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5 11:55
“도대체 돈이 뭔지”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어느 돈인데 슬그머니 자기 주머니 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그것도 기부금인데, 그것도 공금인데, 그것도 헌금인데 말입니다. 돈 욕심 때문에 자기 민족 전체에 씻지 못할 불행을 가져다준 사건이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주후 19년 당시 로마에 살고 있던 유대인 공동체 안에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로마에 거주하고 있던 유대인들의 숫자가 대략 40,000에서 60,000정도가 되었다고 하는데, 대부분 열정적인 유대교인들이었습니다. 회당을 건립하고 자기들의 문화와 종교와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유대인들이 늘 그랬듯이 당시의 유대인들 역시 조상의 나라 고국에 대한 향수와 사랑, 애국심으로 가득했습니다.
당시 로마인들 가운데 유대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풀비아(Fulvis)라는 아주 부유한 재력가 로마인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유대교로 완전 개종을 했는지 아니면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방인”의 신분이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신앙심은 깊었습니다. 풀비아는 열심히 유대교를 믿었습니다. 각종 모임에도 빠지지 않았고 다른 유대인들처럼 안식일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며 거룩하게 지켰습니다. 웬만한 유대인보다 더 유대적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팔레스타인에 있는 예루살렘 성전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유대교의 본산이며 성지인 예루살렘 성전에 대한 갈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나 로마에서의 분주한 삶과 사업 때문에 마음으로만 예루살렘 성전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는 그가 다니던 로마의 유대인 회당에서 여러 유대인들과 교제를 하였습니다. 사적인 문제에서뿐 아니라 신앙적인 문제로도 깊이 사귀었습니다. 그가 회당에서 사귄 사람들 중에는 회당에서 아주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풀비아가 신뢰하는 사람들이었고, 종종 그들에게 신앙 상담을 받았으며, 유대교의 교리에 대해서도 자문을 구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중에 예루살렘 성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풀리아의 가슴은 언제나 콩닥거렸습니다. 그만큼 예루살렘 성전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심이 깊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회당에서 사귄 그 4인방이 풀비아를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들어본즉 예루살렘 성전에 개축과 내부 공사를 해야 하는 데 상당한 기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 끝에 헌금을 하게 되면 예루살렘 성전 안에 기부자의 이름도 새겨진다는 말도 했습니다. 물론 여호와 하나님께서 엄청난 복을 주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들고 있던 풀비아의 심장은 빨라졌고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이러한 기회가 오는구나!” “꿈에도 그리던 예루살렘 성전에 헌금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지다니!” 그는 감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헌금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의 상당부분을 현금화시켜 바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엄청난 금액을 약속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폴비아는 엄청난 헌금을 하게 됩니다. 송금을 해야 하는 데 당시에는 인편으로 보내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로마 돈을 유대인의 세겔로 환전도 해야 합니다. 예루살렘 성전 개보수 위원회에 안전하게 돈을 보내는 일을 맡아서 해줄 사람은 그 4인방 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폴비아는 그 네 명의 회당 중직자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치밀하게 계획된 사기극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친밀함을 빙자하여, 신앙과 교리를 가르쳐주는 친절함으로 위장하여 그 엄청난 돈을 그 놈들이 착복한 것입니다. 아주 나쁜 놈들이었습니다. 종교를 빙자하여, 회당의 직분을 이용하여 순진한 개종자의 돈을 뜯어낸 것입니다. 질이 아주 나쁜 쉐이키들이었습니다.
이런 헌금 횡령이 탄로 나게 됩니다. 늘 그렇듯이 돈이 문제였습니다. 그 정성어린 막대한 헌금을 받아든 4명의 마음속엔 숨어 똬리를 틀고 있던 탐욕이 서서히 그 추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돈 때문에 4명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채 선한 방법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송금 방법에 관한 회동이 잦아지면서 마침내 그들은 더러운 속내를 드러냅니다. 헌금을 횡령하려는 일에는 서로 잠정적으로 동의했지만 얼마씩 나누는 일에서는 갈등의 폭이 깊어졌습니다. 마침내 분란이 일어나고 고성이 오고가다가, 그 악의에 찬 내역들이 유대 공동체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렇게 하여 로마에 있던 유대인 공동체 내부는 큰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됩니다. 온갖 비방과 비난이 난무하였고, 법정소송으로 가는 과정은 추잡하였습니다. 더 이상 로마의 유대인 공동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로마 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공금횡령 스캔들이 되었습니다. “헌금착복게이트!”
이 사건의 전모가 당시 로마의 황제 디베료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디베료 황제는 곧 칙령을 내려 로마로부터 유대인들을 추방합니다. 주후 19년에 로마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하더니만, 간혹 꼴뚜기 같은 인간들이 직위나 직분의 탈을 쓰고 순진한 사람들을 갈취하는 경우였습니다. 그 정도에서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기 민족 전체를 로마에서 추방당하게 만들었으니 그 죄는 천추에 남아 지금 내가 그 일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게 어디 옛날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돈이 뭔지? 돈, 돈, 돈, 돈에 돌아버린 사람들. 지천에 깔려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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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Bruce, Paul: Apostle of the Free Spirit (Grand Rapids: Eerdmans, 1977) = F.F. 브루스, 《바울》 박문재 옮김 (크리스천다이제스트, 2007), 408쪽에 4줄로 되어 있는 문장을 상상력을 발휘해 쉽게 풀어서 쓴 글임.
"곧게 난 길" Cody, Wyoming, Credit Ben Bannister
저는 로또 1등이 당첨되면 십일조를 반드시 하겠습니다. (살면서 복권 한 번 해본적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