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장로교인들은 무엇을 알고 믿어야 하는가?”
                                                  - 장로교 개혁신학의 특성들 -

                                     류호준 목사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장, Ph.D)


[개혁신학과 개혁교회의 족보]

개혁신학의 전통을 부각시켜 설명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로 시작된 포괄적인 기독교회의 가계(家系)에서 개혁(장로) 교회의 계보를 찾아보는 일입니다. 아래의 간단한 족보는 어떻게 기독교회가 여러 세기 동안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는가를 보여줍니다. 가계표는 도로 표지판과 같습니다. 운전하다가 표지판을 보고 그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여기에 무미건조하게 나열되어있는 각종 도로표지판을 보고 그리로 들어가 한 곳 한 곳을 차근차근 둘러보면 그 지역에 대해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여행하는 즐거움입니다. 이처럼 기독교회의 계보는 표면적으로는 건조하게 보이겠지만, 족보 안에 담겨진 수많은 사연들과 역사적 사건들을 교회 역사가들의 도움을 받아 읽어내어 보십시오.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여행인지요! 각 가정마다 한 권의 좋은 기독교회사 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족보를 읽을 수만 있다면, 그 안에서 우리는 성공과 실패, 다툼과 분열, 아픔과 회복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라 불리는 인간의 이야기들 가운데서 역사를 주관하시고 운행하시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일들에 관해서도 듣게 될 것입니다.

a. 주요 기독교 교회의 계보

1-11세기                            그리스도(기독) 교회
11세기               서유럽 로마 가톨릭   ↔        동유럽 정교회
16세기         개신교      ↔      로마 가톨릭   ↔      동방 정교회

b. 개신교 교회들의 역사적 계보

16세기                재세례파   ←   개혁교회   ←   루터교회   ←   성공회        
* 왼쪽에 가까울수록 로마 가톨릭으로부터의 보다 철저한 분리를 보여준다. *

17세기                퀘이커          청교도
18세기                감리교회 (요한 웨슬레와 관련을 맺는 교회의 시작)
19세기                자유교회
20세기                순복음교회(오순절 계통의 교회들의 출현)

교회는 처음부터 그리스도와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교회’라 부르지 않고 ‘그리스도 교회’ 혹은 한자어로 그리스도에 해당하는 ‘기독’(基督)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기독교회’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교회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그분의 몸이요, 그분은 교회의 머리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는 몸을 대표합니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대표합니다. ‘교회’를 게르만어족에 속한 언어로 표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hurch(‘쳐치’, 영어), Kirche(‘키르케’, 독어), Kerk(‘께르끄’, 네덜란드어), Kyrke('케르키‘, 스웨덴어). 모두 비잔틴 그리스어 κυρικἠ (큐리케)에서 유래한 용어들입니다. 이 용어는, “주(主)님께 속함,” “황제의 것”이란 뜻입니다. 번역 언어로만 봐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고백하며, 그분에게 충성을 서약한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교회를 상상할 수도, 달리 표현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출생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독교회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과 승천의 메시지(케리그마),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의 씨앗 위에 성령을 물 붓듯이 부으심으로(성령 강림) 창조된 하나님의 걸작품입니다. 교회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출생한 신(神)적 생명체입니다. 마치 예수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되고 출생하셨듯이 말입니다. 교회는 천상에 계신 세분 한 하나님(삼위일체)께서 지상으로 내려주신 최상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갓 태어난 교회의 출발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마치 갓난아기 모세가 탄 자그만 방주처럼(출 2장) 교회라는 배 역시 연약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약한 바람과 물결에도 뒤집힐 수 있는 연약하고 초라한 일엽편주(一葉片舟)였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애굽에서 나와 홍해를 건너면서 ‘죽음의 세례’를 받은 후 새롭게 태어난 갓난아기 이스라엘이 망망한 광야에 놓이게 된 형편과 같습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회는 수많은 난관과 핍박의 물살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자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기독교회는 11세기에 서방 교회(로마 가톨릭)가 동방 교회(정교회)로부터 분리될 때까지 하나의 교회로 존속하고 있었습니다.

