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그간 평안 하셨습니까?

2009.06.19 13:56

sogumbat 조회 수:4403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교수님

예전에 99학번으로  3학차까지 다니다  휴학한 황정복 입니다.
구약학회 회원이기도 하고 빛나교회 전도사였고
몇번 교수님의  '식탁 대화'(친구들끼리 교수님하고 밥먹는 것을 이렇게 표현합니다)에
참여하는 복을 누린 사람입니다.

이렇게 교수님의 기억을 도와드리려 하지만
저를 기억하시기는 쉽지 않으실 것입니다.
워낙 사람들 뒷 편 두어 걸음 거리에 서 있는 사람이라...

학교를 그만 두게 하고 친구들을 떠나보내게 했던 병마와 이제는 투닥거리며 싸우기는 하여도
친구처럼 지내게 되어 다시 소명을 새롭게 하여 학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기가 시작할 때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사실 제 마음속에 은사이지만
기억도 못하는 사람이 불쑥 찾아와 인사하는 것이 무례일까봐

몇일 전 교수님 계신다는 곳에 '보리빵' 한상자 놓고 온 소심한 학생입니다.

철 없던 신학생이던 제가 교수님의 히브리서 강해집 [우리와 같은 그 분이 있기에]를 통해
진지한 신앙의 입문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때 푸르기만 하여 설 익은 친구들도 함께
말씀의 엄숙한 선언을 통해 '인간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멀 발치이지만 
마음속에 목표를 두고 닮고 싶은  '인물'을 갖고 싶은 젊은 청춘들이었고 
'말씀의 신비'를 싸구려 체험이나 추잡한 사기로 변질시킨 땅에서
'신학'을 하고 있는 평범한 군상이었기에 우리는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말씀의 사람'을 찾아 헤매이곤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교수님은 저와 친구들의 밥상에 자주 올라 오셨고
토막도 났었고 해부도 당했고 꼬리와 머리를 몸통 없이 붙여 보기도 하였습니다.
교수님의 강의집을 털어 보기도 하고 새 책이 나오면 머리말 부터 인쇄소 주소까지 읽고선
행간 사이에 묻어 있는 교수님의 사람 냄새를 찾아보곤 했습니다.

지금은...
친구놈들은 모두 목사님이 되셨고
유배 당하듯이 간 남태평양의 큰 섬나라에서
저는 5년 동안 죽음과 한방을 쓰고서야 풀려났습니다.
C.S Lewis의 책 제목처럼 죽음과의 이혼을 경험하고 서야 다시 돌아왔습니다.

휴학할 때 힘내라고 하신 말씀이 자주 힘을 나게 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는 어린 학생에게 꿈에서 보던 연예인이 한마디 해준 것 처럼 좋았습니다^^

돌아와 다시 한 학기 동안 친구들과 다시 연락하며 그리고 학교 에서 교수님의 강의소식을 들으니
너무 많은 도전과 그리고 희망을 주고 계셔서 용기가 나고 마음이 참 좋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며 고민하고 몸가짐을 새롭게 하여
교수님께 몇 자를 배웠던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 하며 교수님의 시대를 읽는 정신을 닮기를 원했는데
목사님이 되신 친구놈들을 찾아가 보니 몇 놈은 벌써 "적과의 동침'중이라 부끄럽습니다.
 
교수님 변함없으신 모습에 고개가 가장 깊이 숙여 집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일부러 한과목을 남겨 두어 다음 학기가 제 개인적인 마지막 학기입니다.
꼭 교수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강건하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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