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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패커,『거룩의 재발견』 장인식 옮김 (토기장이, 2016). 483쪽, 18,000원

 

영국적 전통의 개혁신학의 대표주자인 제임스 패커 박사가 인생의 끝 무렵에 “거룩함” “성결” “성화” “구별됨” “성별됨”과 같은 주제에 대해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26년생이니 올해로 만 90세이다. 내 나이 얼마 못 되어 내 신앙의 대선배 제임스 패커 박사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훨씬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힘든 세월을 보냈던” 나로서도 살면 살수록 “거룩한 삶”에 대한 갈망과 애탐이 점점 깊어간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임스 패커 박사는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신학공부를 마치고 여러 학교에서 가르치다가 53세에 캐나다의 서부 밴쿠버의 리젠트 대학(Regent College)으로 옮겨 신학을 가르치다가 은퇴하였다. 북미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복음주의 개혁신학자로 알려진 그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 IVP](Knowing God)이란 책으로 가장 유명할 것이다. 중후한 신학적 내용들을 보통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대중들을 위한 신학 책을 많이 저술한 패커 박사는 특별히 “성도의 거룩한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그가 저술한 책들 가운데 다음과 같은 책들의 제목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해 진다.

 

1) A Passion for Holiness (Crossway Books, 1992)

2) Rediscovering Holiness: Know the Fullness of Life with God (Baker Books, 2009)

3) A Quest for Godliness: The Puritan Vision of the Christian Life (Crossway, 2010)

4) Faithfulness and Holiness: The Witness of J. C. Ryle (Crossway, 2010)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책은 위의 두 번째 책의 한글번역이다. 제임스 패커, 『거룩의 재발견』 장인식 옮김 (토기장이, 2016). 483쪽, 18,000원

 

요즘 여러분의 교회에서 설교되고 있는 내용 중에는 성공에 이르는 길, 긍정적 사고의 힘, 행복한 가정생활, 복 받는 비결, 인간관계의 회복, 상한 감정의 치유, 믿음의 중요성, 교회봉사와 헌신과 같은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회개, 통회자복, 정의롭고 도덕적인 삶, 성도의 거룩한 삶, 진리와 성화와 같은 주제에 대한 설교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페커 박사의 진단이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거룩한 삶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속하신 최종 목표이다… 거룩함은 새로운 피조물이 반드시 추구해야할 목표이다.”(72-73쪽)

 

이렇게 서두를 꺼낸 패커 박사는 신자의 성결(거룩함)을 제대로 알려면 먼저 구원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죄로 인해 깨어지고 일그러지고 병든 사람들에게 구원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자세하게 들어야 한다(제2장). 패커는 구원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협력사역이라고 말하면서 그 구원계획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관해 상세하게 안내해준다. 그 후에 구원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런 반응인 감사에 대해 길게 논한다(제3장). 그는 감사야 말로 거룩함의 기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거룩함(성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제4장). 그는 거룩함을 여러 가지로 안내해주는데, 예를 들어, 거룩함은 하나님을 갈망하는 것, 잘못된 욕망을 바로잡는 것, 미덕(virtue)을 계발하는 것, 성령의 인도함을 받는 것, 죄의 유혹을 죽이는 것 등이 있다. 여기서 제임스 패커는 소위 웨슬리파나 케스윅파의 사람들이 어떤 영적 경험을 통한 제 2의 축복을 경험해야만 거룩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단호하게 그런 주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또한 회심한 후에 성령세례를 받아야만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오순절교회의 은사 운동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은 후에 감사하는 삶을 살면서 지속적으로 거룩한 삶을 위한 은혜와 도우심을 간절히 간구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신앙 안에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도 자라야 하는데, 그것은 회개하는 삶이고(제5장), 위로도 자라야 하는데 그것은 그리스도의 성품까지 자라가는 일이라고 주장한다(제6장). 이곳에서 패커는 그리스도인의 성화(거룩한 삶)가 그리스도의 구속사역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다시금 아주 쉽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거룩함의 배경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한 칭의다.” “거룩함의 뿌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부활한 사건이다.” “실제로 거룩하게 하시는 분은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님이다.”와 같은 진술에서 이 점이 분명해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강건하게 자라가는 것이다. 패커에 의하면, 강건하게 자라가려면 하나님의 에너지(능력)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제7장).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그 에너지를 마음대로 통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능력의 “창조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주장이다. 능력의 주체는 언제나 하나님이시다. 그가 이니셔티브를 잡고 일을 하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대하고, 이미 와있는 은사를 활용하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전도하면서 그 능력을 경험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8장) 패커는 인내의 훈련을 통한 인격 도야(陶冶)에 대해 가르쳐준다. 히 12장을 기초 본문 삼아 우리 모든 신앙의 경주자보다 먼저 앞에 가신 예수를 바라보고 그에게 시선을 고정시킴으로 남아 있는 경주에서 인내하고 끝까지 잘 달리라는 말을 한다. 인내하면서 자연히 직면하는 온갖 고난과 고통의 문제를 진솔하게 설명하면서 신자들을 정금같이 만들어 내는 효력에 대해 말한다. 패커가 이 책의 마지막 소 단락의 제목을 “불굴의 용기: 용기 있게 참아내기”(442쪽)로 잡은 것은 거룩함으로 가는 길 위에서 끝까지 거침없이 달려갈 것을 주문하는 일에 있어서 매우 적절한 일이었다.

 

길고 긴 책이었다. 수많은 예화들과 쉽고도 적절한 비유들과 부드럽지만 매우 견고한 논증으로 가득한 책이다. 패커는 이 책의 맨 마지막 단락을 이렇게 쓰고 있다. 이 단락을 나도 여러분에게 읽어주고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 저자인 나에게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었느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 오 글쎄…. 그러나 나는 아직도 생각이 모자라는 아이에 불과하고, 매일 비틀거리고 어설프게 더듬으며 무언가에 걸려 넘어 진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를 드린다. ‘거룩하신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 성령님, 제발 저를 도와주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셔서 저를 세워주시고 변치 않도록 붙잡아 주시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449-450쪽)

 

아래는 한글번역본에 실린 내 추천단평이다.

 

 

“이 책을 조직신학자가 쓴 영성 신학이라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 책은 우리 시대의 탁월한 신학자이며 신학자들의 스승인 제임스 패커 박사가 목회자들과 일반 신자들을 위해 쓴 실질적 ‘영적 성품 형성 안내서’이다. 이 책은 영적 성품의 정점인 ‘거룩함’이라는 중후한 신학적 주제가 신앙생활의 경험 속에서 실천적 꽃으로 개화되어 가는 과정을 유려한 필치로 설명해낸 역작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 경륜에서부터 일상의 그리스도인의 삶의 영역에까지 이어지는 거룩함의 신학적, 신앙적 의미를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저자의 해박함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책을 읽은 후에 나도 거룩하게 살아야겠다는 결단과 고마움을 갖게 하는 도전적이며 권위 있는 책이다. 성경적 영성(경건) 생활을 위한 필독서이다.”

 

류호준 목사 |『일상 하나님 만나기』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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