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9 16:13
[성경번역의 모범]
한글 성경을 읽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한글 번역 자체 때문일 경우도 있다. 헬라어나 히브리어를 문자적으로 번역하려다보니 그런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고 마냥 해설하듯이 번역을 하면, 그건 번역이 아니고 해설이리라. 따라서 우리는 딱딱한 문자적 번역과 해설 번역 사이 어디엔가 길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 이른바 “의미일치” 번역이다.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에 해당하는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이다. 일종의 의역(意譯)이다. “문자적 번역”과 “해설적 번역” 사이에 위치한 번역이 “의미 번역”이다. 사실 의미번역과 해설적 번역 사이는 생각만큼 멀지 않다. 예를 들어 유진 피터슨의《메시지》는 의미번역의 경계를 넘어 해설적 번역에 가깝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역목회자가 그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성경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성경을 원어로 공부하고 그 뜻을 일반 성도들에게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성경을 번역한 사람을 소개한다. 강산 목사라는 분이다. 그가 펴낸《이사야서 풀어쓴 성경》이 그 책이다. 사실 나하고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출판사를 통해 내게 추천사를 부탁해서 자세하게 읽었다. 읽은 후 소감은 “와우, 강호(江湖)에 고수(高手)들이 숨어 있다더니 이런 분이 있었구나!”하는 감탄이었다. 이사야서 전체를 누구든지 알아듣기 쉽게 번역해 내놓은 그 열정과 수고에 탄복할 뿐이다. 각 장마다 저자의 개인묵상 에세이가 담겨져 있고, 절절번역보다는 단락중심의 번역을 취하고 있어 메시지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배려를 했다. 책 중앙에는(178-179쪽) 이사야서 흐름을 도표로 정리해주는 센스도 있다. 독자들 가운데 이사야서 통독을 원한다면 반드시 이 책으로 크게 소리 내어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래는 책안에 실린 나의 추천단평이다.
“개신교 역사에서 마르틴 루터를 떠올리면서 많은 이들은 그가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사건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루터가 자국의 그리스도인을 위해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국어로 이해할 수 있는 성경 번역은 언제나 도전적으로 힘든 과업입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어 성경 번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한 신실한 목회자가 이사야서(미가서 포함)를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 중심의 번역을 내놓았습니다. 마치 유진 피터슨의《메시지》처럼 성도들의 이해를 돕고자 원문의 의미를 히 풀어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저자의 번역에서 평범한 신자들이 성경을 가까이하도록 이끄는 강력한 힘이 느껴집니다. 강산 목사의《이사야서 풀어쓴 성경》은 한국교회의 성경 사랑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조심스레 예견해봅니다. 이 책은 기존의 성경 옆에 두고 함께 보는 성경입니다. 목회자와 신학생뿐 아니라 일반 성도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류호준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은퇴교수
강산《이사야서 풀어쓴 성경》(헤르몬, 2019), 330쪽,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