경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응답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백성을 회복하시겠다는 하나님의 회복 프로그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산지사방에 흩어진 자기 백성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기 백성들, 심지어 그들이 세상 끝에 가 있더라도 그곳까지 가서 찾아 데려오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 중 한 사람도 하나님의 손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자가 없게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들을 불러 모아 예루살렘에서 다시 함께 살겠다는 위대한 약속입니다. 옛적에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언약의 공식 문구는 “나는 너희 하나님이며 너희는 내 백성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언약이 다시 재현되는 사회와 나라를 세우시겠다는 약속입니다(8절).

낙심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자기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다시금 약속하십니다. “뿌린 씨는 잘 자라며 포도나무는 탐스런 열매를 맺고 땅은 풍성한 곡식을 내고 하늘은 이슬을 내리게 할 것이니, 그러므로 사랑하는 내 백성들아, 힘을 내라, 두려워하지 말라. 재앙과 불행의 때는 지나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귀한 복음(福音)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