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독서평: “어느 순례자의 수채화”(이한우)

2013.12.11 10:41

류호준 조회 수:4018 추천:1

어느 순례자의 수채화

이한우(李漢雨) 목사

 

 

[아래 글은 제자 이한우 목사가 나의 저서일상, 하나님 만나기(SFC, 2011)를 읽고 류호준이란 사람을 재구성해낸 재미있는 글이라서 무지개성서교실 방문자들과 함께 회람합니다.]

 

 

우리 모두는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영적 순례자이다.”(7) 저자의 인간관을 보여주는 말이며 본서의 성격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이처럼 본서는 조심스럽고 성실하게 걸어 온 저자의 지난 수십 년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한 마디로 추억의 앨범 속에 들어 있던 그림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이다(9). 자신의 삶을 화려한 유화가 아니라 올망졸망한 사연과 묵상이 담긴 담담한 수채화로 생각한다(26-7). 일상의 커피숍에 앉아 내 삶을 수놓았던 옛 이야기들을 씨줄과 날줄 삼아 그려 내놓은 소박한 수채화들. 저자는 하나님께서 우리 삶 가운데로 써내려가고 있는 커다란 스토리를 독자들이 듣기를 희망한다(9).

 

어느덧 얼굴의 검버섯과 줄어드는 머리숱을 걱정하는 나이에 이른 저자(59). 이제는 고단한 순례자가 걸어가는 외로운 길에서 잠시 멈춰 쉼터에 걸 터 앉아얘기하고 싶어 한다(35). 그런 면에서 본서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일기인 셈이다. 저자가 중고등학교 시절 그리운 외할머니를 찾아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프듯(43), 이제는 인생을 돌아보며 일상(everyday)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8). 이는 본서의 내용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저자는 세 보따리의 이야기-묵상일기, 생활일기 그리고 신학일기-를 풀고 있다.

 

시간의 나래는 어린 시절까지 날아간다. 어린 시절 자주 병치레 하는 손자를 포대기에 싸 업고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문래동까지 먼 길을 잰걸음으로 다니시던 외할머니를 떠 올린다(43). 시골집 질화로를 떠오르게 한다. 그 곁에는 성실하게 일했을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저자에게 용돈을 주었던 택시운전사 작은 외삼촌이 있다. 중고등학생으로 훌쩍 커버린 외손자를 불쌍한 내 새끼하며 부르시는 정겨운 모습의 외할머니가 느껴진다. 이 시절의 단상에는 부부싸움도 등장한다. 1960년대 초 박정희 정권의 남미농업이민정책과 관련하여 벌어진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싸움이다(109). 이북출신의 아버지와 서울출신의 어머니가 드러내는 의견 차이를 콩닥콩닥 가슴을 졸이며 들어야 했던 까까머리 학생시절이 느껴진다. 정확한 사연은 소개되지 않고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 남의 집에 얹혀 산 기억도 떠 올린다(180). 시간을 살짝 건너 뛰어, 1970년 초 대학을 다니던 시절(200)과 빌리 그래함의 전도대회를 보며 감동받았던 20대 장면들이 회상된다(132).

 

이런 얘기 속에 가족들이 소개된다. “장차 밝고 희고 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품고 아들 이름을 밝을 호(), 깊을 준()으로 지은 아버지(306). 이북 출신으로서 낯설고 물설은 땅에서 외로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했던, 그래서 고단한 그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그러나 일찍 떠남으로 더 이상 회상할 것이 없는 아쉬움이 여백에 녹아있다. 그리고 어린 아들에게 외상 심부름을 시켜야만 했던 수줍은 어머니(265). 일찍 남편을 여의고 힘들게 살아야 했던, 그래서 가진 것 없이 이민과 유학으로 젊은 시절을 불태우는 장남을 마냥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어느 덧 늙어버린 한 시대의 여성을 대변한다.

 

저자는 1980년 미국으로 신학을 공부하러 간다(201). 이후 세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저자는 미국에서 11년간의 이민, 유학, 목회생활에 대한 단상들을 펼친다. 19814월경 미국 북 캘리포니아 산호세 슈퍼마켓 점원으로 학비를 번다(298). 33살에 오하이오 주 톨리도 한인연합교회 청빙으로 6년간 담임목사를 한다(190). 부부도 가족으로 커간다. 미국 유학중 첫 아들로 잠시 오해했던 첫 딸이 태어나고(188), 세월이 흘러 어느 덧 유모차에 타고, 혼자 걷기도 하고, 손잡고 걷는 올망졸망한 세 자녀들(189). 축복은 더 하여 막내아들까지 이어진다. 이 막내는 재미있다. 키 작은 엄마의 얼굴을 자기가슴에 꼭 품고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엄마가 어디 있는 거야, 왜 안 보이는 거야!”하며 능청을 떤다(104). 아빠의 외국 출장 중에도 아빠 차를 잘 돌보는 착한 아들이다(171).

