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순절의 40이라는 숫자는 구약의 언약 백성인 이스라엘인들이 출애굽 후 광야에서 40년을 보낸 것과 ‘새로운 이스라엘인’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직전 유대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며 준비하신 일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애굽 왕 바로의 폭정에서 시달리던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야웨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와 위대한 능력으로 구원을 받아 출애굽 하였지만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40년 동안 광야에서 신앙의 훈련을 받게 됩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창조의 주님), 폭압과 고역의 쇠사슬에서 구원하신 전능하신 하나님(구원의 주님)께만 영광과 찬양과 충성과 신뢰를 바치며 살아가는 과정이 광야의 삶이었습니다.

그들은 광야 학교 40년 동안 단 한 가지 과목만을 이수하도록 등록한 신앙의 학생들이었습니다. 과목 명칭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였습니다. 광야로 대표되는 죽음의 영토에서 그들은 생명의 공급과 유지 장치가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배워야 했습니다. 광야 시절은 풀 한 포기 생존하기 힘든 극한 환경에서 200만 명이 넘는 출애굽의 생명들이 살아남는 길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배워야 했던 영적 훈련소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광야 생활이 마칠 즈음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정답이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마침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출애굽 2세대에게 하나님은 40년 전 시내산에서 맺은 하나님과의 언약(일명 ‘시내산 언약’)을 그 종 모세를 통해 새롭게 갱신하는 예식을 갖게 하십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남긴 문서가 ‘신명기’로서, 일종의 언약갱신 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신명기’에서 하나님은 친히 지난 광야 생활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으로 사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함이었다.”(신 8:3)

- 류호준,『하늘나그네의 사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