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6 17:38
“바람에 날려보는 신앙”
신앙의 경중(輕重)은 언제 드러날까? 가볍고 무거운 것을 구별하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바람에 날려보는 것이다. 신앙을 곡식에 비유해 말하자면, 실(實)한 곡식과 허(虛)한 곡식을 구별하는 방식 중 가장 좋은 방법은 키질하는 것이다.…어렸을 적, 나는 어머니가 대문 밖 마당에 나가 키질을 하는 것을 가끔 보았다. 그 키질하는 모습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그 기술이 때론 요술처럼 보이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키질은 신기(神技)에 가까운 예술이다. 곡식들을 허공에 띄우면서 키질을 하다보면 토실토실한 알곡은 점점 키 안쪽으로 쪼르륵 모여들고, 쭉정이나 겨는 허공에서 바람에 날려 키 바깥쪽으로 떨어진다.
신앙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바람이 불거나 거친 길을 걷게 되면, 비로소 신앙의 경중이 달리게 된다. 마치 저울에 달린 물건의 무게가 측정되듯이 말이다. 저울질이든, 키질이든, 채질이든 하나님의 손안에서 ‘흔들림’을 당해보아야 하나님을 향한 그 사람의 믿음의 순결성, 순수함, 일관성, 헌신 등의 진정성이 드러난다. 시편의 시인들도 종종 하나님의 손에 의해 고난을 당할 때를 가리켜, “삶의 기초가 흔들렸다”는 표현을 한다(시 10:6, 30:6). 대표적인 경우가 욥이었다. 삶에 폭풍과 지진을 만나 사정없이 흔들릴 때, 절박한 나머지 혹시 하는 마음으로 주변의 것들을 붙잡고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다할 때, 심지어 붙잡은 것들마저 와르르 무너져 내릴 때, 다른 말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물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인생이 얼마나 취약하고 허술한가를, 그리고 그 삶을 지탱하다고 믿었던 우리의 신앙이 얼마나 허약하고 보잘 것 없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 류호준,「일상을 걷는 영성」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