 

저자의 30대는 신학교를 졸업한 지 몇 해 안된 새내기 목사시절로 회상된다(92). 어쩌면, 신용카드만을 고집하는 모텔 때문에 한밤중 늦은 시각에라도 대가족을 데리고 낯설고 물 설은 곳에서 이리저리 다른 숙소를 찾아 헤매야만 했었는지도 모른다(266). 이런 추억조차 이제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우련한 달빛이 되어 찾아오지만.

 

저자의 수채화는 대가족을 그린다. 그의 가족관 자체가 그런 것이다. 어머니, 외숙부/외숙모, 아내와 네 자녀들 등 약 10명이 함께 휴가를 가곤 하는 그런 유형이다(170). 아버지 대신 일찍부터 장남의 책임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온 전형적 한국남자이다. 가족의 모든 것을 그는 놓치지 않는다. 함박눈이 내릴 때 아내와 함께 밤길을 걷는다(71). 아내의 글씨체(와 딸의 글씨체)를 구별할 줄 안다(91). 무엇보다 가족을 생각하고 염려한다. 입덧으로 고생하는 큰 딸을 챙긴다(100). 이런 분이 머나먼 외국 땅에서 황혼이 깃드는 외로운 저녁녘을 맞을 때, 어쩌면 집을 나온 지 여러 날이 된 어느 날 이름 모르는 도시(312)에서 느꼈을 그 삶의 무게란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미국 이민과 네덜란드 유학이라는 두 번의 모험(?)에는 모두 이러한 고통이 스며있다. 외할머니, 어머니와의 이별, 네 자녀를 둘로 나누어 생이별을 해야 하는 아픔이 절절하다. 7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193)으로서, 30대 후반인 19911019일 네덜란드 유학길을 떠난다(187).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아 본 기억이 없는(264) 저자의 삶은 고단한 유학생활로 이어진다. 가진 것이라고는 중고 밴을 판 3,000달러 뿐(194). 곶감 빼먹듯 조마조마한 나날들이 이어진다. 널브러져 잠든 식구들의 얼굴들을 보며 애잔히 한숨을 내쉰다(195).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싸구려 터키산 쌀을 사 먹고, 라면 4개를 끓여 4명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먹는다(202). 그 와중에 네덜란드 외진 동네에서 외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 통곡한다(43). 그리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켜야 하는 마음은 일종의 종교심이 되었다. 미국 종합병원 응급실에 누워야 할 만큼 아픈 와중에도 안 되지, 그럴 수 없어, 죽어도 집에 가서 죽어야지!” 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179). 비록 하릴없이 미국 대형병원 응급실에 누웠어도 아내가 같이 있어주면 안심하고 오붓함마저 느낀다(183). 류 교수님은 투철한 가족 사랑과 귀소본능으로 똘똘 뭉친 가장이다. 예화에서조차 피자 한 판을 놓고 도란도란 먹고자 하는 아빠의 심정이 읽혀진다(251).

 

저자에게 집이란 일종의 성전이다. 아내와 자녀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181). 원대로라면 외할머니, 외숙부/외숙모, 조카까지도 다 불러 모아 살고픈 가장이다. 허락도 없이 삼촌(저자) 차를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조카가 있을 정도이다(172). 집에서 아내와 배를 깔고 엎드려 거실 대형 유리창으로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천둥번개 치는 풍경을 내다보는 도란도란함을 즐기는 다정다감한 가장이다(190).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한 이 세상의 끝이 닿지 않는 저 너머에 어지럽혀지거나 방해받지 않은 채로 있는 고요함과 안식이 있는 곳(373), 이것이 바로 저자의 성전 곧 이다.

 

이러한 저자의 성()가족관은 주변과 교회로까지 확대되고 승화되어 간다. 저자는 사람을 기억하고 사랑한다. 본서에는 빌립보서 교인들 같은 이름들이 18명 이상 등장한다(9-10). 지나칠 수 있는 전라남도 한 외딴 섬에서 태어난 영숙씨를 얘기한다(72). 1970년 초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은사를 회상한다(200-1). 유학시절의 스승 Prof. John Stek을 기억한다(381). 자신을 김치박사로 부르며, 김치 판매 수익금을 학비로 부쳐준 성도들의 깨알 같은 정성과 이름을 결코 잊지 않는다(208). 자신을 도와 준 사람이 1953년도에 이민 온 누구라는 것까지 기억한다(205).