16세기에는 새로운 성령의 바람이 로마 가톨릭 교회에 불어 교회의 새로운 거듭남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명 ‘종교개혁’(Reformation) 운동이 그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중심적인 메시지, 즉 우리가 믿음을 통하여 은혜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것을 다시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의 신학과 신앙은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그리스도로’, ‘오직 성경으로’,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이란 문구들 속에 잘 담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개신교의 종교개혁 운동은 네 명의 자녀를 출생하게 되었는데, 재세례파 교회, 개혁파 교회, 루터파 교회, 그리고 영국 국교회(성공회)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배열한 순서는 신학적 성향과 예전 형식, 성례의 위치와 교회 정치 형태 등을 고려하여 정해놓은 순서입니다. 먼저 왼편으로 갈수록 신학적으로 로마 가톨릭과의 단절이 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진 것을 보여줍니다. 예배의 형식과 관련하여, 가톨릭의 형식을 덜 따르는 데서 그룹에서 시작하여 보다 가톨릭 형식을 따르는 순으로 되어있으며, 성례에 대해서는 성례가 예배에서 덜 중심적인 교회로부터 보다 더 중심적인 교회의 순이며, 교회 정치와 관련해서는 보다 덜 계급적인 교회로부터 보다 더 계급적인 교회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사적 자리에서 개혁 신학적 관점은 좀더 폭 넓은 중간 지대에 위치합니다.

기독교 교회 역사에서 ‘개혁 신학 전통’(Reformed Theological Tradition)이란 용어는 일명 ‘칼빈주의’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지고 있으며, 위에서 대략적으로 살펴본 것처럼 개혁(장로)교회는 역사적으로 16세기의 초엽에 발생하였던 종교개혁운동의 일부분으로서, 당시 로마 천주교가 신앙의 근본적인 원리에서 벗어나자 ‘원리로 돌아가자,’ ‘기초로 돌아가자’는 시대적 운동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원리와 기초는 모두 성경을 가리킵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개혁교회는 이처럼 사도들에 의해 전수된 복음으로 그리스도의 교회로 돌아가자는 운동인 동시에 부득불 당시의 ㅇㅠ일한 제도적 교회였던 로마 천주교에서 떨어져 나온 개신교의 한 가지이기도 합니다.

루터교회를 가장 가까운 신앙적 형제로 삼는 개혁교회는 16세기 스위스에서 울리히 츠빙글리(Ulrich Zwingli)와 요한 칼빈(John Calvin)의 탁월한 지도력 아래 시작되었습니다. 특별히 칼빈의 성경적 가르침과 신학체계는 빠른 속도로 라인 강 계곡을 따라 전 유럽으로 확산되어 갔으며, 특별히 프랑스와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의 개혁(장로)교회들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후에 영국과 그 연방과 오대양 육대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8세기에는 미국 대륙과 아프리카, 헝가리, 인도네시아, 그리고 20세기 초에는 장로교의 형태로 한국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개혁신학의 계보에 들어있는 한국의 교파로서는 장로교회들을 들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혁(장로)교회는 기독교회의 여러 가족 구성원들(루터교회, 침례교회, 성공회, 오순절교회, 복음주의자, 로마가톨릭, 동방 정교회, 구세군, 감리교 등) 중에 숫자적으로는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자랑스럽게도 한국은 예외입니다!). 그렇지만 기독교의 신앙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개혁(장로교)신학은 유럽대륙과 남아공에서는 '개혁교회'(Reformed Church)로, 영미 계통과 한국에서는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물론 교회 정치에 있어서 양자간의 차이점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 예, 교회정치의 중심부는 노회인가 아니면 지역교회의 당회인가 하는 점 — 신학적 강조점에 있어서는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미 계통의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소 교리문답서(1648)를 받아들이며 한국의 장로교 역시 이 전통에 서있습니다. 한편 유럽과 남아공의 개혁교회들, 미국의 개혁교회들은 자신들의 개혁주의 신학적 정체성을 천명하는 표준문서로 벨기에 고백서(1561), 하이델베르그 신앙교육문답서(1563), 돌트 신경(1619-19)을 받아들입니다. 이에 대한 신학적 계보는 차후에 말하기로 하고 먼저 개혁주의 신학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요한 칼빈에 관해 말해보려 합니다. (계속)