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4 17:14
“앙금들”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조기 대선 정국이 각 당의 경선으로 이 나라를 또 한 차례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국민의 당 마지막 경선으로 각 당 경선 열기는 대미를 장식합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경선 소식과 여론조사 결과는 다양한 정치적 이념적 스펙트럼의 시청자들을 때론 기쁘고 즐겁게, 때론 궁금하고 의아하게, 때론 화나고 밥 맛 잃게, 때론 눈살 찌푸리게 합니다. 한편 경선 주자들과 그들의 탁월한 전략가들이 상대방 진영을 향해 쏟아 붓는 언어 탄환이나 폭탄은 때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며 마음속에 “앙금들”을 만들어냅니다.
알다시피 “앙금”은 녹말 따위의 아주 잘고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을 가리키는데, 비유적으로는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개운치 아니한 감정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마음에 앙금이 남아있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그 추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는 엄연한 사실이 있습니다.
같은 집안에서 서로 경쟁합니다. 문제는 경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고 입힌다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악성 프레임”이 자연스레 생겨납니다. 문제는 “내가 당했다!” “우리 쪽이 피해자다!”라고 생각하는데서 일은 더 커집니다. 경선 후에 분란이 더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겁니다.
진영 간의 다툼에서도 그렇지만 사람끼리의 다툼에는 언제나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닙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공동체든 개인이든 모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한 사람 속에 서로 다른 두 인격이, 한 집 안에 서로 싸우는 두 사람이 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속에 가인과 아벨이 함께 살고 있고, 내 안에 에서와 야곱이 함께 살고 있고, 내 안에 레아와 라헬이 함께 살고 있고, 우리 안에 사울과 다윗이 살고 있고, 내 안에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이 함께 살고 있고, 내 안에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살고 있고, 우리 안에 늑대와 양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가해자는 자기의 잘못을 쉽게 잊고, 피해자는 당한 일을 가슴에 새겨둔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가 자기가 당한 억울한 일을 마음에 새겨두는 일이 “문제”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먼저 손을 내밀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마땅히 그러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자기 자신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놓치고 있습니다. 아니 피해자이기에 앞서 가해자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자기 속에 함께 들어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에서 가해자의 위력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말입니다.
시편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시편의 탄식시를 읽는 독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시인의 탄식에 같이 공감하며 시인이 당한 억울함과 고통의 피해에 대해 함께 슬퍼하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지 않게 놀랍니다. 대부분, 아니 모두가 고통하고 탄식하는 시인에게 못쓸 짓을 한 악인들과 가해자들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소름끼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사실을 목도합니다.
다 피해자라면 누가 가해자란 말입니까? 자신이 받은 상처는 치명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한, 그 사람은 균열과 혼돈의 세계 속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가해자-피해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있다!”고 복음이 힘주어 말씀합니다. “주의 영이 임하시면 사자와 소가, 늑대와 어린 양이, 표범과 어린 염소가 함께 눕고 함께 거니는 날이 올 것이다.”(사 11:6) 주님의 거룩한 영, 주님의 거룩하게 하시는 영, 주님의 정의로운 영, 주님의 공의로운 영, 주님의 하나 되게 하는 영이 오시면!
그러므로 우리의 간절한 기도는 이렇습니다.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시키시고 애통하고 회개한 맘 충만하게 하소서! 예수여, 비오니 나의 기도 들으사 애통하며 회개한 맘 충만하게 하소서!(찬송 190장)
The church at Cortina d'Ampezzo, Italy, 정효숙 사진
아멘.
하나님!
제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이
표정으로 말로 행동으로 눈빛으로 ...등등
무서운 것은 무엇이 뿜어져 나오는 것 조차도 모를만큼 무감각해버린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알게 하소서. 그래서 피해자의 과거에 묶여있지말고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자신을 하나님 앞에 바로 세우게 하소서.
그저 기말 시험 문제 중... 뭘 원하시지? 했던 문제를 류교수님께서 풀이해 주실 때
"아....~ 그렇구나"라고 무릎을 쳤던 그 문제의 답..
"이후 저의 삶에 하나님께서 하나 하나 빼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쁘게 그 빼어져 가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당신을 의지할 수 있게 도우소서"
류교수님의 현장과 매체를 통한 사역에서의 모든 것에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해 주실 줄 믿으며...
한 영혼의 신음소리에 대한 해답이
이곳에 쓰여진 귀한 복음의 소식의 글로 이어지기를 소원합니다.
감사드리며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