 

저자는 학구열로 살아 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이민 초기 캘리포니아에 거주할 때 갑자기 지진이 나도 아이고, 유학하러 왔다가 공부도 시작 못하고 죽는구나!”하고 생각할 정도이다(299). 19911019, 달랑 3,000달러를 가진 7식구의 가장이 30대 후반에 또 다시 네덜란드로 유학을 감행한다(194). 삶에 주눅 들지 않고 학문을 찾아 연어처럼 헤엄쳐 가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그렇게 공부하여 성경학자, 구약과 신약을 잘 해석하는 주석가, 제대로 된 설교자가 되고자 했던 분이다(203). 이제는 개혁교회 신학자이자 목사가 된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326). 그래서 칼빈의 모토-My heart I Offer To You Lord, Promptly And Sincerely.-를 언급한다. (150).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과 신앙교육서를 수시로 언급하거나 설명한다(15, 259, 262, 286, 367).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혁”(Semper reformanda)을 강조한다(326). 신앙은 주어지는 것(Given. Never Earned)이라고 확신한다(239).

 

본서의 3부는 이른바 하나님 굳은 살’(400)이 박힌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 보게 한다. 저자는 우리가 경탄과 경이를 상실한 메마른 시대, 은혜를 잊어버린 삭막한 광야에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8-9). 교만해진 한국사회를 걱정한다(424-6).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살려는 유혹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424). 대안이랄까 저자는 개혁교회적 색깔을 강조한다(352-366).

 

저자는 교회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신학자이다. 학교에서 받는 월급으로 살면서 교회를 섬기는 목사이다(165). 모름지기 교회란 동전 한 닢에 팔리는 참새 한 마리도 안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88). 그러나 단순한 이상론자는 아니다.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67). 예능화 되어가는 교회를 걱정한다(117). 공교회성의 상실을 걱정한다(121).

 

한국 장로교회의 신앙적 유산과 신학적 정체성을 걱정한다(352-3). 소비자 중심으로 변해버린 예배와 교회분위기를 걱정한다(378-9). 특히 한국 교회 교인들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며 일종의 우상숭배적인 면까지 있다고 진단한다. 소비자가 이끄는 교회(Consumer- driven Church), 도덕적-치유적 이신론(MTD)이 지배하는 교회를 우려한다(377-8). 저자는 기독교가 우리사회에서 늘 사회적 변방 사람들의 모임이나 비주류집단으로 여겨진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임을 상기시키고 있다(346). 더불어 삼거지악(三去之惡) 즉 학연, 지연, 혈연의 한국현실을 고민한다(76, 212).

 

치열하게 살아 온 세월의 이면에는 저자의 섬세하면서 소심한 성격이 존재한다. “엄마가 어린 내게 외상 심부름이라도 시키는 날은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고 고백한다. 점방 아주머니의 싸늘한 시선을 기억한다. 그 따가운 눈총이 자그마한 폐부까지 와 닿는 것을 느끼는 성격이다. 권총보다 눈총을 무서워한다(265). 틈마다 대한민국 육군병장 출신을 외치지만 실은 미국 유학시절 복면강도에게 돈 털리고 벌벌 떨 뿐 아니라 악몽으로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다 벌떡 일어나곤 하는 여린 성격이다(189). 저자는 자주 목이 메는 목사이다(27). 목사이기 전에 친구의 병 소식을 들으면 힘부터 쭉 빠지는 그런 사람이다(157). 노 권사님의 눈물에서 아롱진 무지개를 찾는 분이다(71). 하늘을 향해 눈물짓는 눈에서 영롱한 무지개를 보기를 원한다(387). 일상에 자주 감탄사-와우, 오호라, 허허, ! , 오호-를 외친다(66, 92, 143, 146, 185, 198, 384).

 

이는 저자의 영성과도 관련된다. 저자는 오직 울컥하는 눈물로써만 반응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하나님의 일상적 방문(8, 311)을 중시한다.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너와 함께 그 곳에 있을 하나님이 바로 나이다.”(I am he who will be there with you.)(316-7). 그리고 그 하나님께서 지금 나 류호준을 사랑하신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399).

 

저자는 자신이 소박한 철학과 신앙관을 가졌다고 밝힌다(163). 정말 그럴까? 언행일치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종된 소형차 프레스토를 오래 타고 다니면서도 당당하다(164). 그래서 학교에서 나온 에쿠스를 거북스러워하고 반납하면서 기쁨을 느꼈다고 말한다(169). 어린 시절의 아픔을 새기며 절대로 외상을 지지 않겠다는 다짐하는, 그래서 신용사회에서 크레디트 카드가 없어도 불편해 하지 않는다(265).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아 본 기억이 없는(264) 사람이 빠지기 쉬운 인색함 대신 사람 냄새를 풍긴다. 소박하고 검소하다. 목회에서조차 학교에서 받는 월급으로 살면서 교회를 섬기고 있다(165).

