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어려운 질문: 버벅대는 대답

2010.05.24 11:57

류호준 조회 수:6125

질문자: 김한빛

 

질문: 만약 믿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나님이 만약 살아계신다면 왜 지구 반대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에 허덕이면서 죽어가고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걸까요?

 

대답: 솔직히 그건 저도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살면서 생각하면서 믿으면서 가장 고통스런 질문이 바로 한빛 씨가 던진 질문입니다. 솔직하게 저도 잘 몰라요. 왜 그런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런 불행들이 하나님의 손에서 실수로 미끄러져 나온 것들인지, 아니면 하나님이 정말로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다 통제하고 장악하고 계신지, 이런 심각한 질문과 의심이 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한빛 씨가 언급한 배고픔과 기아(飢餓)뿐 아니라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온갖 지진들과 쓰나미,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불행으로 기록된 유대인 대학살(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600만명의 유대인들이 죽어감), 우리 사회 안에 팽배한 부조리와 모순들, 악인들의 번성과 착한 사람들의 고난들 등 이해하기 힘든 괴로운 질문들이 산더미와 같습니다. 다시금 저도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고통스런 질문 가운데서 태어나는 것이 신앙이란 것이 아닐까요? 신앙은 이런 고민과 고통 가운데서 자라간답니다. 분명히 하나님은 자신이 이 세상을 만드시고 보존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분의 말을 믿고 싶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보고 경험하는 일들을 보면 그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렇다면 신앙이란 이런 희미하고 헷갈리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믿을만한 분이실꺼야. 그분은 반드시 그분의 선한 방식으로 궁극적 선을 이루어 가실 것이야!”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향해 고백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한빛 씨, 물론 저는 이런 자그만 대답이 한빛 씨가 던진 큰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을 주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하나님의 선하심의 궁극적인 승리를 믿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진정으로 고통하는 마음에 하나님께서 위로와 확신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DHR = 류호준)

 

 

ps. 이런 문제를 신학에서는 신정론(theodicy)라고 부른다. 하나님이 정의롭고 전능하시다면 왜 이 세상에는 악이라는 것이 있을까 하는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참고로, 본인의 책([영혼의 겨울에 부르는 희망 교향곡: 시편사색II])안에 "하나님을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가"라는 글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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