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성소(聖所, Sanctuary)"


성소(聖所)는 문자적으로 따로 떼어놓은 거룩한 구역입니다. 성경의 전통에 따르면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해 따로 지정해놓은 곳을 성소라고 하며, 신성하고 거룩한 곳으로 여겨집니다. 그곳에 발을 딛기가 여간 두렵고 떨리는 일이 아닙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모세는 호렙 산 중턱에서 신발을 벗어야만 했습니다. 사실 예배란 유한한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성의 영역에 발을 딛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공포에 떠는 두려움이 아니라 거룩함과 성스러움 앞에서 감히 어쩔 줄 몰라 하는 두려움입니다. 어려운 말로 경외(敬畏)라고 하는 것입니다. 절대자이시며 거룩하신 하나님과 조우하는 순간 유한한 사람은 말과 언어를 잊게 됩니다. 신성의 장엄함과 위엄에 압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성함에 대해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은 경탄과 경이와 찬양일 겁니다. 예배는 이때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처럼 성소는 구별된 성스런 구역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람은 바깥세상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안전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어린 새의 둥지처럼 그렇게 포근함과 안식을 느끼게 됩니다. 격변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보호함을 받는 곳, 피난처가 되는 것입니다. 성소를 영어로 sanctuary라 하는데, 종교적 용법으로는 ‘성소’, ‘제단’ 등이 되지만, 일반적인 의미는 ‘안전지대’, ‘보호구역’, ‘피난처’ 등을 뜻합니다.


국가적으로는 특정한 지역을 구별하여 성소를 만듭니다. 산이나 광야나 사막 혹은 대평원 등에 야생 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일입니다. 밀렵당하는 불쌍한 짐승들이나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장소입니다. 그곳은 야생동물들에게 안전지대며, 보호구역이며 피난처입니다(wildlife sanctuary).


크리스천들에게도 성소가 있습니다. 물론 교회가 성소(sanctuary)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날 뿐 아니라 그곳에서 보호되고 있구나, 안전하구나 하는 깊은 안도감을 느끼는 곳입니다. 은유적으로 말해 풍우대작하고 폭풍한설이 몰아칠 때 우리에게 참된 피난처가 되는 곳이 성소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단지 교회당만이 성소는 아닙니다. 노아의 방주는 노아뿐 아니라 피조물들의 성소였으며, 폐허라는 뜻을 가진 호렙산은 모세에게 성소였습니다. 다윗에게는 그가 사울의 칼날을 피하여 살았던 광야가 성소였습니다. 그곳에서 다윗은 하나님을 만났으며 그곳에서 그는 피난처를 발견했으며 그곳에서 보호되었고 안전함을 경험했습니다. 예수님 역시 광야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을 경험하였으며 그곳에서 보호되었습니다. 힘들고 고된 광야에서의 삶에서 우리는 거룩함과 신성함을 경험하게 하고, 그곳에서 광야의 비밀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이 광야의 비밀입니까? 가장 위험한 장소인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광야가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성소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중환자실, 낙방, 절벽에 선 결혼생활, 방랑하는 자녀들, 실직, 파산 등 메마른 광야가 동시에 안전지대며 피난처이며 보호구역인 성소가 될 줄 누가 알겠습니까? 하나님은 광야에 성소를 만드셨으며 지금도 만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 2010년 11월 6일 밤, 내일 주일을 기다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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