 

이런 분들의 문제는 자존심이 세다는 것이다. 실제로 류 교수님은 도와주겠다는 사람에게 그럼 도와달라고 편지 쓰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한다. 가장의 책임에 눌려 가까스로 편지를 쓰고도 몇 시간 째 부칠까 말까를 고민한다. 부치고 나서도 종내 쓰지 말아야 했던 편지라고 후회한다(187-198). 일생 외상의 삶은 살지 않고자 한다(265). 이 자존심이 급기야 학교 시설관리인의 부주의로 차량이 망가져도 내려서 보지 않고 조용히 가속페달을 밟게 한다(98-99). 당최 구차스럽고 데데한 구석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아내를 주눅 들게 하고 고생시킨 지난 30년에 미안해하면서도 오히려 헛기침을 한다(177).

 

저자는 은근히 내비치면서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실은 자신이 멋을 알며 맛을 알며 멋지게 노년의 휴식을 즐기고픈 것을. 골프를 거절하지 않는다(61). 맛있는 최상급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미각을 즐긴다(375). 교회 이름에 과감하게 무지개를 넣는 멋이 있다. 20091231일 이른 아침, 아내와 함께 IHOP에 간다. 어쩌면 이젤을 놓고 수채화를 그리고픈 욕망을 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커피숍에 앉아 고즈넉이 창밖을 바라보는 노년의 멋은 즐기고자 한다. 통기타 들고 김상진(83), 하덕규(116)의 노래를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어 할 것 같다. 급기야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에게 장난기를 발견하고 있다(145).

 

아쉽게도 저자의 생물학적 지식은 낙제점에 가깝다. 탯줄을 남아의 고추로 잘못 알 정도이다(188). 신장이 허리 옆구리 양쪽 등에 붙어 있다는 것을 50대에야 알 정도이다(184). 유학 생활을 했으면서도 늘 물을 마시는 서양 사람의 건강 지식에 무지하다. 그래서 물을 잘 안마시기로 유명하다(185). 그런데 아프고 난 후 갑자기 이틀 만에 평생 마신 물의 양보다 더 많은 물을 마신다든지, 이후에도 하루에 10리터의 정도의 물을 마실 만큼 다소 건강기초 지식에 부족한 면이 보인다(185).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의 자부심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에게 엄격해 온 지난 삶의 잔재일 수도 있다.

 

저자는 어느덧 검은 반점과 머리숱을 걱정하는 나이에 이르렀다(59). 머리숱이 좀 더 많은 쪽의 머리를 끌어다가 뒤쪽 벗겨진 부분을 덮으려고 애를 쓰고 기를 쓴다.”(59) 늘 머리가 반듯이 넘겨진 것이 궁금했는데, 이는 나이 들어가는 교수님의 일종의 예식이었다(176). 9시까지는 지탱해야 할 머리 모양을 매일 아침 만드시느라 얼마나 애로가 많으실까. 이 일상적 단장은 어쩌면 빗질하여 넘긴 단정한 머리로 성경을 읽으시던 외할머니(43)를 매일 회상하는 무의식적 예식일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저자는 위선문제를 지적한다(288). 우상숭배, 사회적 불의, 교만을 경계한다(413). 정의로운 삶을 소망한다(424). 돈과 힘과 평판이 지배하는 세상,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그것에 오염될 것을 걱정한다(422). 이러한 성향은 개혁가적 기질(에니어그램 1번 유형, reformer)을 잘 드러낸다. 이 유형은 완벽을 추구한다. 기억을 잘한다. 학구력이 높다. 책임감이 강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미성숙할 때는 분노가 가득 차게 되는 유형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승진하거나, 존경 받으면 화가 난다. 하지만 성숙할 때는 인내와 침착성을 꽃피운다. 분노와 질투를 남에게 노출되지 않게 조심한다. 결함, 부도덕, 사악을 두려워한다. 잘못된 것이 보일 때 감정보다는 합리적으로 처리한다.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매사 정확해야 한다. 생활력이 강하고 알뜰하게 저축한다. 인내력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 본능에서 실상 근심 걱정이 많다. 저자는 인내와 신앙으로 이 유형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본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일상의 영성을 강조한다. 이 열쇳말로써 인생 여정을 개척해 왔으며 그 성숙한 현재 모습이 바로 현명한 현실주의자”(wise realist)이다.

 

저자는 자신이 바울처럼 신앙의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신실히 대우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놓치지 않는다(62). 그렇다. 저자는 이미 지난 삶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본서가 세상에 나왔다. 또 다른 후배 순례자들에게 힘이 되라고. ().

 

아래는 미국 아이다호 주의 Sun Valley의 크리스마스 시즌 풍경입니다.

 

 

Sun Valley  I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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