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2 15:57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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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맥클린(Norman Maclean 1902–1990)의 자서전적 명작 소설(1976)을 영화로 만든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이 있다. 제목 번역에 “~처럼”이라는 조사는 분명 삶과 인생을 흐르는 강물에 비교하고 있겠다.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비유적 표현이리라. 이 작품은 엄격한 장로교 목사님과 그의 매우 대조적인 두 아들들의 인생이야기를 미국 몬태나 주의 대 자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강과 플라잉 낚시 풍광을 배경으로 내러티브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애증(愛憎) 하던 동생의 비극적 죽음을 겪으면서 가족사의 세월 풍상을 겪어온 형 노먼은 영화의 맨 끝에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플라잉 낚시했던 그 계곡의 강가에 선다. 거기서 형 노먼은 이런 독백을 남긴다. 젊은 날 동생 폴과 함께 플라잉 낚시 하던 강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독백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소설에서 그대로 따온 그의 독백 문장이다.
물론 이제는 낚시꾼이라고 불리기엔 너무 늙은 나이고, 친구 몇몇이 말려도 혼자 큰물에 고기 잡으러 가는 요즘이다. 계곡에 절반 정도 드는 햇살 속에 혼자 플라잉 낚시 줄을 던질 땐, 존재하는 만물들이 사라지면서 하나로 수렴된다. 그 하나 속엔 '나'라는 영혼과 수많은 기억들, 빅 블랙풋(Big Blackfoot) 강의 소리들, 줄을 내던질 때 타는 리듬, 고기가 물거라는 희망 등이 한데 어우러진다. 그래, 마침내 모든 것들은 하나로 합쳐지고, 그리로 강 하나가 흐른다(a river runs through it). 그 강은 세상의 대홍수로 인해 갈라졌었지. 그래도 세월의 지하실에서 나와 돌들 위로 흐른다. 몇몇 돌 위엔 영원한 빗방울들이 맺혀있다. 돌들 밑엔 낱말들이 적혀있고, 몇몇은 그들의 것들이기도 하다. 그 흐르는 물들이 유령처럼 지금 내 뇌리에 아물거린다. — 노먼 맥클린(Norman Maclean)
추신: 재작년 나는 미국 북서부에서 시작하여 몬태나를 거쳐 와이오밍을 지나 미국 대초원 지역을 거쳐 시카고까지 로드 트립을 했다. 거의 5천 킬로를 달렸다. 목적 중에 하나는 유진 피터슨의 땅 몬태나,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의 실제 장소를 밟아 보기 위해서였다. “광대한 하늘”(Big Sky State)이란 별명을 가진 몬태나 주의 자연은 경이 그 자체였다. 영화에서처럼 “자연과 종교” “경건과 자연”은 하나로 수렴되었다. 마치 영국 계관시인 워즈워드의 시 “무지개”에서처럼 말이다. 위의 마지막 인용문장은 한국독자의 입장에선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곳 풍경과 자연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이든, 철학 서적이든, 미술작품이든, 마지막으로 성경 역시 충실한 해설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스포일러]: 아모스서를 잘 알려면 아모스서 해설가가 쓴 해설서를 가지고 공부해야하지 않겠나? ㅎㅎㅎ 류호준·주현규 지음《아모스서: 시온에서 사자가 부르짖을 때》(새물결플러스, 2020), 630쪽, 정가 2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