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예배에 목숨을 건다고?”
-종교와 일상의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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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확산 사태로 인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하게 벌거벗긴 상태로 세상의 도마 위에 올라있습니다. 내적으로는 심각하게 곯아 있은 지 오래되었고 외적으로는 허우대만 그럴듯하였지 중증 골다공증 환자였습니다. 이제 교회는 세상의 온갖 비난과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탄은 흰 이빨을 드러내고 웃고 있을 것입니다만 분노하면서도 가슴 아파하시는 분은 분명 하나님이실 것입니다.
 
구약 예언서에는 소위 “종교제의비판” 본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오해는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예배와 제사를 부정하시거나 폐기하셨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구약의 예언자들은 그렇게도 날 선 언어와 강한 억양으로 이스라엘의 예배와 제의를 비난하고 조롱하였을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종교예배에 몰입하면서도 – 요즘 말로 예배에 목숨을 건다고 소리치면서도 – 정작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그들의 삶에는 “치명적 결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치명적 결핍이 무엇인지 오늘은 이사야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배우게 될 것입니다.
 
시인이며 예언자이신 이사야 목사님은 유다와 예루살렘의 병적 종교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타하십니다(사 1:10-15절).
 
야웨의 말씀을 들어라. 너 소돔의 관원들이여! 우리 하나님의 율법에 귀를 기울이라. 너 고모라의 백성들아! “너희의 많은 제물들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 야웨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수양의 번제(燔祭)에 배불렀고 살진 짐승의 기름에 물렸다! 수송아지나 어린양이나 수 염소의 피를 나는 즐거워하지 아니한다.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는데 누가 그것을 너희에게 요구하였단 말인가? 내 정원만 밟는 일을! 헛된 제물을 더 이상 가져오지 말라. 분향이 내게는 혐오스러운 짓이다. 월초(月初) 집회와 안식일 집회와 각종 대회의 소집들 - 나는 사악(邪惡)과 함께 그런 엄숙함을 견딜 수 없다. 너희들의 월초 집회들과 너희들의 절기예배들 - 바로 그것들에 대해 내가 온몸으로 혐오한다. 그것들이 내 위에 짓누르는 짐이 되었으니 짊어지기에 내가 지쳤다. 너희가 손을 펼 때에 내가 너희로부터 내 눈을 돌려댈 것이며 심지어 너희가 기도를 많이 드릴지라도 내가 귀를 기울여 듣지 아니할 것이다. 너희 손안에 피들이 가득하구나.
 
예루살렘 주민들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열정적인 신자들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그들의 실제 가슴과 손과 발이 있는 곳을 모를 정도였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그들은 교회 안에서는 열심이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개차반인 신자들이었습니다. 일상에서의 정의롭고 공의로운 삶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지만 교회에서의 온갖 종교 생활에서는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십일조는 물론이고 각종 감사헌금을 드립니다. 주일 예배는 물론이고 새벽기도회, 수요일 기도회와 금요일 심야 집회, 그리고 각종 성경공부에 빠지지 않습니다. 요즘 말로 예배에 목숨 건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그들의 종교지도자들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목사들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종교적 열정은 모두 자기중심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종교 생활은 자기만족과 자기과시를 위한 위선적 행위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정작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 대신 하나님께 뇌물성 예물을 드림으로써 하나님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나 직장 생활 및 인간관계에서 있어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종교 생활에는 심취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가진 신자들의 특징입니다. 그들은 온갖 종교적 프로그램으로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분을 종교의식 안에 가두어버립니다. 그리고 실제 일상의 삶에서는 공의에 대해 무감할뿐더러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 ”무늬만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소위 “실천적 무신론자”(practical atheist)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을 다락방 구석에 모셔놓고는 때가 되면 음식으로 봉양하면서도 하나님이 자기들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말하면서도 정의와 공의로 다스리는 하나님의 외침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종교적 삶의 대표하는 “희생제사” “기도” “절기” 등의 예식들을 하나님이 확 뒤집어엎으셨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분이 원하는 것은 “정의로운 삶”이었지 “경건한 종교의식”은 아니었습니다. 정의가 뒤따르지 않는 신앙생활은 자기만족이며 자기기만이며 신성모독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일상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드러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일요일에 목숨을 걸고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고 아무리 열정적으로 기도해도, 또 각종 모임과 봉사에 그 어떤 헌신적인 열심을 내도 하나님의 질타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자아 중심적 종교 행위에 불과합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회 안에는 이런 그리스도인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겉보기에 신앙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일상이 정의롭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종교적 경건이나 열정은 다 위선이며 하나님의 분노만을 촉발할 뿐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정의로운 삶은 참된 예배로 들어가는 대문입니다.
 
이사야 목사님과 동시대 동료 예언자인 미가 목사님의 “종교제의비판”의 외침을 들어보십시오.
 
“수천 마리의 양이나, 수만의 강줄기를 채울 올리브 기름을 드리면, 주님께서 기뻐하시겠습니까? 내 허물을 벗겨 주시기를 빌면서, 내 맏아들이라도 주님께 바쳐야 합니까? 내가 지은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를 빌면서, 이 몸의 열매를 주님께 바쳐야 합니까? 너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인지를 주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미 말씀하셨다. 오로지 공의(미슈파트)를 실천하며 인자(헤세드)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미가 6:7-8)
 
|기도| 우리의 삶이 정의와 공의로 가득 채워지게 축복하여 주옵소서.
Lake O’Hara in Yoho National Park, Canada (해발 2020미터에 있는 호수), 사진 밴프한인교회 어느 권사님
밴프사진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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